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배경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은 초판이 나온 지 30년을 기념해서 세 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초판은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개정판은 1992년, 『성장의 한계, 그 이후(Beyond the Limits)』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개정판에서 우리는 『성장의 한계』 초판에서 예측했던 지구 전체의 개발 시나리오들이 이후 20년 동안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 또다시 발간되는 30주년 개정판은 우리가 처음에 분석한 내용들 가운데 핵심 부분을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지난 30년 동안 축적된 관련 데이터들과 지식들을 두루 훑어볼 것이다.
『성장의 한계』를 발간하는 프로젝트는 1970년에서 1972년까지 MIT 슬로안 경영대학 산하 시스템 역학 그룹에서 진행되었다. 우리 프로젝트 모임은 세계 인구와 실물 경제의 성장을 낳은 장기적인 원인과 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시스템 역학 이론과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사용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우리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붕괴시킬 것인가?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인간 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전 세계의 뛰어난 사업가, 정부 인사, 과학자들로 구성된 비공식 국제단체인 로마클럽의 위임을 받아 이런 문제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연구 기금은 독일의 폭스바겐 재단이 제공했다.
당시 MIT 교수였던 데니스 L. 메도즈는 2년 동안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작업팀을 꾸리고 그들을 지휘했다. 당시 연구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 것은 성장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이론들을 통합하기 위해 구축한 ‘월드 3’라는 컴퓨터 모형이었다. 우리는 이 모형을 이용해서 내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세계가 성장하는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성장의 한계』 초판에서는 월드 3를 이용해서 1900년에서 2100년까지 2세기 동안 세계가 성장하는 12가지 서로 다른 시나리오들을 보여주고 분석했다. 개정판 『성장의 한계, 그 이후』에서는 월드 3 모형을 약간 새롭게 보완해서 14가지 성장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성장의 한계』는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모두 3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성장의 한계, 그 이후』도 여러 나라 말로 번역 출간되었고 대학 교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1972년: 성장의 한계
우리는 『성장의 한계』에서 지구 생태계를 제약하는 요소들(자원 이용과 배기가스 방출과 관련해서)이 21세기 지구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성장의 한계』는 인류가 이러한 제약 요소들과 싸우느라 많은 자본과 인력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며 따라서 21세기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인류의 평균적 삶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그 책에서 어떤 자원이 모자라거나 어떤 형태의 배기가스 방출 때문에 지구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해서 말하지 않았다. 세상을 구성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인구-경제-환경 체계를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그렇게까지 세밀한 예측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장의 한계』에서 인간의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을 수치화한 것. 이 책 부록 2의 마티스 베커나겔의 생태발자국 참조―옮긴이)이 지구의 수용력을 초과할 정도로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기술과 문화, 제도의 변화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매우 근본적인 사회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한계』는 지구가 비록 현재 매우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우리가 일찌감치 예방조치를 취한다면, 지구 전체 생태계가 한계에 다다르거나 그것을 초과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을 얼마든지 줄여나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앞날에 대해서 낙관했다.
『성장의 한계』에서 월드 3가 제시한 12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보면 인구 증가와 천연자원의 사용이 다양한 한계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잘 드러난다. 실제로 성장의 한계는 매우 여러 가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고갈 가능한 천연자원이나 산업과 농업에서 방출되는 배기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지구의 한정된 수용력과 같은 지구의 물질적 한계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 12가지 가상 시나리오들을 월드 3 컴퓨터 모형을 통해 모두 분석한 결과, 21세기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구의 물질적 성장이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무언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려 그다음 날부터 바로 그 영향을 실감하게 되는 상황과 같은 뜻밖에 닥친 한계들에 대해서는 내다보지 않았다. 우리가 분석한 가상 시나리오들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하고 물질 자본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제약 요소들의 상호 작용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 인류는 점점 더 많은 자본을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되는 자본이 점점 늘어나고 마침내 세계는 더 이상 산업 성장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산업이 쇠퇴하면 사회는 식량이나 서비스, 여러 소비 분야와 같은 경제 영역에서도 더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러한 영역들이 성장을 멈춘다면 인구 성장 또한 멈추고 만다.
성장의 종말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인구가 감소하고 인류의 행복이 퇴보하는 전 세계의 통제 불가능한 와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월드 3 모형이 보여주는 시나리오들은 다양한 원인들 때문에 발생하는 그러한 붕괴 현상들을 그린다. 성장의 종말은 또한 지구의 수용력에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서서히 순응시켜나가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의 정책들에 중요한 변화를 준다면 월드 3 모형은 장기간에 걸쳐 상대적으로 높은 인류의 복지 수준을 구가하면서 성장의 종말을 향해 질서정연하게 나아가는 시나리오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성장의 종말
성장의 종말이 어떤 형태를 띠건 1972년에 그것은 매우 먼 미래의 일인 것 같았다. 『성장의 한계』에 나온 월드 3의 모든 가상 시나리오들은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200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중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시나리오에서는 물질적 생활 수준이 2015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장의 한계』는 성장이 멈추는 시점을 책이 나오고 거의 50년이 지난 뒤로 설정했다. 그 기간은 전 세계 차원에서 기존의 정책들을 숙고하고 선택해서 수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성장의 한계』를 쓰면서 인류가 찬찬히 숙고하고 행동한다면 사회는 붕괴의 가능성을 줄이는 올바른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붕괴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지구의 자연계가 지탱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인구와 경제가 급격하게 쇠퇴한다면 그 뒤를 이어 곧바로 인류 보건 정책의 파탄과 사회 갈등, 생태계 파괴, 총체적인 불평등이 수반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간의 생태발자국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위해서는 사망률이 급격하게 늘고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해야 한다. 우리가 적절한 정책을 선택하고 조치를 취한다면 그런 급격한 쇠퇴는 피할 수 있다. 지구에 대한 인간의 요구를 줄이려는 세심한 노력이 있다면 자원의 지나친 약탈 행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출생률과 소비율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며 더욱 공평하게 물질을 분배한다면 생태발자국도 점점 줄여나갈 수 있다.
성장이 반드시 지구를 붕괴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붕괴는 오직 지구의 한정된 자원들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져서 지나친 성장이 일어난 탓에 지구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만 발생한다. 1972년에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은 여전히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이하인 것 같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선택 방안들을 검토하는 동안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1972년에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1992년에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었다.
1992년: 성장의 한계, 그 이후
1992년, 우리는 『성장의 한계』 초판을 내고 20년이 지난 뒤 최초의 연구 결과를 새롭게 따져보는 작업을 했고 그 결과 『성장의 한계, 그 이후』라는 개정판이 나왔다. 그 책에서는 1970년과 1990년 사이에 전 세계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연구하고 그 결과로 『성장의 한계』 초판과 월드 3 컴퓨터 모형을 새롭게 수정, 보완했다. 『성장의 한계, 그 이후』도 『성장의 한계』가 전하는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1992년, 우리는 20년 전에 이미 내렸던 결론이 2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1992년에 낸 개정판은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가 이미 지구의 수용 능력 한계를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은 너무도 중요해서 우리는 그것을 책 제목에 반영하기로 했다.
1990년대 초반에 벌써 인류가 지속 불가능한 영역으로 한 발짝 더 깊숙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열대 우림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남벌되고 있었다. 곡물 생산은 이제 더 이상 인구 증가를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기도 하고 최근에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인류가 지구 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증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리는 1990년대 초에 이미 어떤 현명한 조치로도 인류가 지구의 한계를 벗어나는 현상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이미 현실이었다. 세계를 지속 가능한 영역으로 다시 ‘되돌리는’ 것이 이제 중요한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 그 이후』도 여전히 우리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이 책은 수많은 가상 시나리오들을 통해서 지구 전체를 생각하는 현명한 정책과 기술과 제도의 변화, 정치적 목표, 그리고 개개인의 꿈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인간 사회가 한계를 넘어선 지나친 성장의 피해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성장의 한계, 그 이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환경개발정상회의가 열리던 해인 1992년에 발간되었다. 정상회의의 개최는 지구촌이 마침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처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리우에서 정한 목표들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리우+10 회의는 1992년 리우 때보다 훨씬 못한 결론을 도출했다. 회의에 참석한 나라마다 자신들의 편협한 국가, 기업,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느라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경제 분쟁 속에 빠져들면서 거의 절름발이 회의가 되고 말았다.
1970∼2000년: 생태발자국의 증가
지난 30년 동안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 많이 있었다. 세계는 끊임없이 증가하는 인간의 생태발자국에 대응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했다. 소비자들은 구매 습관을 바꾸었고 새로운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다국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어떤 지역에서는 식량, 에너지, 산업 생산력 증가가 인구 증가를 훨씬 초과했다. 그런 지역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전보다 훨씬 부유해졌다. 인구 증가율은 늘어나는 소득 수준과 반대로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1970년보다 환경 문제들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 국가의 환경 문제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가 생겼으며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 교육은 흔한 일이 되었다. 선진국의 공장 굴뚝이나 배관 시설을 통해 방출되는 대부분의 공해 물질도 줄어들었다. 선두 기업들은 서로 앞다투어 환경 효율성을 점점 더 높이는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 덕분에 1990년대 들어 지구의 한계 초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지구의 한계 초과와 관련된 기본 데이터와 개념마저 부족한 탓에 그 문제를 논의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한계 초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의 틀을 만들어―이를테면, 생태발자국의 증가와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성장의 한계라는 문제에 대해서 지적인 토론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세계 사회는 브룬트란트 위원회가 지속 가능성이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성장의 한계, 그 이후』에서 지구가 수용 한계를 초과했다고 주장했던 내용을 입증하는 데이터들이 많이 나왔다. 전 세계 1인당 곡물 생산량이 최고점에 이른 때가 1980년대 중반이다. 바닷물고기 수확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재해와 관련한 비용은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담수와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원의 배분과 그에 따른 갈등 해소 문제가 긴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 기상 데이터가 모두 지구의 기온이 다양한 인간 활동 때문에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있다. 많은 곳에서 벌써 꾸준히 경제가 하락하는 양상이 보인다. 전체 세계 인구의 12퍼센트를 차지하는 54개 나라가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이 계속해서 하락했다.
또 지난 10년 동안 지구의 수용 한계를 넘어선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어휘들과 수치 데이터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예를 들면, 마티스 베커나겔과 그의 동료들은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측정해서 그것을 지구의 ‘수용 능력’과 비교했다. 그들은 생태발자국을 인간에게 자원(곡물, 사료, 목재, 물고기, 도시로 수용된 토지)을 제공하고 지구촌이 배출하는 배기가스(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이라고 정의했다. 베커나겔은 현재 지구의 사용 가능한 면적을 비교했을 때 인간의 자원 사용량은 지구의 수용 능력보다 20퍼센트 초과된 상태라고 결론지었다([그림 P-1]). 이렇게 볼 때 지구는 1980년대에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생태발자국은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이 이미 지속 불가능한 영역에 진입한 지금까지도 상황이 이렇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현재의 추세를 역전시켜 장기적으로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지구의 수용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도록, 개인의 가치관과 공공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지지를 마련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구가 당면한 도전은 이제 막 시작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세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전체의 생태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기술의 진보도 이루어야 하고 인간 개개인의 생각도 바뀌어야 하며 더 장기적인 계획도 짜야 한다. 또 정치적 경계를 넘어서 서로가 더 존중하고 보살피고 나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려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마련된다고 해도 앞으로 적어도 수십 년은 걸릴 것이다. 오늘날 정치 집단들 가운데 자신들의 생태발자국은 줄이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는 집단은 없다. 부유한 강대국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 사이에 전 세계의 생태발자국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1972년보다 지구의 앞날에 대해서 훨씬 더 비관적이다. 사람들이 지난 30년 동안 지구 생태계의 위기에 대해서 무익한 논쟁만 일삼으며, 선의를 표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또다시 30년을 그처럼 허둥지둥 허비할 수 없다. 지구의 수용 성장의 한계를 초과해 끊임없이 지구를 훼손함으로써 21세기 동안 지구가 붕괴하는 것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바꿔야 할 것이 많다.
우리는 다나(도넬라) H. 메도즈가 2001년 초 세상을 뜨기 전에 그이가 그렇게 원했던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을 완성시키겠노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우리 세 사람의 저자들이 저마다 바라는 희망과 기대가 서로 매우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다나는 줄곧 낙관주의자였다. 그녀는 인간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갖고 신뢰를 보냈다. 인간의 손에 올바른 정보만 쥐어준다면 그들은 결국 현명하고 통찰력 있는 인도주의적 해결 방법, 즉 지구 전체 생태계의 위기를 구해낼 수 있는 정책들을 도출해낼 것이라는 가정 아래서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종말의 위기로 치달을 것이므로) 평생을 바쳐 연구에 몰두했다. 다나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다 바쳤다.
요르겐은 좀 냉소적이다. 그는 인간이 죽을 때까지 소비, 고용, 재산 증식과 같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인간은 파국의 신호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더라도 그것을 무시하다가 결국에는 시간을 놓치고 만다. 요르겐은 유감스럽게도 지구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멋진 세상을 인간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니스는 그 중간에 있다. 그는 적절한 조치들만 취해진다면 지구 붕괴라는 최악의 가능성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세계가 결국 어느 정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택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미 도래한 지구의 심각한 위기들을 겪어야 하므로 뒤늦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뒤늦은 조치로 얻어진 결과들은 좀 더 일찍 조치를 취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구의 아름다운 생태계가 이곳저곳 많이 파괴될 것은 뻔한 일이다. 소중한 정치적, 경제적 기회들을 수없이 많이 잃고 말 것이며, 사회는 점점 군국주의화하고 엄청난 불평등이 지속되면서 갈등도 널리 확산될 것이다.
이 세 사람의 생각을 지구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공통된 전망으로 엮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뜻을 같이한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변화는 『성장의 한계, 그 이후』의 마지막 장에 나온 다나의 글을 약간 손질하여 이 책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우리는 그 글에서, 우리가 앞장서 그러한 방법을 알리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세상 사람들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올바른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점을 전하고자 했다. 너무 늦기 전에 인류가 그렇게 하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성장의 한계』는 맞았는가?
사람들은 줄곧 우리에게 “『성장의 한계』가 예견한 것이 맞았나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러한 질문은 신문,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들이 쓰는 언어이지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연구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미래상을 확인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2100년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인류 사회의 가상 시나리오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일을 교훈 삼아 되돌아보는 것은 유용할 것이다. 1972년 3월, 워싱턴 D.C.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출판사에서 『성장의 한계』 초판이 얇은 보급판으로 나온 이후 세상에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나?
맨 처음 많은 기업가들과 정치가들, 제3세계 옹호자들, 그리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성장의 한계’라는 생각에 대해서 크게 격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 생태계의 한계라는 개념이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실제로 물질적 성장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그것들은 우리가 여러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하는 정책들의 성공 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역사는 인류 사회가 현명하고 통찰력 있는 이타적 조치들을 취하면서 그러한 한계들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들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조치들은 대개 단기적으로 보면 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1972년 이후로 자원 사용과 배기가스 배출이 제약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많은 위기가 도래했다. 그러한 상황은 언론매체들을 흥분시키고 대중의 관심을 끌고 정치인들의 생각을 새롭게 환기시켰다. 주요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줄이고, 성층권의 오존층이 엷어지고, 지구의 기온이 올라갔다. 기아가 끊임없이 확산되고, 유독 폐기물을 버릴 장소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점점 더 깊이 땅을 파야 하고, 수많은 생물 종들이 사라지고, 많은 숲이 사라졌다. 이러한 것들은 수많은 중요한 연구와 국제회의, 국제 협정들을 낳게 만든 여러 문제들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물질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소들이 21세기 전 세계 정책 영역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리의 결론과 기본적으로 일치하며 그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월드 3 모형이 추산해낸 시나리오들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놀랄 정도로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00년의 세계 인구는 1972년에 월드 3 모형을 돌려서 예측했던 인구수(1972년 39억에서 2000년 60억으로 증가)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더 나아가 그 시나리오에서 예측한 세계 식량 생산량(1972년 18억 톤에서 2000년 30억 톤으로)의 증가도 거의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이렇게 예측이 실제와 맞아 떨어졌다고 해서 우리가 구축한 예측 모형이 진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월드 3 모형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다. 따라서 월드 3 모형의 가정과 우리가 내린 결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결론들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컴퓨터에서 월드 3 모형을 돌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지구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 말한 중요한 언급들은 월드 3 모형이 그려낸 곡선 도표만 무조건 믿고 일방적으로 해석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지구의 세 가지 명백하고 일관되며 공통적인 특징, 즉 언젠가 고갈될 자원의 한계와 그에 반하는 끊임없는 성장 추구, 그리고 다가오는 한계에 대한 사회의 대응 지체 때문에 발생하는 역학적인 행동 양식들을 이해하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특징들이 지배하는 시스템은 어떤 경우라도 자체의 한계를 넘어서서 무너져 내리기 쉽다. 월드 3 모형의 가장 중요한 가정은 한계, 성장, 지체를 만들어내는 인과 관계의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현실 세계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면 세상이 『성장의 한계』에서 말한 시나리오의 주요 특징들과 일맥상통하는 길을 따라서 서서히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책은 왜 또 필요한가?
이 책이 앞서 나온 두 권의 책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논지를 유지하고 있다면 굳이 다시 발간할 까닭이 있을까? 우리가 이 책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드러난 모든 자료들과 사례들을 이용해서 1972년에 발표한 우리의 주장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말하고 싶어서이다. 또한 앞서 낸 책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갱신된 자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성장의 한계, 그 이후』는 지금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유용한 관점들을 주지만 1990년까지의 데이터들만 수록돼 있으므로 21세기를 사는 교사들에게는 데이터의 신뢰성이 의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을 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오늘날 인류가 지구의 한계를 초과한 상태에 있으며 그에 따른 피해와 고통도 크지만, 현명한 정책을 시행한다면 그것을 크게 줄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 우리는 21세기에 인류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반박하는 데이터와 분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 우리는 세계 시민들의 행동과 선택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하게 하고, 지구의 수용 한계를 초과함으로써 발생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치적 지원 활동을 촉구하고자 한다.
· 우리는 신세대 독자와 학생, 연구자들이 월드 3 컴퓨터 모형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자 한다.
· 우리는 성장의 원인과 결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1972년 이후로 어떤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시나리오와 예측
우리는 21세기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위해 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래의 모습이 어떤 특정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범위를 보여주려 할 뿐이다. 말하자면 21세기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10가지 서로 다른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배우고 되새겨서 각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우리는 현재 통용되는 데이터와 논리들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지식이 미래에 대한 비현실적인 판단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은 믿는다. 현재 나타난 사실들은 앞으로 미래에도 계속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맹목적인 기대가 이미 타당하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잘못된, 유용한 것 같지만 쓸모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우리의 분석이 지구촌 시민들이 미래에 그들의 삶에 중요한 구실을 할 지구의 물질적 한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더 많은 사실을 깨닫고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든다면 그것으로 자기 할 바를 다한 것이다.
세 권의 책과 지속 가능한 체계로의 전환
책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루기 위한 투쟁에서 아주 미약한 도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쓴 책의 지나온 경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장의 한계』와 『성장의 한계, 그 이후』는 수백만 부가 팔렸다. 첫 번째 책은 전 세계에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두 번째 책은 그 논쟁을 가열시켰다. 환경 운동이 초창기일 때 여러 가지 환경 문제들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과 우려를 높인 것이다. 『성장의 한계』를 읽은 많은 학생들이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과 관련한 문제들을 연구하기 시작하고 그 일을 자신들의 새로운 직업으로 삼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모두 유익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책은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 우리가 『성장의 한계』와 『성장의 한계, 그 이후』를 쓴 중요한 목표는 지구 생태계가 이제 한계를 초과했다는 것에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성장 추구를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장의 한계’라는 용어를 매우 폭넓게 썼다. 하지만 그 용어는 자주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 오늘날 일상에서 매우 단순하게 쓰인다. 대다수 비평가들은 우리가 화석 연료나 어떤 일부 자원들이 곧 고갈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런 한계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사실 그 용어에는 좀 더 미묘한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는 현재 시행되는 정책들이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예상하고 대처하는 데 무기력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결국 지구 전체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오늘날 인간 경제는 중요한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러한 한계 초과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는 앞서 발간한 두 권의 책에서 이런 우려를 명쾌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한계를 초과했다’라는 개념을 공식적인 논쟁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30년 동안 자유무역이라는 개념을 줄기차게 밀어붙인 (대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집단들과 우리의 현재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을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쉽게 만들 줄 알았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위해 싸우는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그들도 또한 자유무역 정책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처럼 개인이나 지역에 따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때마다 자유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과 충성도가 매우 광범위하게 떨어져 나가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자유무역이라는 목표를 채택함으로써 발생하는 전체 손익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것들도 많다. 우리가 보기에 21세기에는 생태계의 한계 초과라는 개념이 자유무역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개념이 될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일반인의 관심과 주의를 끌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틈새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의 생태계 한계 초과와 붕괴
사회 복지가 최저 한계를 넘어서 점차 퇴보하는 현상은 사회가 앞날을 잘 대비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이를테면 원유 매장량이 점점 감소하고 강이나 바다에서 잡는 물고기가 점점 줄어들고 열대 우림의 목재들을 점점 구하기 어려워질 때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을 때 이러한 자원들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인간의 번영은 길을 잃고 말 것이다. 게다가 생태계가 지속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상태에서 자원의 기반마저 무너져 내리고 파괴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지구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서 붕괴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생생한 사례가 실제로 21세기가 시작되는 무렵에 발생했다. 전 세계 주식 시장에 불어닥친 ‘닷컴 거품’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 현상은 비록 물질자원계가 아니라 금융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 책이 얘기하고자 하는 관심의 초점을 잘 보여준다. 거기서 점점 고갈되는 자원은 투자자의 신뢰였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면 1992년부터 2000년 3월까지 주가는 놀랄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뒤돌아보건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치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뒤로 주가는 2003년 3월 바닥을 칠 때까지 3년 동안 내리 하락했다. 그러고 나서 (적어도 이 책을 쓰던 무렵, 2004년 1월까지는) 서서히 다시 시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배기가스를 한계 이상으로 방출했을 때와 달리 주가는 오랫동안 상승을 계속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고충을 주는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반대로 주가 지수가 새롭게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금 돌이켜보면 1998년에 이미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데 심지어 주가가 지속 불가능한 영역에 도달한 뒤에도 주식 투자 열기는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비로소 주가에 ‘거품’―적정 한도를 초과했다는 그들 세계의 말―이 끼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주식 시장이 최고점에 이르고도 몇 년이 지나 이미 붕괴의 길로 들어선 뒤였다. 주식 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자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3년 동안 끊임없이 주가가 폭락하자 과연 그것이 끝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투자자들의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유감스럽게도 세계는 지나친 자원 수탈과 배기가스 방출 탓에 닷컴 거품 현상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한계 초과와 붕괴를 겪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기간은 닷컴 거품 때보다 훨씬 더 길 것이다. 지구 생태계가 지속 불가능한 영역으로 이동하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성장을 지향하고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닷컴 거품 때 겪어서 알고 있다.) 생태계의 붕괴는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로 급작스럽게 닥쳐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몇 년 동안 지속되면 붕괴 전의 상태를 이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이 점점 더 명백해질 것이다. 또다시 더 몇 년 동안 퇴보를 거듭하고 나면 아무도 그 끝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다. 이제 언젠가 다시 에너지를 풍족하게 쓰고 강과 바다에서 싱싱한 물고기를 마음껏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앞날을 위한 계획
한때 성장의 한계는 먼 미래의 얘기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우리 눈앞에 있다. 한때 생태계 붕괴라는 개념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아직까지 막연하고 가정에 근거한 학술적 개념이지만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결과가 분명하게 밝혀지려면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더 걸릴 것이며 그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으려면 다시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예상하는 21세기의 첫 10년은 30년 전 『성장의 한계』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처럼 여전히 성장의 시대일 것이다. 따라서 1970년에서 2010년까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은 우리를 비평하는 사람들의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그 뒤로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시기는 미정이지만 우리는 『성장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개정판을 또 낼 작정이다. 그때쯤이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넘어선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예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거기에 나타난 데이터를 가지고 인간의 기술과 시장이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인간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이 상승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인구 증가율의 감소와 경제 쇠퇴는 코앞에 닥칠 것이다. 세계는 성장을 위해 또 수십 년을 준비할 것이다. 우리가 다음 책을 내놓을 때까지 여러분은 이제 인간의 생태발자국이 늘어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이 이 책에서 그러한 노력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기반을 찾기를 바란다.
2004년 1월
데니스 L. 메도즈, 미국 뉴햄프셔 더램
요르겐 랜더스, 노르웨이 오슬로
1장
한계를 초과한 생태계
미래는 더 이상 없다. (……) 인간이 두뇌와 기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다면 앞날을 내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면 미래는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될 수 있다.
―아우렐리오 페체이, 1981년
한계 초과란 뜻하지 않게 갑자기 너무 멀리 가거나 한계를 넘어간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날마다 한계 초과를 경험한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면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샤워기로 몸을 씻을 때 모르고 갑자기 너무 뜨거운 물을 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빙판길에서는 차가 멈춤 신호를 보고도 서지 못하고 미끄러져 정지선을 넘어갈 수 있다. 파티에 가서 자기 몸이 견뎌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숙취로 머리가 부서질 듯이 아플 것이다. 건설사들은 실제 수요보다 더 많은 콘도들을 지어 원가보다 싸게 팔고 결국에는 파산할 수도 있는 어리석은 짓을 수시로 한다. 바다에 어선을 너무 많이 띄우면 다음에 다시 물고기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잡힌다. 이것은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약탈 행위이다. 결국 나중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어 배들을 항만에서 그냥 썩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화학 회사들은 대기권 상층부에서 안전하게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염소 화합 물질들을 대기로 배출했다. 이제 오존층은 앞으로 성층권의 염소 농도가 낮아지지 않는 한 수십 년에 걸쳐서 계속 파괴될 것이다.
개인이든 지구든 그 규모에 상관없이 그것의 지속 가능한 한계를 벗어나게 만드는 원인은 늘 세 가지이다. 첫째 원인은 성장, 가속, 급격한 변화이다. 둘째 원인은 어떤 한계나 장벽 형태로 나타난다. 시스템은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더 이상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셋째 원인은 시스템이 적정 한계를 벗어나지 않게 하려는 생각과 행동이 지체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인은 어떤 시스템이든 반드시 그 자체의 적정 한계를 벗어나게 한다.
한계를 벗어난다는 현상은 똑같지만 그것이 나타나는 형태는 거의 무한대로 매우 다양하다. 한계를 벗어나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인 급격한 변화는 석유 사용의 증가와 같이 물질의 변화일 수 있다. 또 그것은 관리 대상이 되는 사람 수의 증가와 같이 집단의 변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의 소비 욕구가 끊임없이 상승하는 것과 같이 심리의 변화일 수도 있다. 그 밖에 금융이나 정치, 생물학적 변화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두 번째 원인인 한계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습을 띤다. 한정된 공간이나 시간 또는 어쩔 수 없이 타고난 물리적, 생물학적, 정치적, 심리적 한계와 같이 어떤 시스템의 고유한 특성들이 그 시스템에 한계를 지울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인 지체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지체는 무관심, 잘못된 데이터, 정보의 지체, 뒤늦은 대응, 괜한 트집만 잡고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관료주의, 시스템 대응 방식에 대한 거짓 이론들 때문에 생긴다. 또 지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그 효과가 빨리 퍼지는 것을 가로막는 기존의 타성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운전자가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자기 차가 얼마나 멀리까지 미끄러지는지 알지 못할 때 지체가 발생한다. 건설업자들은 현재의 건설 경기만을 볼 줄 알지 앞으로 2~3년 뒤에 그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선의 선주들은 현재 잡는 물고기의 양에만 만족할 줄 알지 앞으로 물고기의 번식률이 얼마나 되고 또 얼마나 많이 잡힐지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화학 물질들은 그것들이 사용된 장소에서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지점으로 이동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린다.
한계를 벗어나는 대부분의 사례들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 많은 종류의 한계들은 그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할 때 사람들은 그것이 위험할 것 같다고 느끼면 그런 행위를 피하거나 그 결과를 최소화할 줄 안다. 예컨대 사람들은 샤워기를 틀기 전에 손으로 먼저 수온을 잰다. 때로는 한계를 초과해서 피해를 입은 경우 재빠르게 그것을 고치기도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전날 밤 술집에서 과음을 한 뒤에는 보통 다음 날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하지만 가끔 한계를 벗어났을 때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재앙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전 세계 인구 증가와 실물 경제의 성장 때문에 인간들은 바로 이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세계 인구와 경제가 지구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서 성장하게 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문제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관련 데이터들이 모두 완전하거나 충실한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룬 과학적 방법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물며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그들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에게는 인간의 지구에 대한 수요와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구의 수용 능력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용어가 필요하다. 생태발자국은 바로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이 용어는 마티스 베커나겔과 그의 동료들이 1997년 지구 회의(Earth Council)에서 위탁받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베커나겔은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천연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버리는 폐기물들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을 계산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나중에 베커나겔이 사용한 용어와 계량적 접근 방법을 채택해서 반년마다 《살아 있는 지구 보고서(Living Planet Report)》를 통해 150개가 넘는 나라의 생태발자국 데이터를 발표한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말부터 지구의 인간들은 해마다 지구가 그 해에 재생산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해왔다. 달리 말하면 지구 전체의 생태발자국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이 결론을 입증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나중에 3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 초과는 매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전에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종들이 지구 전체의 규모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다양한 문제들과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그런 위험을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 자세, 문화 규범, 습성, 제도 들을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피해를 입을 경우 그것을 복구하는 데 대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반드시 대재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구 생태계의 한계 초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일종의 붕괴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방향 전환과 보완, 주의 깊게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인간 사회와 그것을 지탱해주는 지구에 적용하고 검토하려고 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전환할 수 있으며 그것이 세계 모든 사람들을 바람직하고 지속 가능하며 풍족한 미래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적절한 방향 전환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구의 붕괴는 자명하다는 사실도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붕괴는 오늘날 생존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발생할 것이다.
(서문, 1장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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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도넬라 H. 메도즈
미국의 환경과학을 선도한 과학자이자 저술가, 시스템 분석가로 2001년 갑작스레 사망했다. 당시 다트머스 대학 환경 연구 분야 객원 교수를 역임 중이었다. 1968년 하버드 대학에서 생물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시스템 공학의 창시자인 MIT의 제이 포레스터 교수 밑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1972년부터 다트머스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전국에 배급되는 중앙 일간지에「지구 시민(The Global Citizen)」이라는 주간 칼럼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시스템 공학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다. 1990년 월터 페인 과학 교육상을, 2001년 사망한 후에는 보존법칙재단이 수여하는 환경 분야 대상을 받았다. 로마클럽 미국 협회는 그녀의 업적을 기려서 ‘도넬라 메도즈의 지속 가능한 지구 행동상’을 제정하고 해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한 개인에게 상을 주고 있다.
데니스 L. 메도즈
현재 뉴햄프셔 대학의 시스템 관리학 명예 교수이며 정책사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 책의 주 저자 도넬라 H. 메도즈의 남편이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0년대 후반부터 MIT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경영학과 공학, 사회과학을 주로 가르치며 다수의 혁신적이고 복잡한 전략 게임을 개발했고, 전 세계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강연했다. MIT, 다트머스 대학에서 대학연구소장을 역임하고 국제시스템공학협회와 국제시뮬레이션게임협회 회장직을 수행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들을 자문했다. 또 전 세계의 시스템 공학, 공공 정책, 지속 가능한 개발과 관련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식 네트워크 집단인 벌로톤그룹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2009년에 일본국제상을 받은 것을 비롯, 많은 상을 수상했다.
요르겐 랜더스
미래학 분야의 노르웨이 학자이며 정책 분석가로서 현실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73년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1년에서 1989년까지 노르웨이 경영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 대학의 기후 전략 과정 교수로 있으며 주로 기후 문제, 시나리오 계획, 시스템 공학 분야에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개발과 관련한 강의를 많이 했으며, 2005년과 2006년에는 노르웨이 배기가스 감축 위원회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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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김병순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기업을 다니다 현재는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달팽이 안단테』, 『다이 트라잉』, 『선을 위한 힘』,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탐욕의 종말』, 『그라민은행 이야기』, 『월드체인징』(공역),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여우처럼 걸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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