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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모두 생명이다
아빠, 옛날보다 고기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경제 성장 때문 아닌가요?
리수야, 현재 전 세계에 가축으로 사육되는 동물이 몇 마리나 될까? 그 숫자를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몰라. 전 세계에는 세계 인구의 약 10배 가량인 60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된단다. 1961년에 7,100만 톤의 고기를 소비했던 인류는 2007년에는 2억 8,400만 톤의 고기를 소비했어.1)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에는 한 해 1인당 고기 소비량이 5kg이었는데, 2010년에는 41kg으로 늘어났어. 고기 소비량이 이렇게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축의 대부분이 좁고 더러운 환경인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유전자 조작 작물GMO에 의해서 키워졌기 때문이야.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쇠고기의 43%, 닭고기의 74%가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단다.
사람들은 마트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살코기를 보면 가축들이 깨끗한 시설에서 위생적으로 키워질 거라고 상상하지만 오늘날 가축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은 전혀 그렇지 않아. 공장식 축산의 현장은 일반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단다.
양계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따갑고 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몰아닥쳐. 닭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야. 양계장에는 어둠침침한 백열등 불빛 아래 5층으로 쌓여 있는 닭장이 길게 늘어서 있어. 좁은 닭장에는 5~6마리의 닭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닭들은 꼼짝도 하지 못해. 움직이면 살이 빠지기 때문에 일부러 닭장을 좁게 만든 거야. 때로 다른 닭에 깔려 죽는 닭들도 있단다. 또 스트레스 때문에 다른 닭을 쪼기도 하고. 그래서 닭들은 알에서 깨어난 지 5~7일째 되는 날 부리를 잘라. 이것은 사람의 손가락을 자르는 것과 다르지 않아. 부리가 잘린 병아리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부리가 너무 짧게 잘린 경우 모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기도 해.
닭들은 이런 곳에서 약 35일 정도 살다가 도살된단다. 그 나이가 넘으면 먹는 사료에 비하여 살찌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야. 닭들의 자연 수명이 20~30년인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짧은 삶을 살다가 죽는 거지. 그나마 이 닭들은 몇 달이라도 산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몰라. 알에서 태어난 수평아리들은 병아리 감별사에 의해 감별되어 바로 죽음을 맞이하거든. 약물이나 가스를 사용한 안락사와 같은 과정 없이 산 채로 갈려 다른 동물의 사료가 된단다. 또 비좁은 케이지에 갇힌 산란계들은 산란기가 끝날 즈음이 되면 산란율이 떨어지는데, 이때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강제로 털갈이를 시켜. 사료를 주지 않거나 물을 주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말이야. 물을 주지 않아 4% 정도의 닭이 목말라 죽으면, 그 때 물을 공급하여 강제로 털을 갈도록 하는 것이지.2) 이 닭들은 평생 태양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인공 조명만 보며 살다 죽는 거야.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강제 환우換羽는 말할 것도 없고 산란계를 케이지에 가두어 사육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어.
공장식 양계장의 닭들은 비좁은 케이지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태로 알 낳는 기계로 취급되어진다. |
우리는 오래 전 화장실에서 키우는 돼지에 대한 이야기나 또는 양돈장의 냄새나고 더러운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들을 보며 돼지는 천성적으로 더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돼지는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란다. 자연 상태의 멧돼지는 자신의 주거지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다 볼일을 봐. 그런데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돼지들은 그럴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럽게 사는 거야. 농림부의 돼지 사육 기준에는 평당 3마리를 기르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10마리까지도 사육하는 경우가 흔해. 이렇게 밀집되고 더러운 환경에서 자라는 돼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 그러다보니 공격적으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곤 한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돼지들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빨을 잘라버리지. 꼬리도 잘라버리고. 또 거세 수술도 하는데 이런 모든 작업이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의사가 아닌 양돈장에서 일하는 목부에 의해서 이루어져. 이러한 잔혹한 행위에 대하여 EU는 2012년부터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는 돼지의 거세 수술을 금지했어.
그럼 소는 좀 나은 환경에서 자랄까? 아마도 드넓은 산자락에 펼쳐진 대관령의 목장을 본 사람이라면 그런 이미지 때문에 소들이 초원과 같은 환경에서 키워질 거라고 상상할 거야. 하지만 소들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아. 대부분의 소들은 똥과 진흙이 뒤범벅 된 땅을 딛고 있거나 콘크리트 바닥을 밟고 평생을 살아간단다. 둘 다 소의 발에 무리가 되는 건 마찬가지야. 그래서 소들은 시시때때로 발가락에 염증이 생겨.
또 소는 선천적으로 자기가 먹어야 할 것이 아닌 것을 먹으면서 많은 고생을 한단다.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등심 때문이야. 꽃등심은 마블링이라고 하여 근육 사이에 지방이 촘촘히 박힌 것을 말해. 이 꽃등심이라는 것은 자연의 소들에게는 없어. 자연에서 풀을 먹고 자라는 소들에게는 근육에 지방이 이렇게 골고루 박히지 않거든. 사람들이 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좁은 곳에 가둔 상태에서 원래 소들의 사료가 아닌 옥수수나 콩과 같은 곡물을 먹이면 온몸 곳곳에 지방이 박혀. 소는 풀을 먹고 4개의 반추위를 통해서 서서히 소화시켜 영양을 섭취해야 하는데 원래 자기의 먹이가 아닌 옥수수나 콩과 같은 곡물을 먹다보니 위에서 과도한 세균이 증식하고 여러 질병이 생긴단다. 그래서 성장 촉진제라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항생제를 먹이지. 이는 항생제 남용의 문제와 내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그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단다.
부드러운 송아지 고기를 만들기 위하여 송아지들은 목도 돌릴 수 없는 곳에서 사육된다. |
또 우리나라는 덜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부드러운 어린 송아지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 부드러운 어린 송아지 고기는 빈혈에 걸린 약한 송아지로부터 만들어지거든. 이런 고기를 만들기 위하여 사육사는 송아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0.76평의 좁은 사육 상자에 가두고 철분을 뺀 대용유만을 먹인단다. 송아지는 본능적으로 철을 공급받기 위해서 울타리의 철 파이프를 핥아먹는데 사육사는 그것조차도 핥아먹지 못하도록 목에 줄을 묶어 목조차 꼼짝하지 못하게 한단다.3) 영국은 이러한 잔혹한 사육 방식을 1990년부터 전면적으로 금지했고, EU는 2007년부터 금지했어.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4)
가축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육되는 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의 순간들이야. 이렇게 고통받는 가축들로 이루어지는 공장식 축산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축산업자가 돈을 가장 많이 벌 것 같니? 아니야, 축산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단다. 큰 빚을 내서 양돈장이나 양계장을 만들고 병아리나 어린 돼지를 구입해 사료를 사다 먹이고 키워 팔아도 이것 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생산자의 몫 중 상당수가 사료 값으로 지불되거든. 축산물의 소비자 가격 중 30~40% 가량만이 생산자의 몫이고 나머지 60~70%는 가축을 수집·도축·가공·유통하는 기업의 몫이야.5)
이렇듯 공장식 축산은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다지 유익하지 못해. 축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잦은 산재로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단다. 일부 육가공 공장은 한 달 만에 무려 43퍼센트의 전직률을 보이는 곳도 있을 정도야.6)
그렇다면 소비자에게는 어떨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급여받아. 이 항생제는 내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이것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또 더 많은 우유를 얻기 위해 가축에게 투여되는 호르몬제는 그것을 마시는 어린아이들의 체형도 변화시킨단다. 게다가 과도한 육식은 많은 사람들을 살찌게 해.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암, 근골격계 이상 등의 원인이잖아. 또 공장식 축산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시킨단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열대림은 공장식 축산을 위한 옥수수와 대두를 키우기 위하여 벌목되어 사라지고 있어. 양돈장이나 목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는 주변 땅과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고.
또 공장식 축산을 인간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동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야. 공장식 축산은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 좁은 공간에 가축들을 키우기 때문에 가축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고통을 받지. 또 몸을 충분히 움직일 수 없는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면역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 이렇게 면역력이 떨어진 동물들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2010년 11월 안성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인해 전국적으로 350여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해서 매몰했어. 같은 기간 구제역 사태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류독감으로 55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생매장했단다. 이러한 가축 전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전염병에 걸려서 살처분된 가축은 5%도 되지 않아. 거의 대부분은 단지 전염병 발생 지역에서 가까운 지역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되는 거야. 이것을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
이렇게 많은 수의 동물이 살처분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단다. 방역에 동원된 공무원이 과로로 인하여 숨을 거두기도 했고, 동물을 매립하는 과정 중에 여러 사람이 다쳤어. 또 수백 마리의 살아 있는 가축을 생매장하는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은 동물들이 생매장되면서 울부짖는 울음소리와 눈빛이 기억에 남아서 고통스럽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증상을 호소했어. 가축을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키우던 사람들 중에는 생매장당하던 가축들이 울부짖던 참상을 생각하며 다시 가축을 키우지 못하게 된 이도 생겼어. 또 매장된 동물들에서 나온 침출수가 주변 농지나 지하수로 흘러들어가는 등 2차 환경 오염 문제도 일으켰단다. 하지만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관련된 많은 뉴스에서 간과한 것이 있어. 그것은 구제역 발생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경제적인 손실과 인명 손상 등 인간 위주의 접근만 있었을 뿐 산 채로 생매장당한 동물의 생명에 대해서는 간과했다는 점이야. 가축도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생명이잖아. 생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생명은 단순한 도구적 가치 이상의 자기 나름의 고유의 내재적 가치7)’를 지닌다고 이야기해. 생명은 어떤 용도로 쓰여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이야기야.
2010년 구제역 사태 당시에 구제역이 의심되는 가축을 살처분한 것은 그렇게 해야만 우리 나라가 구제역 청정 국가 지위를 유지하여 가축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나중에 살펴보니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액은 연간 20억 원에 지나지 않았지. 20억 원을 벌겠다고 약 3조 원의 보상비와 매몰비를 들여서 300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한 거야.8)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 그렇게 살처분하던 정책은 결국 확산되는 구제역을 막을 수 없어서 구제역 청정 국가 지위를 포기하고 예방 백신을 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되었어.
여기에서 우리가 경제적인 이익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축을 생명으로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측면에서 방법을 모색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야. 처음부터 구제역 예방 백신을 한 경우 구제역 청정 국가 지위는 잃겠지만 300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 할 필요도 없었고 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습 비용도 소모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가축을 생명으로서 고려하지 않았어. 그냥 돈벌이 수단이나 단백질 공급원으로만 생각했지. 우리가 생명인 가축을 이렇게 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본문 중 일부)
1) 박상표,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개마고원, 2012, 6쪽.
2) 박상표, 앞의 책, 65쪽.
3) 피터 싱어, 《동물해방》, 김성한 역, 인간사랑, 1999, 229-243쪽.
4) 박상표, 앞의 책, 36쪽.
5) 박상표, 앞의 책, 70쪽.
6)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신현승 역, 시공사, 2002, 153쪽.
7) J. R. 데자르뎅, 《환경윤리》, 김명식 옮김, 자작나무, 1999, 230쪽.
8) 김동광, “우리에게 구제역은 무엇인가?”, 민주 사회와 정책 연구 20, 201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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