어렴풋이 떠오른다. 오래 된 성벽과, 성벽 위로 우뚝 솟은 누각,
어릴 적 맑은 하늘 높이 날리던 연. 그 뒤 길고 긴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곳을 사랑했다. 옛이야기 도란대던 거리와 골목들, '계화정'이며 '청석정' 거리에 있던
우물들, 그 물 한 모금 떠 마시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한 걸음 사이 나란히 놓인
돌다리 '일보양답교', 유서 깊은 '이장가' 거리에 전해 오는 이야기들은 얼마나 재미났던가.
흥청거리는 부둣가는 강가 마을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날마다 새롭기만 했던 광경들,
강을 따라 끊임없이 오가던 배들과 멀리 떠나가는 하얀 돛단배, 이리 훨훨 저리 훨훨
날아다니던 물새들. 사람들을 태우고 강을 건너갔다 건너오는 연락선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고, 수없이 탔지만 언제나 즐거웠다.
옛 성의 생활은 전통극의 노랫가락처럼 리듬이 있어,
삶의 맛은 계절이 바뀌듯 때로 짜릿하고 때로 담백했다.
일상이 선사하는 아기자기한 행복 속에
우리네 삶은 경쾌한 노래처럼 다가오고, 또 흘러갔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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