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동요풍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 내어
옥도끼로 다듬어서
삼 칸 이 칸 집을 짓고
어여쁘게 다듬어서
은하수 건너 사는
선녀 불러 놀고지고.
아니리
이렇듯이 별 노래 부르다가
오빠 하는 말,
“얘야, 얘야, 별 세다가 늙겠구나.
별 따기 그만하고 수수께끼 놀자꾸나.”
하니,
동생이 히히 헤헤
장난기 먹은 얼굴로 종알대며 놀기 시작하는듸,
중중모리장단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인 것은?”
“사람.”
“그것이 사람이면
깨벗고* 나와 깨벗고 들어가는 것은 무엇?”
“그것도 사람.”
“그것이 사람이면 등이 하늘을 보지 않는 동물은 무엇?”
“그것도 사람이지.
얘야, 얘야, 네 수수께끼 너무도 쉬웁구나.
내가 한번 내어 보마.”
휘모리장단
“목이 다섯, 눈이 스물둘, 등이 여섯 개인 동물은 무엇?”
“아이고, 오빠. 그것을 내 모르겠나.
그것 또한 사람이지.
꿀꺽꿀꺽 밥 넘기는 목이 하나요,
천하제일 마술 부리는 손을 달고 있는 손목이 둘이요,
천리만리
어디든 갈 수 있는 발을 달고 있는 발목이 둘이지요.
눈을 볼작시면
어여쁜 꽃과 나비 보는 눈이 둘이요,
손톱눈, 발톱눈 모두 모여 스물이고.
등을 볼작시면
냄새 맡는 콧등 있고,
짐 올리는 잔등 있고,
손등, 발등 모두 합쳐 여섯이오.”
“오냐, 오냐, 내 동생아. 그것이 사람이지만은
착한 마음 없고 보면 진짜 사람이라 말 못 하리라.”
아니리
이렇듯이 놀았는듸도
벌써 돌아왔어야 할 엄마 오지 않는구나.
창조
엄마 오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릴 때
바깥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 들려온다.
중중모리장단
“얘들아, 얘들아, 엄마 왔다. 문 열어라.”
반가운 소리에
동생이 문 확 열려다가
고개 갸웃거리면서
문고리 꼭 잡고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목소리 이렇지 않아.”
아니리
하니, 밖에서 들려오는 말이,
“아니다, 아니다, 너희 엄마 맞아.
겻불* 피우고 명* 자아서
목소리 변해 그래.”
하니, 동생 말한다.
“그럼 문구멍으로 손 넣어 봐.”
중중모리장단
문구멍으로 손 하나 쓱 들어온다.
꺼먼 털 숭얼숭얼 난
무서운 손 하나 들어온다.
오누이 잡아먹을 듯
시커먼 손 널름널름
방 안 휘젓다가
쓰윽 빠져나가는구나.
아니리
“아니야, 아니야, 우리 엄마 손은 털이 없어.”
손 나간 구멍으로 밖 내다보니
엄마 옷 입고 머릿수건 쓴
배 불룩한 커다란 호랑이
송곳니 번득이며 하는 말이,
“아니다, 아니다, 너희 엄마 맞다.
덤불 긁어 가시 박혀 털 났다.”
하고 둘러대니
오누이 문고리 꼭 잡으며,
“아니야, 아니야, 우리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배는 그렇게 불룩하지 않아.”
소리 질렀것다.
휘모리장단
이 말이 지듯마듯*
호랑이 두 발로 문 박차고
낼름 방으로 들어오니
구석으로 쫓겨난 오누이 벽에 찰싹 달라붙어
와들와들 떨고 있을 적에
눈알 부라린 호랑이 솥뚜껑만 한 손 번쩍 들고
성큼성큼 다가와 오빠 등 덥석 잡아
쩍 벌린 입에 꿀꺽 삼키려다 말고,
“얘들아, 배고프지? 저녁밥 지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하는구나.
아니리
이놈이 여느 호랑이 같은 산짐승이라면
산에 사는 토끼, 여우, 노루를 잡아먹을 것이겠지만,
이 욕심 많고 변덕맞은 호랑이 놈은
꼭 별난 맛 좋아해
사람 고기만 먹자고 드니
온갖 재주 피워
사람으로 둔갑하고 먹잇감 찾아다니는 놈이렷다.
오랜만에 부드럽고 아삭아삭한 어린애 잡으니
호랑이 놈 구미가 확 당긴지라
요리해 먹고 싶은 마음이 와락 솟구쳐,
당장 날것으로 먹을 마음 꾹 참고
지지고 볶고 삶아서 먹을 심산이라.
자진모리장단
오누이 방에 가두고 부엌으로 들어가
탁탁 불 때며
가마솥에 물을 설설 끓이는듸
이 소리 들은 오누이
이대로 있다간 죽을 게 뻔하니 정신을 번쩍 차려,
“엄마, 엄마, 똥 마려워.”
“방에서 눠라.”
“싫어. 방에서는 똥이 안 나와.”
동생 꾀 알아차린 오빠도 소리친다.
“엄마, 엄마, 오줌 마려워.”
“방에서 눠라.”
“방에서는 오줌이 안 나와.”
“웠따! 이 제기럴 것! 오랜만에 맛난 요리 먹나 신 났더니
무슨 놈의 똥 타령, 오줌 타령이냐.
맛난 요리에 구린 똥 섞이는 것도 싫고
지린 오줌 섞이는 것도 비위 상할 일이로다.”
아니리
호랑이 할 수 없이 문 따 주니
마당으로 나온 오누이
똥간으로 가는 척하다
살금살금 빠져나와 쏜살같이 도망가는듸,
진양조장단
어머니는 어린 오누이만 남겨 두고
어디 가서 돌아오질 않으시나.
어머니와 살던 정든 집 나섰으니 이제 어디로 가나.
도망 나왔으니 부잣집으로 가자.
부잣집, 사람 많고 방 많아 어린 오누이쯤 숨겨 주리라.
아니리
부잣집 큰 대문 앞에 서서
고사리손 솜뭉치처럼 부풀어 오를 때까지 두들기며,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호랑이가 우릴 잡아먹으려고 쫓아와요.”
문 두드리며 애원한다.
한참 만에 나온 주인
맨발로 벌벌 떨고 있는 오누이 내려다보더니만,
“너희를 숨겨 줬단 나마저 호랑이 밥이 되겠군.”
이렇듯 몰인정하게 내뱉곤 문 꽝 닫고 들어가니
오누이 훌쩍훌쩍 울며 애원하는구나.
중모리장단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호랑이 오면 우린 죽어요.
깜깜한 밤 갈 곳도 없고
아는 곳도 없어요.
제발 날이 샐 때까지만이라도 숨겨 주세요.”
아니리
울며불며 간청하였건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호랑이보다 무섭구나.
“안 가면 개 줄 풀어 놓을 테다.”
오누이 하릴없어 뒤돌아 도망간다.
중모리장단
가도 가도 끝없네.
호랑이 놈
눈에 파란 불 내쏘며
오누이 쫓아온다.
다 잡은 먹이 먹기만 하면 되는 양 빙글빙글 웃으며,
“천 리든지 만 리든지 도망가 봤자 소용없어.
너희 맛난 냄새 내 코에 박혀 버렸는걸.”
해뜩해뜩 쫓아오는구나.
자진모리장단
불이 난들 이보다 급할쏘냐.
물에 빠진다 한들 이보다 무서울거나.
정신없이 달리는 오누이
머리 풀어 흐트러지고
옷은 너풀너풀 벗겨지고
신발은 어데 가고
맨발로 달려가니,
돌에 채고 가시 찔려
피 나고 부르터서 눈 뜨고 볼 수 없네.
도망치던 오빠 두엄 보았구나.
두엄이란 게 무엇이냐.
농사 때 쓰는 거름이라
똥오줌, 나뭇잎, 구정물, 먹다 버린 음식이며
온갖 것들 모두 모여 푹푹 썩는 것이니
그 냄새가 오죽할까.
오누이 냄새 없애려면 퀴퀴한 냄샐수록 더욱 좋다.
두엄 더미 오누이 살릴 자리로구나.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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