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까치는 친구였어.
개는 까치의 날개였고,
까치는 개의 눈이었지.
어느 날 붉은 여우가 나타났어.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해 버렸지.
개는 화재로 새카맣게 타버린 숲에서 날개를 다친 까치를 발견하고 보살펴 주려 한다. 하지만 까치는 개의 도움이 하나도 달갑지 않다. 날개를 잃어 다시는 날 수 없게 된 까치는 삶의 희망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치에게 개는 자신도 한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위로한다. 그리고 까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가 너의 날개가 되어 줄게, 넌 나의 눈이 되어 줘.”
그날부터 개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다니며 날지 못하는 까치의 다리가 되어 준다. 까치 역시 자신이 본 것들을 개에게 말해 주며 개의 눈이 되어 준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난다. 착하고 헌신적인 개는 아무런 의심 없이 여우를 반갑게 맞아 준다. 하지만 여우에게서 불길한 기운을 느낀 까치는 여우를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개에게 경고한다. 까치의 경고에도 개와 여우와 까치는 함께 생활한다. 여우는 개가 없는 틈을 노려 까치에게 접근해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려 주겠다며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까치는 여우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나는 절대로 개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개의 눈이고, 개는 나의 날개야.”
하지만 까치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구해 주었던 개 덕분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게 되었지만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녔던 예전처럼 좀 더 빠르고 강렬한 것을 얻고 싶었다. 결국 까치는 하늘을 다시 한 번 날아 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가장 소중한 친구를 배신하게 된다. 여우의 유혹에 넘어간 까치는 잠들어 있는 개를 홀로 남겨둔 채 여우와 함께 떠나 버린다. 여우는 까치를 등에 태우고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정말 오랜만에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 까치는 그 가슴 벅찬 환희에 젖어 여우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가는 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여우가 멈춰선 곳은 사방이 모래로 뒤덮인 적막한 사막 한가운데였다. 그리고 여우는 그곳에 까치를 버려둔 채 혼자 떠나 버린다.
“이제 너와 개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될 거야.”
혼자 남겨진 까치는 절망에 빠져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버려두고 온 개를 떠올린다. 그리고 어쩌면 개는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심으로 저버렸던 개와의 우정이었지만, 자신이 돌아간다면 개는 반드시 기쁘게 맞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까치는 개와 함께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이번에는 스스로 희망을 찾아 멀고 먼 길을 나선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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