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공개의 필요성
정부나 기업 등의 비윤리적 행위에 관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웹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 www.wikileaks.ch)가 세계 각국의 정보공개제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그동안 아프리카 연안 유독물질 투기 관련 메모, 영국 극우파 정당(BNP) 당원 명부,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수용소의 운영 세칙, 스위스은행 관련 문건 등을 폭로했다. 2010년에는 이라크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 12명을 사살하는 동영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수십만 건 등을 공개하여 큰 충격을 주었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은 모두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 등이 보여 주듯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보였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Julian Paul Assange)는 위키리크스의 존재 이유가 정부의 비밀을 공개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국민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때문에 각국 정부의 밀실주의와 무조건적인 비밀주의가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 때문에 위키리크스가 전통적인 정보공개제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툭하면 이런저런 사유로 비공개결정이 내려지는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하기보다 손쉽게 해킹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오히려 정보공개제도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인 정보공개제도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행정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청구에 있어서는 행정에 관한 정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마땅히 있어야 할 정보가 없는 것은 그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적인 중립성과 기관의 독립성을 위해 선거관리위원, 감사위원, 방송통신위원 등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선거관리위원회법 제9조 제1호, 감사원법 제10조,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 그런데 이들이 정당에 가입하였는지 또는 정치활동을 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가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말해 주는 또 다른 예로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들 수 있다. 부패한 정치인이나 불법을 저지른 기업인 등에 대한 대통령의 봐주기 식 사면권 행사는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된다. 재판 확정 후에 중대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도대체 어떤 사유로 사면복권이라는 특혜를 주느냐는 것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사면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면 단지 국무회의 의사록이나 정부 발표문만 덜렁 내놓기 일쑤다. 사면의 사유는 단지 사면권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 등 법적인 서류가 미비한데도 정책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신장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절실하다.
2. 정보공개란 무엇인가
정보공개와 알권리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언론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언론의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은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충분한 정보에의 접근이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자유로운 의견 표명은 자유로운 수용 또는 접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보에의 접근, 수집, 처리의 자유, 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된다.
알권리는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리(소극적 자유)와 의사형성·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권리(적극적 자유)를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 제19조 제2항은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정보공개제도
정보공개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국민주권주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장치이다.
국민의 올바른 정치적 의사형성은 국정에 관한 광범위하면서도 정확한 정보 접근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실현하여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고, 정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부는 국민의 신뢰와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지식정보사회에서 공공기관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생산하거나 취득한 정보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이를 국민들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보공개제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의 청구에 의해 공개하거나 중요 정보를 사전에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참여와 투명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정보공개법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은 좁은 의미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2010. 2. 4. 개정 법률 제10012호)’을 말하나 넓게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공개에 관한 조례를 포함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그 밖의 공공단체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 일반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의 연혁
우리나라에서 정보공개제도는 1980년대부터 학계에서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정보공개법 제정 이전에도 행정정보에 관한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보장받았다. 1991년 청주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였고 1994년에는 행정정보공개 운영지침(국무총리훈령 제288호)이 제정·시행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1996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어, 199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후 2004년에는 정보공개청구 건수의 지속적인 증가, 정보공개 확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여 정보공개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전자적 정보공개의 근거 마련, 행정정보 사전 공표 및 정보목록 작성·비치 의무화, 정보공개 처리기간 단축(15일에서 10일), 추상적인 비공개 요건 삭제, 정보공개위원회의 설치, 민간위원을 과반수 포함한 정보공개심의회 구성 등이다. 이어 2006년에는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축소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공개대상정보의 범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수립·공개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대통령 소속이던 정보공개위원회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기구로 격하시켰다.
한편 2007년 5월에는 기존의 정보공개법과 별개로 교육관련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의무와 공개에 관해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전자적 정보공개의 근거가 마련된 이후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공공기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2006년 4월에는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개통하여 온라인을 통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정보공개 대상기관의 정보목록 검색, 정보공개청구, 수수료 납부, 공개자료 열람 등을 한 번에 처리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청구가 없더라도 사전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사이트들이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정책연구 용역 정보를 제공하는 프리즘(www.prism.go.kr), 공공기관의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알리오(www.alio.go.kr),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내고장살림(www.laiis.go.kr), 지방공기업의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클린아이(www.cleaneye.go.kr), 교육관련기관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와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각국의 정보공개제도
객관적 정보공개청구권제도로서의 정보공개제도를 처음 만든 나라는 스웨덴이다. 1766년 제정된 ‘출판의 자유에 관한 법률(Freedom of the Press Act)’은 그 명칭에서 나타는 바와 같이 출판의 자유를 확립하기 위해 사전검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문서 인쇄·배포의 자유를 인정하는 동시에 공문서 접근권도 보장했다. 핀란드는 1951년에 ‘공문서의 공개성에 관한 법률(The Law on the Public Character of Official Document)’을 제정했다. 덴마크는 1950년, 노르웨이는 1970년, 프랑스는 1978년에 각각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1949년 제정된 독일기본법(헌법)도 “누구든지 말, 글 그리고 그림으로써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하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제5조 제1항) 일찍부터 정보공개청구권을 국민의 알권리로 인정했다. 그 후 독일은 2005년 연방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영국에서는 1985년에 지방자치(정보접근)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정보공개제도가 인정되다가 2000년에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다. 구 영연방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및 뉴질랜드는 1982년에 각각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한편 1946년 연방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APA)에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포함했던 미국은 1966년에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제정하여 정보공개제도를 전 세계에 널리 보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법은 행정정보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자에 한정하지 않고 누구라도(anyone)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열거된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행정정보의 공개를 의무화시켰으며 공개의 거부에 대하여는 법원에 의한 구제를 보장하는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그 후 각국의 정보공개법의 제정과 그 내용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미국은 정보공개법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세 가지 법을 제정하여 정보자유의 이념을 다시 확대·발전시켰다. 첫째, 국민 각자는 자기에 관하여 정부가 수집한 정보를 알권리가 있으며 그 개인정보를 정부가 함부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프라이버시법(Privacy Act of 1974)을 제정했다. 둘째, 행정부의 문서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정책의 결정과정인 모든 회의까지 공개하는 선샤인법, 즉 회의공개법(Government in the Sunshine Act of 1976)을 제정했다. 셋째, 정책결정의 책임 부서에 있는 정치인, 고급공무원, 법관 등의 자산과 수입을 공개하여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과 판단에 사적인 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윤리법(Ethics in Government Act of 1978)을 제정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1996년에 아시아 최초로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태국은 1997년, 이스라엘은 1998년, 일본은 1999년, 인도와 대만은 2003년에 각각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었다.
중남미에서는 콜롬비아가 1985년, 베네수엘라가 199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가 1998년에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2000년에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정보공개와 정보공표의무
일반적으로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 또는 복제물을 교부하는 것을 말한다(제1조). 그러므로 좁은 의미의 정보공개제도는 국민의 공개청구권 행사에 따라 행해지는 정보공개청구권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정보공개제도는 정부 등 공공기관의 재량에 의해 행해지는 정보제공제도와 국민의 공개청구권을 전제하지 않고 일정한 정보의 공개의무가 부과되는 정보공표의무제도를 포함한다.
하지만 정보공개와 정보제공 또는 정보공표는 구별해야 한다. 정보제공 또는 정보공표라는 것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일정한 행정목적을 위하여 정보를 선택하고 재량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정보공개는 국민이 정보의 공개를 청구한 경우 정부가 일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에게 불리한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를 거부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정보제공 또는 정보공표의무와 관련하여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는 국가 등 공공기관은 ① 국민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관한 정보 ② 국가의 시책으로 시행하는 공사 등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관한 정보 ③ 예산집행의 내용과 사업평가 결과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 ④ 그 밖에 공공기관의 장이 정하는 정보에 대하여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비공개대상정보가 아닌 한 공개의 구체적 범위, 공개의 주기·시기 및 방법 등을 미리 정하여 공표하고,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제7조 제1항).
정보공개법 시행령은 이를 좀 더 구체화하여 공공기관은 ① 식품·위생, 환경, 복지, 개발사업 등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와 관련된 정보 ② 교육·의료·교통·조세·건축·상하수도·전기·통신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 ③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2조의2에 따른 계약관련 정보 ④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1조에 따른 수의계약 내역 정보 ⑤ ‘국가재정법’ 제9조에 따른 재정정보 ⑥ ‘지방재정법’ 제60조에 따른 재정운용상황에 관한 정보 ⑦ 그 밖에 법령에서 공개, 공표 또는 공시하도록 정한 정보 ⑧ 국회 및 지방의회의 질의 및 그에 대한 답변과 국정감사 및 행정사무 감사 결과에 관한 정보 ⑨ 기관장의 업무추진비에 관한 정보 ⑩ 그 밖에 공공기관의 사무와 관련된 ①~⑨에 준하는 정보를 포함하여 국민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정부간행물의 발간·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령 제4조 제1항~제2항).
한편 정보공개법이 아닌 개별 법률에서 적극적으로 정보공표의무를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정부법은 행정기관의 주요 업무는 전자화되어야 하며, 전자적 처리가 가능한 업무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자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제8조)는 전제에서, 행정기관이 보유·관리하는 행정정보로서 국민생활에 이익이 되는 행정정보는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제9조)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정부로 하여금 예산, 기금, 결산, 국채, 차입금, 국유재산의 현재액 및 통합재정수지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매년 1회 이상 정보통신매체·인쇄물 등 적당한 방법으로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제9조 제1항).
소비자기본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익과 관련된 주요시책 및 주요결정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며(제13조 제1항), 소비자가 물품 등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물품 등의 거래조건·거래방법·품질·안전성 및 환경성 등에 관련되는 사업자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제13조 제2항)고 명시하고 있다.
통계법도 통계작성기관이 통계를 작성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결과를 지체 없이 공표해야 한다(제27조 제1항)고 규정한다.
사회보장기본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필요로 하는 정보를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개하고 또 이를 홍보해야 하며, 사회보장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는 체계를 확립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제30조).
또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은 국가안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① 경영목표와 예산 및 운영계획 ② 결산서(재무제표와 그 부속서류를 포함) ③ 임원 및 운영인력 현황 ④ 인건비 예산과 집행 현황 ⑤ 실시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⑥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결과 ⑦ 정관·사채원부 및 이사회 회의록(다만, 이사회 회의록 중 경영 비밀에 관련된 사항은 제외) ⑧ 감사의 감사보고서 ⑨ 감사원법의 규정에 따라 변상책임 판정, 징계·시정·개선 요구 등을 받거나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 그 내용과 그에 대한 공공기관 등의 조치 사항 ⑩ 그 밖에 공공기관의 경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시하도록 요청한 사항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시해야 하고, 사무소에 필요한 서류를 비치해야 한다(제11조 제1항~제2항). 공시된 사항에 대한 열람이나 복사를 요구하는 자에 대하여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이나 복제물을 내주어야 한다(제11조 제3항).
행정절차법도 행정청이 ① 국민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사항 ② 많은 국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항 ③ 많은 국민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주는 사항 ④ 기타 널리 국민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정책·제도 및 계획을 수립·시행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20일 이상 예고하도록 하고 있다(제46조).
정보공개의 쟁점
알권리의 한계
알권리가 타인의 기본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알권리도 헌법유보(헌법 제21조 제4항)와 일반적 법률유보(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개별 법률은 알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제한은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 그쳐야 한다. 아울러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기본권 제한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기준을 정립해야 하며, 제한에서 오는 이익과 알권리를 침해하는 해악을 비교하여 그 제한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정보공개와 개인정보보호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제도와 개인정보보호제도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보공개제도는 국민 누구에게나 국정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공정하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기본원칙을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권리와 이익 보호를 도모한다. 따라서 정보공개법은 국민 누구에게나 정보를 공개하는 반면 개인정보보호법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만 정보를 공개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정보공개제도는 국정정보 전반의 공개에 관한 절차를 중점적으로 규정하는 반면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보유와 이용·제공의 제한, 안전·정확성의 확보, 개인정보파일의 공시, 개인정보의 본인에의 공개, 개인정보 정정 등을 규정한다.
그러나 두 제도는 일정한 정보의 공개를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보공개가 청구된 경우 과연 그 대상정보에 포함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가,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보공개제도의 비공개사항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서 두 제도는 서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면에서 두 제도를 서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보공개법은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대상정보로 규정하고 있다(제9조 제1항 제6호).
정보와 관련된 제3자의 권리
헌법은 적법절차 규정에서 행정기관이 국민에게 불이익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고지하고 청문의 기회를 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의하여 불이익을 받을 제3자의 입장에서 사전의 고지와 청문의 기회가 부여되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이다.
제3자가 자기의 영업비밀이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정보공개 결정에 대한 제3자 취소심판이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맹점이 있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제기만으로는 정보공개 결정의 효력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비밀이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개인정보 공개를 저지하고자 하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후적 취소절차보다는 예방적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3자에게는 공개되어서는 안 될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보공개를 허용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그 정보를 사실상 공개하기 전에 행정심판과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사후 권리구제만으로는 권리 보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제3자가 정보의 공개에 반대한다고 하여 공공기관이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3자가 공개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공공기관은 공개청구된 정보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의 8가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에 이를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은 공개청구된 공개대상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공기관은 그 사실을 제3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해야 한다(제11조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통지를 받은 제3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당해 공공기관에 대하여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요청할 수 있다(제21조 제1항).
이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가 제3자와 관련이 있는 경우 그 정보공개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공공기관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거쳐야 할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제3자의 비공개요청은 정보공개법상 정보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제3자의 비공개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공개결정을 하는 때에는 공개결정이유와 공개실시일을 문서로 명시하여 지체 없이 제3자에게 통지해야 하며, 제3자는 당해 공공기관에 문서로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21조 제2항). 이를 역(逆) 정보공개소송이라고 한다. 이 경우 이의신청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하고, 공공기관은 공개결정일과 공개실시일의 사이에 최소한 30일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제21조 제3항).
정보공개와 기록물관리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기본 법률인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의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의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즉 정보공개법과 마찬가지로 기록물관리법도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모든 공무원은 기록물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가지며(제4조 제1항), 공공기관 및 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기록물이 국민에게 공개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제4조 제2항), 기록물이 전자적으로 생산·관리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며 전자적 형태로 생산되지 않은 기록물에 대하여도 전자적으로 관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제6조). 이처럼 정보공개법과 기록물관리법은 상호보완적인 입법목적을 갖고 있다. 기록물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정보공개제도의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와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해야 할 비밀엄수의 의무를 진다(국가공무원법 제60조). 국가공무원뿐 아니라 지방공무원(지방공무원법 제52조), 외무공무원(외무공무원법 제19조), 국가정보원직원(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등도 이 의무를 가진다. 공무원이 법령상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될 뿐 아니라 형법상의 외교상기밀누설죄나 공무상비밀누설죄(제127조) 등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비밀엄수의무의 대상이 되는 비밀은 행정기관이 비밀이라고 형식적으로 정한 것에 따르지 않고 비밀로서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즉 그것이 통상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다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성을 가졌는지, 정부나 국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이 객관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공무원법 등 행정기관의 공무원에게 비밀엄수의무를 과하고 있는 규정에 있어서 비밀이란 실질비(實質秘), 즉 공지의 사실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에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이 정보공개제도에 따라 정보를 공개한 경우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에 위반되는가가 문제이다. 공무원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공개결정이 위법한 경우에는 공익상의 재량적 공개가 가능한 경우가 아닌 한 비공개정보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공개결정된 정보가 실질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밀엄수의무 위반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렇게 공무원이 정보공개법을 성실히 집행한 과정에서 잘못하여 비공개대상정보를 공개결정한 경우에는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호주 정보공개법 제92조와 뉴질랜드 정보공개법 제48조는 결과적으로 위법한 공개를 했더라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가 인정된다고 믿고 공개를 한 자는 소추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청구인과 공모하여 공개청구에 따른 정보공개결정이라는 형태를 가장하여 고의로 실질비를 공개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비밀엄수의무를 위반한 것이 될 것이다.
(1, 2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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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안상운
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겸 『서울타임스』(www.seoultimes.net) 발행인.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초대 위원 역임.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언론대학원에서 「언론보도와 인격권 보호에 관한 연구」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음. 저서로는 『NGO·NPO 법률가이드북』, 『명예훼손이란 무엇인가』가 있으며, 『프로듀서를 위한 법률교실』, 『내릴 수 없는 깃발 미얀마』를 공동 집필함. 논문으로는 「언론의 법적 책임과 언론피해구제제도」, 「언론의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사유와 구제제도」, 「형사사건 보도와 인권」, 「반론보도청구권의 법적성질」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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