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마우스랜드’Mouseland 이야기를 아십니까? 비록 6분짜리 픽션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마우스랜드’에는 생쥐들이 모여 사는 나라인데, 그들도 우리가 사는 사회처럼 5년마다(영국 의회를 기초 체제로 하는 캐나다는 의원내각제이다. 토미 더글러스는 이에 빗대 연설에서 4년마다 의원을 뽑는 선거를 언급했는데, 이 책에서는 한국 정치체제를 빗대기 위해 5년마다 통치자를 뽑는 선거로 고쳤다-편집자 주)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뽑은 지도자는 생쥐가 아니라 매번 고양이였습니다. 삶이 피폐해져도 여전히 생쥐들은 색깔만 다른 고양이를 뽑았습니다. 마치 우리 역사에서처럼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생쥐가 외쳤습니다. 이제부터는 생쥐 가운데서 지도자를 뽑아보자고. 그런데 생쥐들은 이를 환영하기는커녕 그 생쥐를 ‘빨갱이’라며 도리어 감옥에 처넣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캐나다 정치인 토미 더글러스가 1962년 캐나다 의회에서 연설한 내용입니다. 그는 1904년생인 스코트랜드 출신으로 캐나다로 이민 와서 목사 활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1919년 위니펙 노동자들이 총파업 투쟁을 벌였는데 경찰이 총과 몽둥이로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또 다리를 다친 것이 원인이 돼 골수염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캐나다의 공공의료정책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계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고, 1944년 캐나다 지방정부의 수상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가 꿈꾸었던 공중의료정책 또한 캐나다에서 실현되어 지금은 전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훌륭한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더글러스가 ‘마우스랜드’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투표를 통해 권력을 교체해도 일반 국민들의 삶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태평양 건너 먼 나라의 50년이나 된 이야기임에도 마치 우리 현실을 꿰뚫어 보고 있기라도 하듯 족집게처럼 집어내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서민들보다는 정치인, 재벌 등 기득권 집단만을 대변한 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을 돌보지 않습니다. 더글러스가 실시한 공중의료정책처럼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정치체제로 바꾸려면 고양이가 아닌 생쥐를 뽑아야 합니다. 물론 고양이를 뽑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한국적 상황이 존재했지만 이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 또한 도래했습니다. 매번 다가올 선거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생각하지 말고 진정 누가 국민을 대변하는지 곰곰 고민해야겠습니다.
여러분, ‘빨갱이’라고 기득 권력이 매도한데도 당신의 생각은 절대 잡힐 수 없으니, <나꼼수>의 말처럼 절대 쫄지마십시오. 정말 이번엔 바꿀 수 있습니다.
정운현, 《친일파는 살아 있다》의 저자
(추천사, 본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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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글 · 토미 더글러스 Thomas Clement Douglas
1904년 스코틀랜드 팔커크에서 태어났다. 1910년 그의 가족들은 캐나다로 이주해 위니펙에 정착하였다. 어렸을 때 다리를 다쳐 골수염에 걸렸지만 그의 병을 연구과제로 삼고 싶어 하는 의사 덕분에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더글러스가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공공의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1924년 더글러스는 브랜든대학에 입학했으며 여기서 사회복음주의(Social Gospel)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서스캐처원 주 웨이번의 칼바리 침례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대공황 와중에 웨이번에서 사회주의적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CCF에 가입하게 되었다. 1935년 연방선거에서는 캐나다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특히 1944년 선거에서는 그의 CCF당이 53석 가운데 47석의 의석을 차지하게 되어 서스캐처원 주의 수상이 되었다. 이는 캐나다에서뿐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 최초의 민주사회주의 정부였다. 그는 재임 기간 중 정부 소유의 발전 회사, 최초의 공공자동차 보험회사를 세웠으며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노조를 허용하였고 모든 시민에게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을 펼쳤다.
더글러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정책은 공중의료정책에 관한 것이었다. 1961년 도입된 포괄적 의료보장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의사들의 파업을 불렀다. 이 정책은 우드로우 로이드에 의해 계승되었으며 1958년 선출된 캐나다 수상 존 디펜베이커는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이 정책을 선택할 경우 50퍼센트의 연방정부 보조를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1964년에는 대법원이 이러한 서스캐처원 주의 공중의료정책을 국가 전체로 확대할 것을 권장하였으며 1966년부터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절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공중의료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는 2004년 CBS(캐나디언 방송 회사)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선정되었다. 사회주의 정치인으로서 서스캐처원 주의 수상으로 1944년부터 1961년까지 재임하였으며, 1961년부터는 신민주당의 당수로서 1971년까지 활동하였다.
그림 · 한주리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다. 현재는 서울 어느 조용한 동네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심을 그리고 있다. jur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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