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응답을 극단적으로 만들어가라!
하기 싫은 일이 무언지 대면해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보인다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인 (주)노리단을 만든 주인공이다. 공식적으로 단장직은 그만뒀지만 지금도 부천시로 이주한 노리단과 새롭게 설립된 부산 노리단을 위해 필요한 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2009년에는 하자센터를 총괄 운영하면서 10여 개 사회적 기업의 창업팀을 키워 냈다. 그 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청년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사)시즈의 상임이사를 거쳐 현재는 성북문화재단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대표적인 멘토로서 여전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휘 대표는 청년들에게 정답을 찾지 말고 자기만의 응답을 꾸준히 그리고 극단적으로 만들어 가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송화준 노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김종휘 노리단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처음으로 받은 것일 뿐, 사회적 기업의 발상이나 문제의식을 고민한 주체나 조직은 예전부터 문화예술 영역 곳곳에 있었다고 봅니다. 2004년 6월, 10~30대가 같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그걸 하면서 먹고 살아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거죠.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발상과 고민은 창립할 당시부터 11명 전원에게 문화 유전자처럼 있었고, 그게 창업이란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
개념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은 2006년쯤에 접했어요. 노리단을 처음 만들 때부터 공동체에 의한 주식회사, 종업원 지주회사,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공동으로 지배하는 형태의 주식회사를 고민해 왔어요. 적합한 모델을 찾던 중 해외의 사회적 기업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이거다’ 하며 설레었죠. 단원들이 노리단과 맞는지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서 이걸로 가자고 결정했어요.
송화준 노리단 이외에도 여러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있죠?
김종휘 2009년부터 2년여 간 하자센터 운영을 총괄하면서 노리단 일을 뒤로 하고 청년들이 창업하는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팅 ‘창’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창업팀들 중에서 이야기꾼의 책 공연, 리블랭크, 유자살롱, 영상집단 눈, 트래블러스 맵, 대지를 위한 바느질 등 총 일곱 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죠.
송화준 그때 인큐베이팅한 조직들이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나요?
김종휘 최근에는 하나하나 세세히 살피지는 못하고 있어서 저 역시 궁금합니다. 잘 운영되고 있는지의 기준이 제각각 다르기도 하죠. ‘돈벌이’가 잘 되느냐고 묻는다면, 영업 매출의 경우 잘하는 데도 있고 여전히 고만고만한 데도 있어요. 사회적 기업은 돈벌이와 더불어 ‘조직다움’도 중요해요. 아무리 돈을 잘 벌더라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미션을 잃어버렸다면 돈벌이를 접겠다는 판단을 할 줄 아는 게 조직다운 거죠. 또 당장 돈벌이가 신통치 않더라도 꼭 해야 하겠다는 미션이 있다면 당분간 어려워도 ‘우린 계속 이 사업을 추진한다.’라고 할 수 있어야 조직다운 거예요. 이런 것을 제대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결정하는 조직인가, 이렇게 묻는다면 앞서 거론한 사회적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익보다는 조직다움, 사명의 문제다!
김종휘 대표는 ‘조직다움’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사회적 기업이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는 문제에서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렇게 가면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과 일반 기업을 나누는 기준은 ‘조직다움’으로 볼 수 있다. 즉 돈벌이가 시원치 않더라도 조직을 유지해야 할 미션이 있느냐, 그 미션에 얼마나 충실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럼 그가 창립한 노리단의 경우는 어땠을까? 여전히 그 ‘조직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을까?
김종휘 8년차를 겪는 지금도 조직의 미션과 비전에 대해 내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운영과 문화에서 반복되는 패턴 같은 게 보여요. 내부에 20, 30대 청년들이 많은데 20대의 평균 재직률은 2년 미만이 많고, 30대로 넘어가면 3년 이상 근무하는 경향이 있어요. 20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어떤 관심이나 사회적 미션의 연장 등 다양한 이유로 노리단에 오는데, 2년이면 20대에 겪어볼 수 있는 경험을 1차적으로는 다 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만약 이것이 우리 사회의 20대가 살아온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20대에게 무조건 3년, 4년 계속 남아서 일하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을 겁니다. 앞으로 20대를 채용할 때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송화준 다른 정책이라 함은 어떤 것을 말하죠? 지속가능하게 몸담을 20대를 뽑을 것인가, 20대에 맞는 2년간의 경험을 하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 이런 정책적인 고민인 건가요?
김종휘 그렇죠. 이런 판단 없이 채용 시 무의식적으로 무조건 오래 같이 가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선발하면,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현재 월급은 150만 원이야. 그런데 2년 뒤에는 200만 원 이상 줄게’. 이런 이야기가 무의미하겠다는 것이죠. 그보다는 2년이라는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그 기간 동안 여기서 겪을 일이 뭐고 얻게 될 경험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고 같이 일하자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 합의하고 계약하면 그 20대 청년이 노리단에서 지내게 될 2년의 설계나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조직 관리 문제는 사회적 기업에서 아직까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이지만 앞으로 나누어가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경우 이와 관련한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노리단의 경우 젊은 사람이 많고 이동이 잦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럴 경우 조직 관리에도 애로가 있을 것이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에도 힘든 일들이 많으리라 예상된다. 그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을까?
김종휘 노리단은 구조적으로 소통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또 그런 문화를 유지하고 있어요. 특히 20대가 2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들어오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노리단 단원들 각자도 서로에게 노리단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죠. ‘노리단이 뭐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노리단이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노리단이 이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아니었다’ 노리단은 이렇게 쉽게 조직 내부 이슈가 단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론화돼요.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그렇죠.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뒷말 하듯이 부정적 논의가 오가고 이것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심각해요.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부 논의가 활발한 편이죠. 지금은 큰 변화를 리더들이 결정하고 실행하면서 그에 맞는 내부 의사결정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조직 운영의 노하우가 쌓여 가는 시기예요. 노리단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잘 살리면서 군더더기는 빼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거죠.
송화준 사회적 기업은 이런 식으로 비전을 수립해라,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같은 팁을 줄 수 있을까요?
김종휘 조금은 추상적인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회적기업’, 이렇게 붙여 쓰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은 다시 생각하게 돼요.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라준영 교수가 ‘사회적’과 ‘기업’을 띄어 써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말했을 때, 적극 공감했어요. 사회적 기업을 두고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하이브리드에는 현재 표준 모델도 없다고 봐야 해요. 따라서 ‘이렇게 하니까 되는 것 같아’라는 식으로 모든 사회적 기업에 통용시키는 성공 모델이나 노하우도 표준이라는 것을 세울 때는 주의해야 하죠.
노리단 역시 사회적 기업이라는 본연의 것을 몸살 앓듯 겪으면서 그 정체성과 사업 및 조직 모델을 구체화했어요. ‘사회적’과 ‘기업’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각 조직의 리더들이 비전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각자의 생존법을 찾아야 하죠. 떨어져 있는 ‘사회적’과 ‘기업’의 사이를 스스로의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채워야 하는 숙제를 간과한 채, 아주 훌륭하게 통합된 성공 모델이 있다고 간주하면 안 될 겁니다. 마치 표준처럼 통합된 성공 모델이 있다고 착각하고 그걸 찾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사업을 하거나 조직문화를 만들면 타격이 클 겁니다.
사회적 기업에는 표준 모델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이 이익 추구에만 충실해 왔다면 요즘의 기업들은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이런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 추구와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둘 다 중요하다. 이론적으로 쉽게 다가오지만 이는 실제로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어떤 정답에 대한 갈증을 갖게 되고 어딘가에는 정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는다. 김종휘 대표는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정답이 없는 사회적 기업, 자기의 방식으로 응답해야
송화준 모범답안이 없으니까 이걸 감수할 마음가짐을 갖고 겪어 나가라는 말씀인가요?
김종휘 쉽게 말하면 그렇다는 거죠. 최근 계속 생각하는 건데 사회적 기업에는 정답이 없어요.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벌고’라고 병렬식으로 소박한 바람을 나타낸 정부의 슬로건이 한때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 사회에 사회적 기업이 제도로 운영된 게 이제 5년 됐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기업은 이런 것이다’는 표준값이나 평균값을 정하고 이거에 근접하면 사회적 기업이고 아니면 틀리다, 라고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봅니다.
사회적 기업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제 각각의 사회적 기업이 스스로 또는 연대하면서 자기의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에 응답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예로 들면, 어떤 자동차는 석유를 먹는 엔진을 돌리고 어떤 자동차는 전기 모터를 돌립니다. 꿈의 자동차는 전기로만 가는 건데 그건 이정표죠. 여기로 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니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나오는 거예요. 당장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휘발유 엔진만 돌리는 자동차보다 경제성이 떨어져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분명하니까 가는 것이죠. 사회적 기업이 가는 길도 이것과 같다고 봐요. 다만 개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면 엔진과 전기모터 간의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는데 이때 이 전환을 어떻게 좀 더 저비용으로,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과제와 싸우는 거죠.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사회적인 것이 기업으로’ ‘기업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몸살처럼 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거죠. 앞의 슬로건으로 말하면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돈 버는 일이나 먹고사는 일로 전환되어야 하고, 반대로 돈 버는 일이 더욱 착한 일로 전환되어야 하는 거죠. 사회적 기업은 이 둘의 전환을 한꺼번에 시도하거나 어느 하나의 전환이라도 분명하게 하는 조직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돈 되면 무조건 해서 지금의 위치에 온 것도 아닐 것이고, 30년 후 반도체를 만들자, 스마트폰을 만들자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고 과거 어느 때인가 미리 결정해 둔 것 역시 아니죠. 시행착오와 그 결과를 계속 확인하면서 무엇이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것은 없는지를 배운 거죠.
사회적 기업의 경우 전신이 있는 곳도 있지만, 보통은 운영되었다고 해봐야 5년 내외입니다. 이 정도 된 사회적 기업이라면 무엇이 자신의 모습에 가깝고 어떤 식으로 기업을 운영해 가야 하는지 재검토하는 때가 시작된 게 아닌가 해요.
반면 지금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거나 모색하는 사람들은 조금 다르게 봤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미션 반, 수익 모델 반인 모델, ‘착한 일도 하고 돈도 벌고’와 같은 개념은 이제 안 맞는 것 같아요. 지금 출발하는 사회적 기업은 주저하지 말고 극단적으로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익이 확실치 않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든가, 틈새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든가,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먼저 극단까지 추진해서 경험치를 만들어 놓고 사회적 기업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다뤄보면 좋겠어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있기 때문에 이것에 몸을 맡긴 채, 자기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 없이 지원 정책에 맞추어서 가려고 하면 오래 못 가고 금세 넘어지고 말 겁니다.
김종휘 대표는 일단 극단으로 몰아가라고 말한다.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한 후 수익 모델을 창출하든가, 틈새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확고히 한 후 사회적 영향력을 확산시켜 나가라는 의미다. 두 가지 모두를 추구하고자 사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십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인큐베이팅하면서 느낀 그 나름의 솔직한 결론이었다.
송화준 사회적 기업은 구조적으로 실패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시는 듯한데요. 그렇다면 실패를 대하는 자세나 방법 같은 것이 따로 있을까요?
김종휘 저는 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1년을 분기별로 쪼개서 조직의 실패를 도출해라. 안 그러면 실패를 자꾸 유예시키고 회피하면서 마치 실패를 안 한 것처럼 갈 수 있거든요. 1/4분기 동안 확실하게 실패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내고, 그 실패를 낳은 결정적 원인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불이행’을 직시해서 그것을 다음 2/4분기에 집중적으로 실행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서 실패했는지도 모른 채 그냥 운영하게 되고, 그렇게 활동해서는 성공도 거둘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실패를 도출하고 직시하면 자신이 실제적으로 불이행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죠. ‘준비 없이 영업 나올 수 있느냐’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많이 부딪히고 다녀야 해요. 여러 가지 걱정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행하지 않은 것, 이게 불이행입니다. 그걸 피하지 않고 부딪히고 확실히 지난 분기의 실패로 선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 뒤에 새로운 분기에는 그걸 제대로 실행해 보고 이야기하는 거죠, 이렇게 1년에 4번씩 진행하면 달라질 겁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청년들은 사전에 더 준비를 많이 해서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준비만 반복하는 경우가 생기죠. 실수를 줄이느라 아무것도 안 하느니 실패를 하자. 실패해서 내가 무엇을 확실히 했고, 무엇을 회피했고, 무엇을 불이행했는지 확실하게 알아서 그다음에 달라져야 하는 겁니다.
하기 싫은 게 무언지 대면해 보면 하고 싶은 게 보인다
송화준 어쩌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내가 좋아서 이것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에서 오는 부분도 많은 거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또래가 정말 많거든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김종휘 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을 모르겠다는 상담을 많이 받게 돼요. 모든 요인들이 골고루 양호한 상태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쉬울 겁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이 결핍된 상태에서 그것을 자각하며 성장하다 보니 그 결핍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의 원천이자 재료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대부분 그 중간 정도에 섞여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스스로를 자평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오늘 행복한가’라고 물어보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법이에요. 반대로 ‘내가 오늘 불행한가’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경향이 많아지죠.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골몰히 생각하기보다는, 하기 싫은 게 무엇인지, 회피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더욱 솔직하게 대면하다 보면 자기가 좀 정리가 되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잔뜩 헝클어진 방에서는 지금 당장 급하게 찾는 물건(하고 싶은 것)이 어딘가에서 쏙 나타나주길 바라지만 뒤지고 찾을수록 더 헝클어지기만 하죠. 반대로 헝클어진 방에서 안 쓰는 물건, 구석에 처박힌 물건들부터 찾아서 정리하다 보면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쉬워지죠. 이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송화준 여기에 오기 전에 김종휘 대표님을 인터뷰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더니 많은 친구들이 대신 물어봐달라고 댓글을 달더라고요. 댓글로 올라온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노리단이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창의성을 발현하는 노하우 같은 게 있나요?
김종휘 방법론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많이 소개되었어요. 노리단만의 유별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앞서 노리단은 소통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잖아요. 그만큼 노리단은 다른 데에 비해서 서로에 대해 알아나가는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써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창의적으로 같이 도모할 수 있는 것을 수월하게 만드는 조직 문화일 수 있어요.
외부와 비교하면 훨씬 수평적이고 열린 대화들이 많아요. 서로 쓴소리도 자주 하고 상처도 받지만 이것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적은 없고 ‘우리 내부 문제를 끄집어내면 어떻게 합니까’ 이런 분위기도 없어요. 어떤 신입이 ‘노리단이 이거밖에 안 돼요?’ ‘이거 문제예요’라고 이야기해도 ‘어떻게 6개월짜리 신입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이러지도 않아요. 노리단이라는 조직이 어떤 모순 속에 있는지 본인이 알려고 하면 그것을 숨기지도 않아요. 그런 모순 속에서 출구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우리는 역설이라고 해요. 이걸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죠.
송화준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김종휘 사회적 기업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역설을 만들어 가야 하죠. 모순된 것을 껴안고 견뎌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견디는 과정을 무시하고 모순을 계속 언설로 통합시키려고 한다든가 모순은 이미 해소됐다고 착각할 때 패착이 시작되죠.
‘사회적’과 ‘기업’ 두 가지가 개념상으로 멋지게 통일된 어떤 이상향을 보고 싶겠지만, 그걸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실행해서 성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무산소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과 같아요. 그 과정에서 회의도 들겠지만, 그런 회의감을 붙들고 매달려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적’과 조직 내에서 느끼는 ‘기업’이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고민하고 견뎌내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그 시간에 비례해서 역설이 나올 것입니다.
김 소장과의 인터뷰는 시종 긴장감이 넘쳤다. 그는 여느 사회적 기업가들과는 달리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낱낱이 보아온 산 증인이다. 아울러 그 스스로 수많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인큐베이팅해 온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의 충고는 그저 열심히 하라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가 유독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 역시 그동안 보아 온 실패의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시작하는 것보다 버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다. ‘사회적’과 ‘기업’이라는 상충하는 두 가지가 공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때문에 청춘이 도전할 만한 것 아니겠는가!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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