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북극 탐험은 1983년 2월의 어느 늦은 오후 위니펙(Winnipeg, 캐나다 매니토바Manitoba 주의 도시) 도서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그 몇 시간 전에 저는 몬트리올에서 출발한 버스에서 막 내린 상태였습니다. 서쪽에 있는 유콘(Yukon, 캐나다 북서부의 준주)에 가기 전날 밤은 매니토바의 수도에서 하룻밤을 보낼 작정이었지요.
도서관에 있는 캐나다 북부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앞으로의 여행을 기대하는 참에 어떤 이누이트 청년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북쪽으로 가시게요?”
제가 머리를 끄덕이자 청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극에서의 겨울 경험은 대부분 추위를 좋아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그걸 배우려고 레졸루트 만까지 갈 필요는 없어요. 처칠로 가는 북부행 기차를 타는 걸로도 충분하니까요.”
청년은 허드슨 만 해안가에 있는 지점을 가리켰습니다.
“거기 가서도 추위가 견딜 만하다면 그 다음에 갈 곳이라곤 남극밖에 없어요.”
저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청년의 조언대로 다음날 아침 처칠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북쪽 수림대를 따라 펼쳐진 밀밭을 지나 서른여섯 시간의 기차 여행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갑작스런 눈 폭풍으로 마을은 얼음 사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저는 껍질 속에 숨어든 거북이처럼 파카 점퍼 속에 몸을 웅크리고 등에는 무거운 배낭을 멘 채 마을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호텔로 걸어갔습니다.
북극에 대한 사전 경험이 전혀 없었던 탓에 이틀 동안은 헛수고의 연속이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북극광을 보았는데도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극심한 추위 때문에 필름이 얼고 모든 카메라가 다 작동을 멈추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있는 가족과 통화했지만 그 편안한 목소리도 제가 느낀 실망과 좌절감을 덜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도망치듯 떠나는 순간까지도 처칠 지역과 극북 지역이 언젠가 제2의 고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1980년대 초가 되기 전에는 처칠 지역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캐나다 유일의 북극 항구로 수확물을 선적하던 대초원의 밀 농부들이나, 북쪽 종착역까지 황량한 철로를 깔았던 캐나다국립철도의 인부들 정도만 아는 곳이었지요. 위니펙에서 1천 127킬로미터 떨어진 이 마을은 북위 58도 44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위도에 있는 도시로는 스웨덴의 스톡홀름과 노르웨이의 오슬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기를 타고 마을을 내려다보면 북극을 둘러싼 툰드라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마을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처칠 지역은 북극곰, 북극광, 대규모의 철새 이동, 고래 떼, 그리고 해마다 피어나는 화려한 색상의 야생화로 대변되는 생태 관광과 야생동물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과학자, 사진작가, 촬영 팀을 포함해서 수천 명이 이 마을로 몰려옵니다.
처음으로 처칠을 방문한 그 다음해부터 5년 동안 북극광의 황홀했던 자태가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고, 다시 그것을 사진에 담으려고 1988년 처칠로 돌아갔습니다. 실제로 북극광의 장엄한 현상을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시기였기 때문에 열정을 억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제가 관심을 보일만한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흰기러기 떼의 이동이나 해빙 붕괴, 흰돌고래, 야생화 등……. 물론 북극곰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극북 지역을 처음 방문한 이후 저는 취미 생활로 즐기던 초보 사진가에서 전문 사진가로 진화했습니다. 사진작가의 삶이란 현장에서 보내는 몇 시간 동안 완벽한 절망감과 완벽한 환희의 순간을 모두 경험하는 것입니다. 텐트 속에 앉아 폭풍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고장 난 장비와 씨름하는 일, 또는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장소에서 헤매는 경험 등은 사진작가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지게 하지요. 하지만 새끼 곰과 다정하게 있는 어미 북극곰을 발견하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순백의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북극곰의 모습을 포착하는 순간은 그 숱한 절망의 시간을 보상해 주고도 남습니다.
야생에서 사진을 찍는 데는 250분의 1초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적절한 빛과 제대로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정확한 장소와 정확한 시간을 만나려면 몇 주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진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와 야생동물 전문가, 그리고 인내심 덕분이었습니다.
20여 년 동안 되도록 자주 처칠 지역을 방문했고, 최근에는 마을의 남동쪽에 있는 와푸스크 국립공원에 사는 북극곰을 주로 찍었습니다. 또한 더 북쪽으로 가서 빅토리아 섬에 사는 여우와 사향소를 촬영했고, 코럴 하버와 이글루리크 지역의 바다코끼리, 서머셋 섬 근처의 흰돌고래, 배핀 섬 근처의 일각고래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북쪽의 호수 지역에서 헤엄을 치는 북극곰을 처음으로 본 다음부터 저의 주된 관심사는 북극곰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유럽의 북극권에 자리한 군도인 스발바르 지역에 사는 북극곰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북극 어느 곳에 있든지 북극곰을 마주칠 때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경외감에 빠져듭니다.
북극곰 바이러스는 감기와 비슷합니다. 단순한 존경심을 포함해서 다양한 증상을 보이지요. 그중에 특히 지속되는 증상은 모든 북극 지역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 광활한 풍경은 당신의 마음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지요. 이 소박한 대지는 내재된 풍요로움으로 당신의 감각을 일깨워 줍니다. 머리 위로는 학두루미, 아비새 그리고 기러기 떼가 잊을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하며 날아갑니다. 때로는 끈질긴 모기 떼가 잉잉거리는 소리로 북극의 청명한 대기를 가득 채웁니다.
북극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땅입니다.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며 면적도 넓고 강력한 힘도 있지만, 사실 이 북극지역은 너무나 연약합니다. 기후 변화와 석유, 광물 채취, 그리고 포획과 남용 때문에 섬세한 균형으로 상호 연결된 생태계에 조금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이 북극곰을 보호하고 그 대체 불가능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활동을 후원할 수 있도록 여러분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와푸스크 국립공원 소개
와푸스크 국립공원Wapusk National Park의 ‘와푸스크’는 원주민인 크리 족의 말로 ‘흰곰’입니다. 즉 북극곰 공원이라는 뜻입니다. 본격적으로 노베르트의 장엄한 사진들을 보기 전에 북극곰과 그들이 살고 있는 땅에 대하여 몇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96년에 설립된 와푸스크 국립공원은 허드슨-제임스 만 저지대 지역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캐나다의 국립공원 중 하나입니다. 공원 부지로 선정된 지역은 생태학적인 다양성과 철새와 텃새들, 그리고 북극곰의 서식지로서의 중요성 때문에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의미심장한 곳입니다. 캐나다의 다른 모든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와푸스크 공원은 후손들을 위해 땅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고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와푸스크 공원은 허드슨 만의 서쪽 해안가에서 시작하는데, 고대로부터 형성된 해안가 언덕과 저지대를 가로질러 끝없이 펼쳐진 호수와 이탄지(토탄이 퇴적하여 이루어진 땅)의 개울을 거쳐, 타이가(북반구의 냉대 기후 지역에 나타나는 침엽수림) 지역이 툰드라와 맞닿은 가문비나무 숲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이 북극권의 남쪽 끝이자 바로 북극곰으로 상징되는 지역입니다.
얼음과 기후, 해류와 조류, 서식지와 생존을 위한 생태계의 이동 등 복잡한 이유로 인해 북극곰은 자연스럽게 와푸스크 국립공원으로 모여들게 되었습니다.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허드슨 만의 얼음은 해마다 완전히 녹기 때문에 곰들은 육지로 올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얼음이 붕괴되면서 만에서의 해류는 남쪽으로 흐르고 허드슨 만에 사는 북극곰의 대부분이 그곳에 남게 됩니다. 육지에서는 곰들이 다시 만이 얼기를 기다리면서 해안가 근처에 머무릅니다. 하지만 새끼를 밴 암컷들에게는 다른 목적지가 있습니다. 이들은 와푸스크 공원의 중심부와 서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그곳에는 새끼를 낳아 기르기에 적당한 장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울이 되면 사냥을 하기 위해 암컷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해빙 위로 이동해서 허드슨 만으로 갈 것입니다. 그때까지 암컷들은 와푸스크 국립공원에서 새끼를 낳고 기릅니다.
와푸스크 공원에 북극곰의 서식지가 집중되는 이유는 마땅한 은신처가 많기 때문입니다. 북극곰은 눈 속보다는 땅속에 굴을 파는데 적당한 부지를 찾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위에 눈이 쌓여 있어서 보온이 잘 되어야 하고, 굴을 확장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암반이나 다른 장애물도 없어야 하며 또한 지붕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지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장을 멈춘 전나무 숲의 가장자리는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연못과 시냇물이 이탄지로 흘러 나가서 물이 스미지 않기 때문입니다. 토탄 습지의 둑은 높이가 몇 미터나 되며 거의 수직입니다. 지표면에 가까운 전나무의 뿌리 덩어리는 굴의 안전한 지붕이 되어 줍니다. 나무 등걸과 줄기, 그리고 남동쪽을 향해 있는 둑에는 눈이 단단하게 많이 쌓입니다. 다시 말해 북극곰의 굴로 최적의 장소가 되지요.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태학적 균형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북극곰의 서식지가 개발되거나 변화되는 것을 막고 곰들이 불필요한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우리의 임무는 사람들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서 아름다운 동물들을 볼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발견한 장소를 공개하고 전 세계에서 오는 방문자를 안내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책은 북극곰과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인 와푸스크 국립공원과 그 밖의 장소에 대해 살짝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캠프벨 엘리어트(Campbell Elliott, 와푸스크 국립공원 총괄감독)
1장 북극곰의 은신처
침엽수와 하얀 눈이 번갈아 나오면서 마치 녹색과 흰색의 조각으로 짜여진 퀼트 같은 시골 풍경이 저 아래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 우리는 수목 한계선을 지나 구불구불한 개울을 따라가다가 바람이 없는 쪽에 거대한 눈 더미를 발견했습니다. 북극곰의 은신처로 아주 이상적인 곳이지요. 헬리콥터 조종사가 바로 아래에서 북극곰의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가파르게 하강 회전을 할 때에는 갑자기 아침에 먹었던 음식물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개울 근처의 가장 키 큰 나무들 바로 위를 날면서 우리는 곰 자국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저기 있어요!”
캐나다야생동물서비스Canadian Wildlife Service 소속 과학자인 데니스 안드리아섹이 외치는 소리를 이어폰으로 들었습니다.
“암컷이 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어요! 저것 좀 보세요. 새끼 곰도 있어요!”
헬기를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북극곰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은신처가 겨우 보입니다. 북극곰의 은신처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이 나라에서 북극곰의 은신처를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사실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맙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모리스 스펜스와 마이크 스펜스 형제, 그들의 친구인 알렌 오만의 도움을 받아 북극곰 가족을 찾아다녔습니다. 스펜스 형제는 와푸스크 국립공원의 끝에 자리한 유명한 ‘와치 로지Wat'chee Lodge’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자, 사진가, 영화 팀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원의 막대한 규모와 북극곰이 얼마나 잘 숨는지를 고려해 보면 이들의 은신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리스에게 북극곰을 찾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지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여기는 모두 부족의 땅이지요. 여기서 배운 모든 것은 다 아버지와 다른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배운 거예요. 구름을 보면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있어요. 얼음 색깔이나 쌓인 눈을 봐도 알 수 있답니다. 눈과 마음을 열고 은신처를 찾는 북극곰 어미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지요.”
와푸스크의 암컷 북극곰은 새끼가 태어나기를 고대하면서 땅속에 새 은신처를 파거나 이전에 여러 세대가 사용해 온 기존의 은신처로 들어갑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암컷들은 안락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적당히 쌓여 있는 눈 더미를 찾아 나섭니다. 주로 1.2미터 높이에 2×3미터 정도의 공간 한 개를 파지만 두세 개를 파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붕의 두께는 쌓인 눈을 통해서 공기가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얇습니다.
그 두께는 너무나 얇아서 한번은 동료 사진작가가 넘어졌을 때 지붕이 무너진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의 다리가 빠진 곳은 곰이 없는 여분의 공간이었습니다.
이누이트 족이 이글루비쿠스라고 부르는 굴 안에서 어미 곰은 지난겨울에 축적한 지방을 소비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겨울잠 속에 출산을 기다립니다. 새끼들은 11월과 12월 사이에 태어납니다. 어미 곰은 보통 한 마리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전형적인 북극곰 가족을 이룹니다. 가끔은 세 마리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극곰은 막 태어날 당시에는 다람쥐보다 더 작으며 몸무게는 1킬로그램 정도입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갓 태어난 새끼 곰은 얇은 솜털로 뒤덮여 있는 아주 연약한 존재입니다. 미발달 상태의 새끼 곰은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합니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외부의 온도가 아무리 낮게 내려가도 굴 내부는 영하를 웃도는 기온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굴을 덮은 눈이 보온 역할을 해 주고 어미의 몸에서 나오는 체온이 내부를 덥혀 주기 때문입니다. 새끼 곰은 태어나서 처음 3주 동안은 얼어붙은 땅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미의 넓적다리 위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새끼 곰은 연약한 존재이기는 하나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서 어미의 두터운 털을 헤치고 젖꼭지를 찾아 낼 수 있습니다. 북극곰은 지방 농도가 40퍼센트가량 되는 진한 젖을 만들기 때문에 새끼 곰이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고지방 식사를 한 달가량 하고 나면 새끼들은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6주 정도가 지나면 눈을 완전히 뜨고, 10주가 되면 무게가 11킬로그램에 이르고 몸의 균형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마침내 굴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지요.
그때가 되면 낮이 점점 길어지고 따뜻해져 어미 곰은 밖으로 기어 나와 기지개를 켭니다. 어미 곰의 털은 굴속에서 수개월을 지난 터라 흙이 많이 묻어 있고 얼음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혼자 몇 번 밖에 나갔다 온 후에 어미 곰은 별로 따라나서고 싶지 않은 새끼들을 유인하여, 곰의 일생 중에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계절을 보낼 바깥세상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처음에는 새끼 곰들이 어미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지만 곧 눈 위에서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새끼들은 이런 놀이를 통해서 점점 강하게 자라며 신체 조정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끼들이 굴 근처에서만 놉니다. 위험에 처하거나 갑자기 날씨가 나빠질 경우에는 재빨리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겨울 환경에 순응하는 것은 북극에서 사는 모든 생명체의 숙명입니다. 새끼들 역시 겨울 환경에 빨리 적응하면 할수록 생존할 가능성도 더 높아집니다.
한번은 깊이 파인 토굴에서 5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새로 판 눈으로 된 굴을 발견했습니다. 그 토굴의 입구에는 곰 가족의 입김 때문에 발생하는 서리가 보였습니다. 모리스는 3개월이 지난 후에 어미 곰이 기존의 오래된 굴에 싫증이 나서 깨끗하고 밝은 주거 공간을 찾았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어미 곰은 주변 경관이 잘 보이는 남향의 긴 적설 언덕을 발견하고 그 한가운데에 새로운 굴을 파기 시작했을 겁니다. 어미의 긴발톱 자국이 굴 주변에 여기저기 찍혀 있고 쌍둥이 새끼 곰의 작은 발자국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1~2주 후에 어미와 새끼 곰은 허드슨 만으로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누이트 족은 그 여정을 ‘아틱톡(ah-tik-tok, 바다로 가는 여행자들)’이라고 부릅니다.
북극에서 봄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새로운 북극곰 가족의 등장을 지켜보는 게 아닐까요?
(작가의 말, 1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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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노베르트 로징
독일 출신의 야생사진가 노베르트 로징은 1988년부터 캐나다, 매니토바 주의 처칠 지역을 자주 여행하였으며 이 지역에서 ‘북극곰 아저씨Mr. Polar Bear’라고 불립니다. 처음 북극 지역을 방문할 때부터 북극곰과 북극곰이 살고 있는 환경에 한결 같은 열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과 아프리카의 국립공원과 자연보호 대상 지역에서 헌신적인 사진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유럽 전역과 북미 지역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비롯한 여러 잡지와 책에 활발하게 기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포토어워드인 트리렌베르크 슈퍼서킷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본서의 커버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100대 야생사진 특별호의 커버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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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이순영
1970년 강릉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졸업한 뒤 여러 기업체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했습니다. 2009년 도서출판 북극곰을 설립하여 환경과 영혼의 치유를 주제로 일련의 책들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으며, 번역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서인 노베르트 로징의 『북극곰』 외에 곧 린다 굿맨의 『당신의 별자리』와 마르타 알테스의 『안돼!』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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