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남한산초등학교
2000년, 남한산초등학교 살리기
남한산초등학교는 1912년 개교하여 2012년에 100주년을 맞았다. 남한산초등학교는 남한산성도립공원 안에 있어서 자연경관이 빼어나며, 역사적 교육 현장으로도 의미 있는 학교이다. 하지만 남한산성도립공원 정비 계획에 따라 문화재 보호를 위해 주거 환경이 제한되면서 학생 수가 점차 감소하였다. 2000학년도에 전교생 26명, 복식 3학급만 남아, 결국 2001년 3월 1일자로 폐교될 위기를 맞았다.
남한산성 인근 지역에서 시민모임을 하는 학부모들이 2000년 여름방학 연수로 학교에 왔다가 우연히 폐교 소식을 듣고, 자연 속에 있는 아름다운 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고민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있어야 학교를 다시 살릴 수 있기에, 학부모들이 곧바로 전입학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또 전교조 경기지부에 학교를 다시 살릴 만한 분을 소개해 달라고 하여 안순억 선생님이 제일 먼저 이 움직임에 합류하였다. 이후 김영주, 최지혜, 서길원 선생님이 함께하게 되었다. 김영주는 동화작가로, 최지혜 선생님은 풍물로, 안순억 선생님은 문학교육으로, 서길원 선생님은 미술교육과 교육제도 연구로 잘 알려진 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정식으로 발령받기 전부터 여러 차례 모여 새로운 학교에 대한 구상과 기존 학교의 문제들을 극복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저마다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데 동의를 했고, 적어도 학생들의 삶을 가꾸는 일에 집중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 했다. 겨울방학 때는 학교에 와서 흔히 말하는 노가다를 했다. 폐교 직전이었기 때문에 유치원은 없어지고 컴퓨터, 책상과 폐물건들만 쌓여 있었다. 학생을 맞이할 교실과 학교를 정리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교장 선생님은 남한산성 바로 아래 있는 은행초등학교에 가서 학교 살리기에 관한 설명회를 하였고, 전입할 의사가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설명회도 열었다. 동시에 지역 동문, 상인협회 분들, 이장님들, 전보삼 만해기념관 관장님 등이 남한산초등학교를 살리는 일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다. 추진위원회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였고, 학교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 의견을 모았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남한산초등학교의 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와 지역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지 않았다면 학교는 다시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초기 네 명의 교사 이외에도 많은 교사들이 함께했으며, 학부모들도 학교가 다시 살아난 이후에 더욱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학부모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이런 힘으로 지금은 170명가량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80% 이상이 남한산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전입한 학생들이다.
초기 남한산초등학교를 다시 살리고자 자원해서 온 네 명의 교사 가운데 서길원 선생님은 현재 성남 보평초등학교에서 내부형 공모제 교장으로, 작은 학교가 아닌 큰 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안순억 선생님은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경기도교육청으로 들어가서 학교 혁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지혜 선생님은 일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김영주는 다른 학교로 갔다가 2009년에 다시 남한산초등학교에 와서 내부형 공모제 교장이 되어 남한산 교육을 이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2001-2008, 학생을 존중하는 학교 만들기
남한산초등학교에 새로 모인 교사들은 학생을 존중하고 학생의 삶을 가꾸자는 뜻을 갖고,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제도를 바꾸거나 학생 중심의 수업을 실천하며 산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학교에서 교실과 교실 사이, 교사와 교사 사이의 자유로운 소통이 어려운 탓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교사는 점점 타율적으로 바뀌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서 잘못된 것을 없애고 학생 성장을 돕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실천하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보태기보다 안 좋은 것들을 버리거나 바로잡는 일을 했다
주번 제도, 상장 제도, 벌점 제도, 월요 애국조회, 토요 반성조회, 일제식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타율적 어린이회의, 전달식 교직원회의, 군대식 줄 서기, 숫자로 학생 부르기 등을 없앴다.
꼭 필요한 것들을 합의하여 새롭게 만들었다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체험과 통합을 중시하는 교육방법을 연구하였다.
학생들이 의자에 앉아서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듣고 필기하는 설명식 수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체험이 가능한 수업을 고민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몸으로 움직이는 체험이 필요한데, 40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기, 만들기, 놀이하기, 주변 돌아보기 등의 간단한 체험만 하려고 해도 최소 3, 4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40분 단위 수업 두 개를 묶어 80분 블록수업을 만들었다. 블록수업 사이에는 놀이시간을 30분 두어서 넉넉한 시간 동안 놀고 쉬도록 했다. 놀이가 일어나려면 최소 10분의 준비가 필요하고, 20분은 놀아야 땀이 난다. 아이들은 그제야 ‘놀았다’고 말한다.
수업 내용 면에서는 통합을 지향했다. 낱낱이 쪼개진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제 중심으로 통합하여 교육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교생이 선후배와 함께 모둠을 짜서 야영을 하는 1박 2일 통합활동인 ‘숲속학교’와, 학기 말에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계절학교’를 열었다. 계절학교는 무학년제(여러 학년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제도), 주기집중형 프로그램이다. 여름계절학교 때는 기초 생활 소재인 흙(도예), 실(직조), 천(가방), 나무(목공), 음식(요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배운 다음 마지막 날 전시회를 연다. 겨울계절학교는 공연문화체험으로, 춤(재즈댄스, 라틴댄스), 노래(중창, 민요), 극(마당극, 연극), 매체(영화, 사진)를 배워서 마지막 날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방과 후 활동으로 국악을 12년 동안 꾸준히 하고 있는데, 특히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외부 전문강사가 국악기 지도를 한다. 1, 2학년은 장구와 민요 부르기, 3학년부터는 풍물, 해금, 거문고, 가야금, 대금, 소금 등 악기를 배워서 학기 말에 모든 학생들이 국악 관현악 연주회를 한다.
학생 자치의 실현을 위해 ‘다모임’을 만들었다
기존 학교에 학급어린이회의와 전교어린이회의가 있지만 형식적인 회의로 끝나고 마는 것을 교사들과 아이들이 이미 경험한 터라, 모든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내고 함께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치회 ‘다모임’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체험학습관에 모든 학생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처음에는 누가 누구를 놀린 이야기, 때린 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학교의 규칙 정하기, 수재민 돕기 등의 의제까지 다루게 되었다. 지금은 행사부, 문화부, 체육부, 봉사부, 도서부 등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행사부에서 진행하는 바자회, 봉사부의 학교 청소, 도서부의 책갈피 찾기, 문화부의 노래대회, 체육부의 축구대회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의 자발적인 계획으로 진행된다. 가끔 교사들에게 경기의 심판을 봐 달라거나 중계방송을 위해서 마이크를 연결해 달라는 부탁 정도를 할 뿐이다.
즐거운 놀이와 편안한 배움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해발 400m에 위치한 남한산초등학교의 자연과 숲을 배움터로 적극 활용했다. 운동장 가장자리로 둥그렇게 떨어져 있던 놀이 기구들을 모아서 ‘숲속햇빛마을’(학생 공모로 뽑힌 새 놀이터 이름)을 만들었으며, 숲속교실 만들기, 학교 옆 냇가 이용하기, 뒷산 산책로에서 아침 산책하기, 참여 설계를 통한 작은 도서관 만들기, 교실 바닥에 난방을 하여 맨발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 확보하기 등을 하였다.
교사 자치, 학부모 자치를 실현하는 공동체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기존 학교의 의사결정체계가 교장, 교감, 교사의 수직적 체계였다면 남한산초등학교는 교사들의 회의를 통해서 대부분의 내용을 의논하고 결정하고 실천하였다. 교장도 교사회의의 의견을 존중하였으며, 교육과정에 관해서는 한 사람의 교사로 참석하여 의견을 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학급의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공유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처럼 학부모 전체 다모임과 반 다모임을 만들어서 의견을 모으고, 함께 실천할 일들을 분담하고, 학교에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거나 건의를 하였다. 동화 모임, 학부모 인문학 아카데미,여행, 축구, 노래, 해금, 대금, 바느질, 목공 등의 다양한 학부모 동아리활동도 이루어졌다. 여행 동아리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기획하여 달마다 여행을 가기도 했다. 동화 모임은 동화를 함께 공부하다 인형극을 공연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학교에서만 하다가 나중에는 마을이나 노인정에서도 공연을 이어 갔다. 아빠들의 참여도 눈에 띄
게 늘어서 ‘아빠랑’이라는 동아리를 반마다 따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2009-2011, 돌아보기와 흩어진 구슬 꿰기
새로 온 교장 김영주와 교사들은 회의 끝에 그동안의 실천을 반성하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09년부터 교사들이 먼저 회의를 하여 그동안 실천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되돌아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반, 동아리 대표단, 학부모 운영위원 등을 대상으로 열 번에 걸쳐 교육과정 설명회와 의견 나누기를 하였다. 공유된 것을 정리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새로운 내용을 채우기보다 흩어진 실천들을 꿰는 작업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하여 공유하였다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에서 ‘참삶’, ‘작다’, ‘아름답다’는 모두 개념어로, 규정하기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뜻매김이 필요했다. 삶을 가꾼다는 말만 놓고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삶을 가꾸려면 배움이 잘 일어나야 한다. 배움은 다시 몸으로(체험), 스스로(자발성), 함께(협동), 새롭게(창의), 기쁘게(깨닫기) 할 때 가능하다고 보았다. 또한 남한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생활에서 나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본디 배움 속에 나눔이 있긴 하지만, 그러한 지적에 따라서 나누는 삶을 목표에 넣고, 귀담아듣기, 배려, 소통, 공공성, 봉사를 실현하도록 구체화하였다. 남한산초등학교의 목표는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학교’로 새롭게 바뀌었다. 나눔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한 ‘돌봄짝’ 프로그램이나 아프리카 영유아를 위한 모자 뜨기 등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균형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남한산초등학교는 주지교과보다는 예술교과를, 주지교과 안에서도 자연과학보다 인문사회교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기초교과에서는 수학보다 국어에 더 치중하는 학교였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모든 영역을 고르게 배우고 저마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와 수학의 균형, 주지교과와 예술교과의 균형,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의 균형, 교과수업과 재량특활시간의 균형 등을 추구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수학, 과학은 각 담임 교사에게 맡기고 연극, 글쓰기, 계절학교 전시회 및 발표회, 숲속학교 등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었다. 대부분 교과수업 외의 활동을 통해 학교의 빛깔을 만들어 왔는데, 이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을 어떻게 꾸려 갈 것인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국어, 수학교과 연수를 기획하였으며, 삶과 말과 글을 이어주는 국어교육, 수학적 사고가 일어나는 수업방법 등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글쓰기 공책, 책 읽기 수첩, 수학 공책 등을 자체 제작하여 1학년부터 6년간 활용하도록 하였다.
목표, 내용, 방법, 평가를 한 안목으로 꿰어 보려고 하였다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교육’이라는 목표는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목표이다. 교사나 학부모가 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한산 교육공동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향할 공통의 목표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어린이,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교사,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학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 1년여에 걸친 교사회의를 통해 교사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통지표를 개발하였다.
또한 배움과 나눔이 일어나는 수업안에 대한 논의, 수업 에세이 쓰기와 이야기 나누기, 평소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 과정을 모은 ‘자람나무’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였다. 배움과 성장의 결과를 드러내는 발표회와 전시회, 프로젝트 수업, 남한산초등학교 교육 이야기를 전국 교사들과 공유하기 등을 실천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의 행정적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남한산초등학교가 혁신학교 모델로 떠오르면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이 있었다. 예산 지원과 분반, 행정실무사 확대 배치, 혁신학교 연수, 내부형 교장 공모제 운영 및 초빙교사제 확대, 교사연구년제 확대 등은 남한산초등학교가 민주적이고 교육 중심적으로 운영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한 학생 존중, 일제식 고사 지양, 창의지성교육 지향 또한 남한산초등학교가 학생 중심 교육을 더욱 확대하여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전원학교 지정도 도움이 되었다
남한산초등학교를 모델로 생긴 전주 삼우초등학교, 아산 거산초등학교, 상주 남부초등학교, 부산 금성초등학교 등이 교과부 전원학교 사업의 모델로 지정되었다. 학생 수가 줄어든 시골 학교들을 대부분 통폐합하는 것이 교과부의 정책이었으나, 그동안 남한산초등학교를 비롯한 몇몇 학교들에 오히려 학생 수가 늘었다는 것을 발견하여 수립한 사업이다.
교과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참여 설계를 통해 학교 환경을 개선하였다. 한옥의 툇마루 개념을 도입하여 획일적인 네모 교실에서 탈피하고,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을 위해 나무로 된 자재를 사용했으며,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운동장, 계단, 나무교실, 교실이 바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더불어 미술 프로젝트, 과학 프로젝트, 체험활동을 확대하고, 저학년 보조교사제 도입, 교재와 교구 구입,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을 통해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었다.
2012-2015, 앞날 내다보기
이제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면 남한산초등학교 11년 동안의 실천들이 정리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안정적 분위기가 갖추어지니 다시 남한산 교육의 한계가 보였다. 배움의 시작이 학생 스스로하는 데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러했던가 하는 의문이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배움에 대해 물어보면 처음 계획 단계부터 끝날 때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갈등하고 해결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모둠을 이루어 야영하는 숲속학교, 학생회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고 정리하는 바자회, 모둠끼리 견학한 이야기, 학생 자치회 다모임이 기획한 노래대회, 축구대회, 피구대회, 야구대회, 봉사활동 등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 프로그램이나 수업 내용 상당 부분은 교사 중심이었다. 물론 학생들의 배움과 나눔을 위해 한 것이지만 뭔가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앞으로 10년을 더 가려면 진정 학생 스스로 하는 학생 중심의 학교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더 고민하고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 어른이 학생에게 기회를 부여하거나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울 권리, 스스로 누릴 권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스스로 배울 권리가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합의한 인권이나 민주적 제도나 규정에 관한 보편적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남한산초등학교가 많이 알려지면서 학생 수가 급증하였다. 한 학년당 한 학급인 작은 학교지만,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을 넘어섰다.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힘들어서 남한산초등학교로 오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섬이 아니므로 함께 살아야 한다. 어려운 아이든, 잘 사는 아이든, 문제가 있든 없든, 아이들만 바라보며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고민이 많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희망을 그리는 ‘사람’이 먼저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부터 문제가 없었던 적도, 쉽게 간 적도 없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적인 논의와 실천들을 이어 가는 원칙만 지켜 낸다면, 쉽지 않은 과정 그 자체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것은 남한산초등학교가 써 내려간 한 편의 이야기일 뿐이다. 남한산의 교육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 학교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태어나길 바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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