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귀한 후배 ‘서른’에게
서른이나 먹었는데 책 표지 넘기자마자 느닷없이 후배 취급을 당한다고 기분 나빠할 사람 없길 바란다. 마흔을 넘고 보니 지나간 서른 때의 추억과 안타까움으로 그대를 서른 때의 소중한 나로 잠시 대하고자 한다. 때문에 칭찬, 형식보단 진심 어린 충고와 실질을 더 우선해서 알려주겠다. ‘나’를 보호하는 싸움의 기술, 뭐 이런 거랄까.
법은 종종 책임, 판단의 기준, 상식으로 비교되기도 하고 심지어 ‘생활’이라고도 표현될 정도로 사람과 밀접해 있다. 이런 법이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지, 특히 서른 즈음에 왜 그 기초가 확립되어야 하는지부터 먼저 설명하는 게 내 임무일 것이다. 나한텐 좀 부담스러운 일이다. 첫인상에 잘 보여야 그대에게 선택될 것이고,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제목이나 프롤로그로 화장발만 살리는 글을 쓰진 않았다. 맨얼굴인 내용이 더 예쁘다. 밝은 데 가져가서 잘 살펴보길 바란다. 귀한 사람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는 마음으로 썼다고 나름 자부한다. 그동안 쏟아져 나온 많은 법률 실용서들을 봐서 알겠지만 서두가 다 비슷하다. “우리는 법을 떠나 살 수 없으므로…… 기본적인 법 지식은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 쉽게 쓴다…….” 소재와 내용이 비슷해서 그런지 틀리진 않다. 그런데 그런 식의 상투적 서언을 여기서도 달고 싶지는 않다.
나는 서른이 막연히 두려워하는 각종 생활법률을 찾아 도장 깨기 하듯 맞짱 한번 떠보려 한다. 앞장은 그대가 선다. 뒷일은 내가 맡는다. 물론 법이란 게 맞짱 떠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무작정 덤비면 나라도 피똥 싼다. 흥분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면 무조건 지는 거고, 이기기보다는 서로 페어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라. 이성을 가지고 상대방과 한번 어울리고 놀아본다는 생각을 하란 말이다. 그래야 맞짱이 끝나면 승패와 상관없이 법과 친해진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법은 그대 생각보다 그릇이 크다. 코피 터지더라도 웃어주고 어깨동무도 해보라. 영화에서도 봤겠지만 그게 더 멋있다. 더 좋은 건 그 다음부터는 법이 그대를 보호해준다는 점이다. 아주 든든하게.
법같이 그릇 큰 분들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해야 한다. 이분들의 배려가 없었으면 이 책을 못 썼을 것이다. 오성환, 정영훈, 고경철, 우현욱, 황대오, 그리고 건강한 서른이 되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김태성, 손준호, 신서영, 안준홍, 한정원, 다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2년 겨울 천안(天安,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곳)에서
한정우
Chapter.2 초보 직장인들, 어깨를 펴라!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켜 지급한다는데
5년차 봉제기술자인 28살 여성 C씨. 3년 전부터 스무 명이 넘는 의류 가공업체에서 정규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등산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몇 년 전부터 등산복 생산량이 연 90% 이상씩 증가했다. 매년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생산량에 비해 직원의 추가 채용은 없었고, C씨와 직원들은 자연히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했다. 하지만 사장은 직원들의 임금을 8%씩만 올려주었다.
회사의 늘어난 이익과 제공된 근로에 비하면 약소했지만 직원들은 유례없던 호황이 지속되자 다음에는 적어도 10% 이상의 연봉 인상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참았다. 현재까지 주문받은 것만 따져도 전년 대비 70% 이상의 매출이 증가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발표된 사장의 임금 인상률은 13%. 그러나 거기에 덧붙인 사장의 조건에 직원들은 떡 벌어졌던 입을 금세 닫아야 했다. 입술을 깨무는 직원도 있었지만 아무도 사장의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간의 퇴직금은 중간정산을 하고, 앞으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킨다는데?
직원 노동력을 착취하던 사장이 이젠 임금까지 착취하려나 보다. 월급을 조삼모사 식으로 편법 인상한 뒤, 퇴직금마저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퇴직금을 포함하게 되면 연봉이 오르지 않아도 자연히 10% 정도 월급이 많아진다. 그것은 월급의 인상이 아니라 직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퇴직금이다. 사장은 퇴직금과는 별도로 10% 이상의 연봉 인상을 해주어야 할 시점에 불과 3%의 연봉 인상만을 해놓고 13% 급여 인상이라는 생색을 내며 퇴직금까지 회피해볼 요량이다. 조금만 계산해보면 삼척동자도 빤히 보이는 부당함이지만 사장과 대등한 관계에 있지 못한 직원들은 아무도 이의를 못 내민다. 입만 내밀 뿐이다.
사장한테 이의, 하지 마라. 직원 모두가 단합해서 하는 게 아니면 총대 매지 않아도 된다. 괜히 회사생활 고로와진다. 그냥 사장이 퇴직금 포함해 월급 주도록 놔둬라. 지 손해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사장의 편법, 그거 못된 짓이라서 법원이 인정 안 한다. 퇴직금을 포함한 1년 연봉을 13으로 나누어 매월 지급하는 회사, 많다. 퇴직금도 미리 타고 월급도 많이 필요한 직원들의 편의를 봐주려는 선의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임금 인상률의 물타기나 퇴직금 지급의 회피를 위해 그런 형식을 취한다. 이렇게 월급에 포함시켜 지급한 퇴직금, 퇴직금 아니다.
C씨는 퇴직할 때 별도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퇴직금은 최종 퇴직 시에 발생하는 금원이기 때문이다. 최종 퇴직 시에야 발생하는 권리를 근로자로 하여금 사전 포기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법리다.
매월 급여명세표에 ‘퇴직금’ 명목을 넣어 지급하던데?
계속적인 근로 중에 받은 금액은 그 명목을 아무리 ‘퇴직금’이라 호칭하더라도 퇴직금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최종 퇴직 시점에 발생하는 것이고,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할 수 없도록 강행규정화되어 있다. 당사자들 간에 사용하는 명목은 중요하지 않다. 법률적 성격과 효과가 중요하다.
마치 살아 있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준 것을 ‘상속’이라 세간에서 호칭하더라도 그것을 상속이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상속이라는 것은 피상속인이 사망해야 비로소 효과가 발생하는 법적 제도다. 생전에 지급할 수 없는 것이고, 생전에 포기할 수도 없다. 상속과 증여가 각기 다른 성격과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과 같이 퇴직금과 임금은 비슷해 보여도 서로 다른 성격과 법적 효력을 갖는다.
그럼 월급에 포함된 돈은 어떻게 되는 건가?
기존에는 고용주에게 다시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를 악용해 이중으로 퇴직금과 퇴직금 상당의 부당 이익을 추가로 취하려는 근로자가 많아지자 최근 대법관들조차도 사안에 따라 견해와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실질적인 근로관계와 내용이 어떠했는지가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아 현재로서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쉽고 간단히 말한다면 누구에게 정당성이 결여되었느냐, 불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 것이냐에 따라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C씨의 경우와 같이 월급에 포함된 퇴직금은 사실상 인상받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임금이다. 결과적으로 사장의 불순한 의도 하에 직원들의 불이익이 되는 그 돈은 퇴직금이 아닌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으로 보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반대로,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을 했음에도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청구한다면, 고용주가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지급한 것이 된다. 그 금액만큼 고용주는 손해를 입는 것이고 근로자는 이익을 얻은 셈이어서 이 경우에는 고용주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본다. 괜히 근로기준법 좀 안다고 퇴직금을 이중으로 받으려는 꼼수 부리다 소송당하고 나쁜 놈 될 수 있다. 양심적으로 쿨하게 나가라.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나를 기계로 아나?
터미네이터. 좀 오래된 영화 제목이지만 오랜 기간 시리즈로도 나왔으니 서른의 세대도 잘 알고 있을 캐릭터라 생각된다. 파괴자, 종결자란 의미가 있지만 영화적으로는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몸 바쳐 움직이는 기계의 모습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서른의 근로자 중에는 상당수의 터미네이터가 섞여 있다. 물론 야근과 휴일근무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회사와 직원의 존립에 있어 필요악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번이 퇴근시간이 늦어지면 기계로 취급당하는 느낌이 들기 마련. 자신의 취미, 성격, 성향, 생활과는 무관하게 회사가 나를 옥죈다는 느낌이 물밀 듯 밀려온다.
슬슬 열 받는 얘기지만 자, 진정하자. 앞서 야근과 휴일근무는 어떤 근로자에게는 필요악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노동과 대가’라는 존엄하고도 차원 높은 맞짱 상대와 관련한 논쟁이기도 해 함부로 다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대가가 주어지지 않거나 근로자를 해치는 지속적 야근이나 휴일근무는 매우 부당한 것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권리 찾기나 권리 실현, 그리고 약간의 ‘피해의식’을 무기 삼아 여기서 잠깐 대들어보는 전략을 써보자.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하고 있지만 그 수당을 못 받고 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송강호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늦게까지 일했다면 늦게까지 일한 만큼의 밥은 먹어야 한다. 그래야 영양실조 안 걸린다. 현행법상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초과한 근무는 연장근무로 보고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초과수당을 받을 수 있다. 특별히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의 야간근로와 휴일의 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한 수당을 지급받는다. 사장이 순순히 내놓지 않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으면 회사가 소재한 고용노동부 지청에 진정을 넣는다. 그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물기 전에 근로자에게 빨리 수당을 지급하라고 고용노동부가 으름장 놔준다.
근로자를 기계 취급하는 사장님들 중 기계한테 밥 안 주는 분들 의외로 많다. 기계가 무슨 놈의 밥이냐며 아주 가끔 기름칠만 해준다. 기계는 돌아가야 하니까. 한국 직장인들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길다. 풍요롭게 살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장시간의 노동을 관행으로 여길 정도다. 그런데 그게 삶의 질을 낮추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점, 이젠 사장님들도 알아야 한다.
사장이 야간근무 안 시켰다고 잡아떼는데?
임금과 관련한 진정을 넣을 때는 시간외 근로를 했다는 출근대장이나 업무일지 등 증명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체계가 잡히지 않은 회사여서 그런 서류가 없는 경우라면 함께 야근을 했던 동료의 진술서, 초과근무 사실이 증명되는 업무 성과물 등을 제출한다. 이도 저도 구하기 어려우면 출퇴근 장면이 찍힌 CCTV 동영상이라도 구해 제출한다.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야근과 휴일근무가 지속된다면 근거를 남겨놓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야근이나 휴일근무 수당 역시 임금채권이므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기간 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청구권이 상실될 수도 있다. 오래된 밥, 상해서 먹기 어려운 것과 같다.
수당은 받지만 너무 벅찬 추가근무가 괴롭다.
제한할 수 있다.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은 이를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1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것도 일방적인 근로 요구가 아닌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연장이어야 한다. 만약 이 제한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일을 부려먹으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인가가 나지 않는다. 사장이 근로시간의 제한사항을 순순히 지키지 않으면 이 역시 회사가 소재한 고용노동부 지청에 진정을 넣는다.
근로시간을 준수한 뒤 가방을 챙겨 그대를 터미네이터로 여기는 사장에게 이렇게 말하고 퇴근한다.
“I’ll be back!”
딴 나라 이야기,
법정휴가와 최저임금
법정휴가라 함은 근로기준법상의 휴일을 말한다. 회사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하는 약정휴가와는 다르다. 근로기준법상의 기본적 휴일에 더해 기업이나 해당 업종의 기념일, 업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추가로 협약하기 때문에 보통은 약정휴가가 근로기준법상의 휴가보다 많다. ‘법정휴가’, ‘근로기준법상의 휴가’ 등의 단어는 모두에게 생소하지 않다. 다만, 그것을 누리는 경험에 대해서는 생소한 사람이 더 많다. 아예 그림의 떡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월차 유급휴가는 폐지한다. 회사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연차를 주어야 한다.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직원에게는 15일의 유급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근로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연차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회사는 직원이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한다. 그 휴가 기간에 대하여서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 근로기준법 중에서
위 기준보다 불리하게 협약하거나 근로 계약을 하면 무효로 처리한다는 강행규정으로 실행되고 있는 현행법이다. 근로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방향으로 자주 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괴리감이 느껴지는 딴 나라 이야기, 남의 나라 제도처럼 여기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공기업, 대기업, 중견 기업 등과 중소기업, 개인사업장 등의 구조적 업무환경의 격차가 극심하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고자 하는 협상은 그 자체가 무척이나 산통을 겪는 일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물가인상 전망치 등을 반영해 현실화해야 하는 문제와 더불어,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영세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된다는 진퇴양난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현상은 그만큼 어렵게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현장에 적용하는 일 역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에 대한 현수막을 전국적으로 내걸고 홈페이지 첫 화면에 고정해 공시하고 있는 등 그 준수를 홍보하고 있지만, 직업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최저임금보다 못한 금액을 받으면서 열악하게 일하고 있다. 산 넘어 산이다.
회사가 연차수당을 포함시켜 연봉 계약을 하고서는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회사다. 직원을 근로에 옥죄기 위해 애당초 연차 사용을 제한하려고 그런 연봉 계약을 체결하는 회사, 많다. 연봉 계약과 연차 사용은 별개의 문제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대가가 이미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며 연차 사용을 제한한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연차수당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시점이나 그 이후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연봉 계약에 미리 포함시켜 연봉으로 이미 지급했더라도 연차수당이라 볼 수 없다. 그대의 연차휴가 사용권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직원이 나 하나뿐이고, 근무 시작할 때 이미 최저임금액보다 낮은 금액의 임금합의서를 작성해주었는데?
그 합의서는 무효다. 사장이 그대와 합의(?)해 최저임금액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고 정하더라도 최저임금제도라는 강행규정에 위반되는 계약이기 때문이다. 그런 임금은 최저임금액으로 합의된 것으로 간주되어 사장에게 최저임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 근로자를 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상용근로자뿐만 아니라 임시근로자나 일용근로자, 시간제근로자 등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18세 미만의 연소근로자에게는 취업 기간이 6개월이 될 때까지 시간급 최저 금액의 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대가 최저임금을 요구해도 사장이 바위처럼 꿈쩍 않는다면, 여전히 그대를 어리숙하게 보고 있단 얘기다.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과에 신고하는 성숙함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물론 사업하면서 직원 부리기 어려운 사장님들 많다. 회사가 어려워 많은 돈 주기 어려운 거 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는 다름 아닌 근로자의 최소한의 생계 보호를 위해 정해진 최저임금의 지급을 강제하는 제도다. 이제 우리나라도 최소한의 생계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성숙한 의식이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다.
Chapter4. 세입자로 살더라도 똑똑하고 당당하게!
담보설정된 집,
세 얻기 갈등되네
집주인이 되었든 세입자가 되었든 우리의 재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동산 자금이다. 또한 집에 대한 소유욕은 우리에겐 강박관념과 같을 정도다. 집의 바닥을 빚더미로 깔더라도 세입자는 소형 아파트의 주인이라도 되길 소망한다. 소형 아파트의 집주인이 된 뒤에는 보다 넓은 집으로 옮기는 꿈을 꾼다. 어쨌든 아껴 모은 전세보증금은 그런 꿈을 실현하는 데 큰 밑천이 되는데 실수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조기에 접는 사람들이 있다. 담보설정이 되어 있는 집에 잘못 세를 들었다가 그 밑천마저 날려버리는 사람들이다. 집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정서와 행복을 위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공간이자 재산이므로 전세나 반전세 거래 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역정보지를 통해 직거래를 선호한다. 복비가 안 나가니까.
신문 광고나 집주인의 말만 믿고 경솔하게 계약하지 않는 사람, 즉 직거래에 항상 성공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상관없다. 그러나 광고에는 부동산 자체의 결함은 나오지 않는다. 복사 기술이 발달되어 사실과 다르게 고쳐서 다시 복사해 등기부등본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보여주는 등기부만을 믿으면 안 된다. 직접 등기부등본을 떼 확인하거나 열람하는 것이 좋다.
등기부를 교부받아 권리와 순위 보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그리고 약간은 알더라도 권리 분석이 쉬운 근저당 외에 가등기, 가압류, 가처분 같은 복잡한 권리가 뒤섞여 있는 부동산이라면 복비를 좀 쓰더라도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원하는 새 아파트 단지에는 담보설정 안 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담보설정이 되어 있다고 무조건 기피 대상이 되진 않는다. 담보설정이 되어 있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음에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안정형 담보설정이 있고, 반대로 리스크형 담보설정이 있다.
안정형 담보란, 아파트 시세와 담보설정 액수의 차이가 전세보증금보다 훨씬 상회하는 경우다. 이런 아파트는 아파트의 시세가 다소 하락하거나 아파트 경매 시 유찰되는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등기부상에 설정된 담보란 일반적으로 근저당권을 말한다. 이 근저당권은 설정 당시의 실제 채무액보다 20% 정도 높여 채권최고액이라는 것을 등기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1억 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이를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1억 2,000만 원이다.
이렇게 설정된 근저당권은 대체로 채무가 모두 변제되는 때에야 말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채무자가 중간에 일부를 변제했어도 변제내역을 별도로 변경 등기하지 않는 이상 채권최고액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1억 원의 대출을 받은 뒤 얼마 되지 않아 5,000만 원이나 갚았어도 그 변제내역을 등기부에 반영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등기부등본에는 채권최고액이 1억 2,0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면 이와 같이 등기부상의 채권최고액과 자신의 실제 채무액은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집주인들이 많다. 이미 대부분의 대출을 갚은 상태이니 전세 들어와도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안정형 담보에 속한다. 그러나 집주인의 말에만 의존하지 말고 은행 등과 같은 근저당권자에게 반드시 확인하자. 채무변제내역 확인서를 교부받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집주인의 말처럼 1억 원의 대출 중 5,000만 원이 이미 변제된 것이라면 등기부상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5,000만 원 또는 그 금액의 20% 정도 높은 6,000만 원으로 변경 등기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담보설정 금액이 줄어들면 전세보증금 반환의 안정성이 높아진다. 변경 등기하는 일, 어렵지 않고 돈 얼마 안 든다.
리스크형 담보란, 아파트 시세와 담보설정 액수의 차이가 전세보증금보다 훨씬 하회하거나 거의 일치하는 경우다. 하회하는 경우는 세입자들이 대부분 기피 대상임을 분명히 주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치하는 경우를 안정형으로 판단하고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 애매하고 위험하다. 아파트 시세의 하락이나 경매 유찰의 경우를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당장 자신의 전세보증금액만 떨어지면 담보설정된 집이라도 꺼림칙하지 않게 들어가는 것이다. 집이 마음에 쏙 든 경우 특히 그런 실수를 많이 한다. 세계 경기와 국내 부동산 경기의 유동성이 심한 시기이고 경매 시에 한 번 정도의 무효는 기본이므로 아파트 시세와 담보설정 액수의 차이가 전세보증금과 일치한다고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근저당권을 말소해주겠다는데?
이런 조건의 전셋집, 많다. 설정된 근저당권이 꺼림칙해 전세 얻는 일을 고민하면 집주인은 이런 제안을 종종하곤 한다. 그러나 보증금만 챙기고 근저당권 말소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분쟁으로 비화되는 사례 역시 많다. 세입자로서는 집주인의 불이행을 탓할 수는 있을지라도 근저당권자에게 그 말소를 요구할 수는 없어 난감한 상황에 이른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3자 대면 하에 3자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세입자와 집주인, 근저당권자가 모두 모여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근저당권자에게 채무 변제금으로 직접 지급하기로 계약하고, 근저당권자 역시 세입자로부터 채권을 변제받는 대신, 즉시 근저당권을 말소해주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이나 근저당권자가 근저당권 말소를 지연하더라도 세입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직접 근저당권 말소를 구할 청구권이 생긴다. 물론 이러한 사항은 향후 딴소리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서나 특약으로 구체적이고도 명백하게 써야 한다. 애매한 문구를 사용하진 말자. 가능하다면 3자 본인 외에 대리인의 계약은 기피하고, 계약 현장을 목격할 입회인을 두는 것도 좋다. 근저당권을 말소했다는 집주인이나 근저당권자의 통보만 믿지 말고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서 말소등기가 된 것을 확인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집수리 못 해주겠다며
펄쩍 뛰는 집주인, 이걸 확?!
늦가을에 중랑구의 한 소형 아파트를 반전세 얻어 살고 있는 30살 D씨. 그에게는 12월에 딸을 출산할 예정인 아내가 있다. 신혼 기간 2년 동안 아내와 단칸방 전세에 살았지만 아기가 생기고 아내의 산후조리를 위해 보다 편리한 주거공간이 필요했던 D씨는 다소 무리를 하여 직장 근처의 소형 아파트를 얻은 것이다. 임대를 주로 하는 소형 아파트 단지였다. 방 한 칸과 거실이 이어지는 구조의 소형 아파트였지만 욕실이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집주인이 방과 이어진 베란다를 최근 확장해 다른 집에 비해 방이 매우 넓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D씨는 사랑스러운 딸을 안고 그 방에서 뒹굴며 행복해하는 상상을 하며 딸의 출산일인 겨울을 고대했다. 그러나 막상 겨울이 되자 D씨는 방문을 굳게 닫고 막 태어난 자신의 어린 딸과 함께 거실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같은 구조의 다른 임대 물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집주인이 방과 이어진 베란다를 확장한 것이지만, 베란다와 방을 잇는 샷시만을 철거하고 베란다 부분을 메웠을 뿐, 확장된 바닥에는 난방 시설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베란다를 확장하면 단창인 베란다 창을 단열이 되는 이중창으로 교환해야 하는데도 집주인은 돈을 덜 들이기 위해 기존의 얇은 베란다 단창을 그대로 놔두고 간단한 확장공사만 해놓았다.
D씨 집의 방은 그야말로 바람만 불지 않을 뿐, 냉장고 속과 다를 것이 없었다. 도저히 방에 들어가 기거할 수조차 없었다. 집주인에게 수차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사람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이라며 봄까지 견뎌보란다. D씨는 아기와 산후조리를 하는 아내를 위해 거실로 들어오는 한기를 막아야 했고,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일러를 마구 돌렸다. 그랬더니 한 달 도시가스 비용이 30만 원이 넘게 나왔다. 무엇보다도 거실과 방의 기온 차 때문에 거실과 방을 잇는 부분에 결로 현상이 생기고 그 부분의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아기와 함께 행복한 겨울을 고대했던 D씨는 아기에게 매우 미안해하며 두 달이나 넘게 남은 봄을 애타게 기다렸다.
1월 어느 새벽, 너무 추워 잠에서 깨어났다. 아내도 잠을 설치고 있다. 오늘 새벽 최저 기온은 영하 17도란다. 도저히 못 견디겠다. 여관방에서라도 겨울을 나야겠다.
계약을 해지한다. 집주인은 집을 세입자에게 임대하고 임대 계약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D씨의 경우와 같이 당연한 기후조건의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베란다의 부실 확장공사를 하여 주거생활에 안전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베란다의 창을 단열 이중창으로 교환하거나 확장된 부분에 난방시설을 하는 등의 수선을 해주어야 하고 D씨는 이를 요구할 수 있다. 집주인이 이에 불응하고 있으니 D씨는 임대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집주인이 계약해지를 인정하지도 않고 순순히 보증금을 내줄 것 같지 않다. 추운 겨울에 이사를 가기에도 부담스럽다. 베란다 부실공사만 아니라면 이 집이 마음에 드는데?
일단 D씨의 자금으로 베란다 창을 단열 이중창으로 교환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법적으로 그 청구권, 있다. 임대차 계약에 있어서 집주인은 셋집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셋집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세입자가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세입자의 사용, 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수선하지 않았을 때 세입자가 계약에 의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베란다 창을 이중창으로 교환했다. 이제 방에서 기거할 만하다. 하지만 집주인은 임대차 계약서 특약사항에 “현 상태의 임대차 계약이며 수선이 필요하게 되면 세입자가 수선하며 사용한다”라는 조항이 들어 있다며 책임 없음을 주장한다.
집주인의 수선의무는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에 의해 면제하거나 세입자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 여러 채의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임대사업자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잔머리는 잘 굴린다. 베란다를 부실로 공사해놓고는 그런 특약을 은근슬쩍 넣어 의무와 비용을 세입자에게 돌리는 악덕 임대사업자들, 많다. 그러나 뛰는 집주인 위에 나는 세입자 있는 법.
대법원은 그러한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구체적이고도 분명히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특약에 의해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세입자가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범위는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고 제한한다.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 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 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했다.
만약 집주인이 대법원의 입장마저 인정하지 않고 이중창 교환 비용을 순순히 못 주겠다고 하면 D씨는 추운 겨울이 가기 전에 빨리 가압류 신청을 하여 집주인의 거실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고급 카펫부터 압류한다.
(프롤로그 전문, 2장·4장 일부)
---------------------------
필자 소개
한정우
15년 가까이 변호사 사무실과 로펌에서 법률실장으로 근무했다. 소액사건부터 국내 상장기업 M&A 관련 소송에 이르기까지 수천 건의 소송과 각종 상담, 합의, 계약에 관여했다. 한국도로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민사소송실무 강의를 맡았고, SBS <뉴스추적>에 출연,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대의원회 의장, 선거관리위원직을 맡고 방학 때면 국정감사 대정부 질의에 관해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리걸 마인드, 즉 법률적 감각의 조기 형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보다 젊을 때부터 철저한 리걸 마인드를 형성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내내 배우고 익히게 되는 것이 또한 리걸 마인드여서 서른 때의 일시적인 학습보다는 평생학습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서로 《변호사가 절대 알려주지 않는 31가지 진실》 《억울한 의료사고, 제대로 대처하는 법》 《세 번만 읽어도 좋은 변호사를 골라 승소하는 법》 등이 있다.
-------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