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동물에게 필요한 것
적합한 생활 공간
어떤 동물이든 가능한 한 넓은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
모든 동물은 음식과 물, 쉴 곳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동물복지라면 이 외에도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가 더 있다.
동물에게는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거나 기어오르거나 날거나 헤엄치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코요테, 늑대, 곰은 며칠 만에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할 수 있다. 코끼리와 범고래는 매해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한다. 곤충, 파충류, 소형 포유류와 같은 작은 동물조차 아주 넓은 생활 공간이 필요하다.
동물은 저마다 필요로 하는 생활 공간이 다르고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선택의 자유
동물도 순간순간 많은 선택을 한다. 동물이라고 해서 단지 본능에 따라 사는 것만은 아니다. ‘바위의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와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가뭄 동안에 어디에 가서 물을 찾을까’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동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 후 행동을 결정한다. 모든 동물에게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필요하다.
무리 생활
야생에서 사는 많은 동물은 사회적 무리에 속해 있다. 짝을 지어 살거나 가족을 형성하거나 크고 작은 여러 무리에 속해 살아간다. 무리에 속해 있으면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는 눈과 귀가 더 많아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포식자가 가까이 있을 때 여러 마리의 엄마 코끼리가 새끼 코끼리 곁을 함께 지키는 것처럼 무리 생활은 안전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 또한 무리 생활을 통해 먹이를 찾거나 사냥을 할 때 협동을 하기도 한다. 침팬지 무리가 원숭이를 사냥하기 위해 협동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돌고래, 고래는 협동 작전으로 물고기 떼를 가둔 후에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먹이를 먹는다.
무리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동물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자원과 지식을 나누고, 다른 구성원을 통해 서로 배운다. 이렇듯 무리 생활을 통해 동물의 삶은 더욱 즐거워진다.
할 일
대부분의 동물은 활동적이다. 먹이를 찾아다니고, 사냥을 하고, 짝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 둥지와 굴을 짓고, 집을 보호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놀이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동물의 활동은 너무도 다양해 다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북극곰은 바다표범을 찾아 먼 길을 걸어 다닌다. 야생 악어는 헤엄치고 잠수하고 탐험하고 사냥한다. 코끼리는 먹이를 찾아 하루에 20시간 정도 활동적으로 움직인다. 야생 코끼리의 삶은 갇혀서 지겨운 삶을 이어 나가는 코끼리와는 전혀 다르다.
할 일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동물을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만든다. 동물이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다.
갇힌 동물의 이상행동
동물이 자연스럽게 살 수 없을 때에는 지겨움과 공포, 절망,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동물에게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갇힌 코끼리는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몸을 앞뒤로 흔든다. 호랑이는 종종걸음으로 우리를 왔다갔다하며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곰은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기린은 입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끝없이 핥는다.
이러한 이상행동은 동물들의 생활 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온종일 잠만 자는 것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이다.
2장 공연하는 동물
서커스단에서의 동물 번식
서커스단은 종종 포획된 코끼리들을 서커스단 내에서 번식시킨다. 이것에 대해 코끼리 보존에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코끼리 번식은 서커스단에게 돈을 버는 좋은 수단일 뿐 종 보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코끼리 중 어떤 코끼리도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번식되어 태어난 새끼 코끼리를 보호하는 것만이 진정한 코끼리 종 보존이다. 인간이 진정으로 코끼리 종 보존을 원한다면 비정상적인 환경에서의 번식에 찬성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코끼리의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코끼리를 불법으로 사냥하지 말아야 한다.
배움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저 비명 소리가 바로 동물들이 네게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는 증거야.”
1999년 카슨 앤드 반즈 서커스단의 코끼리 훈련 모습을 몰래 촬영한 영상 속에 녹음된 말이다. 영상 속에서 동물 책임 조련사는 불훅bullhook이라고 불리는 쇠갈고리와 전기 충격기를 이용하여 코끼리를 세게 찌르고 때리면서 훈련시킨다. 또한 책임 조련사는 조련사들에게 사람들 앞에서는 코끼리를 때리거나 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그런 식으로 동물을 대했다가는 사람들의 반발을 사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동물들에게 하는 행동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2009년 동물을윤리적으로대하는사람들PETA이라는 동물보호단체 웹사이트에도 비슷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PETA의 비밀 조사원이 촬영한 것으로, 링글링 서커스단의 조련사들은 영상 속에서 쇠갈고리로 코끼리의 머리, 얼굴, 몸통을 반복적으로 찌르고, 채찍으로 호랑이들을 후려쳤다. PETA는 그해 7월에 필라델피아 시 검찰청과 함께 링글링 서커스단을 동물 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던 동물 조련사 팻 더비는 공연동물복지협회PAWS, Performing Animal Welfare Society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그는 조련사로 일하면서 매 맞고 전기 충격을 당하는 코끼리, 코가 부서지고 발이 불태워진 곰, 나무 몽둥이로 맞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많이 봐왔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그런 학대 행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불훅
불훅bullhook은 나무, 금속, 유리섬유로 만든 작대기로, 한쪽 끝에 뾰족한 쇠갈고리가 달려 있다. 불훅의 갈고리는 코끼리의 귀 뒤, 얼굴, 다리 뒤 등 민감한 부분에 사용된다.
불훅이 두려운 나머지 코끼리들은 조련사의 말을 잘 듣게 된다. 불훅은 길을 바꿀 때 정도만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조련사들은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코끼리 피부에 구멍을 낼 정도로 불혹을 살 깊숙이 찌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머리와 다리 뒤 등 민감한 부분을 때리고, 아예 피부를 찢어 버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코끼리의 피부는 대부분 얇고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불훅 사용은 코끼리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
조련사들은 왜 동물을 그토록 가혹하게 대하는 것일까? 오락 산업에 종사하는 조련사들에게 최고의 능력은 동물이 정해진 시간 내에 정확한 행동을 연기해 내는 것이다. 동물이 조련사의 신호에 맞춰 정확하게 재주를 부리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조련사로 여겨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조련사들이 동물을 가혹하게 학대하는 이유이다. 또한 코끼리 같은 동물을 훈련시키려면 학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때리고 학대해야만 겨우 통제할 수 있는 동물이라면 과연 인간이 그들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동물 조련사들은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때리거나 학대하면서 훈련시키는 곳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생각이 깊고 책임감이 강한 조련사도 있다. 하지만 공연 동물을 학대한다는 증거는 점점 쌓여만 가고 있다. 공연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하는 조련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야생동물 조련의 경우 학대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동물을 인도적인 방식으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커스단의 조련사들은 온갖 끔찍한 방법으로 동물을 훈련시키지만 절대 관객의 눈에는 띄지 않는다. |
하루도 학대하지 않는 날이 없다
2002년 사라 배클러는 할리우드의 가장 큰 동물 공급업체의 동물 조련사 훈련 과정 프로그램에 자원하여 비밀 조사를 시작했다. 사라는 공연을 하는 유인원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사라는 그곳에서 일주일에 2~3일씩 1년 이상 일했다.
사라는 “그곳에서는 동물을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끔찍한 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조련사들이 침팬지, 심지어 아기 침팬지를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돌을 던지고, 막대기로 때리는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 사라의 조사 내용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학대받던 침팬지들은 평생 편안히 쉴 수 있는 동물보호구역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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