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머리말 l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뀐다
지난 20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면 다룰수록 자꾸 코미디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내가 다큐멘터리로 다룬 주제 가운데 가벼운 것은 없었다. 실업 문제, 총기 문제, 테러, 건강보험제도 등 하나같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심각하고 껄끄러운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보는 사람들에게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이 그만큼 웃긴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뜻일까?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이클 무어는 너무 선동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한다. 심각한 주제를 웃기게 만들어 시선을 끌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고, 상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진실은 선동적인 것처럼 보이고, 상식은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세상이 너무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진지한 다큐멘터리가 웃기는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은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대통령 밑에서 코미디 같은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TV, 영화와 달리 코미디언 같은 대통령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현실은 비극이 된다. 거짓 정보와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수십만 젊은이가 전쟁터로 끌려갔다. 수백억 달러를 쓰고 수천 명이 죽었는데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는 정부의 늑장대처로 입지 않을 피해를 입었는데도, 위대하신 그분은 재난관리청장에게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하며 녹슬지 않은 개그 감각을 선보였다. 당시 재난관리청장은 재난관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국제아랍말협회’ 회장 출신으로 대통령이 선거 때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앉혀 놓은 사람이었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최악의 금융위기로 2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실업률은 10퍼센트에 육박하며 700만 가구가 집을 잃었다. 그런데 금융위기의 당사자들은 거액의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한 대통령 후보는 “미국경제는 튼튼하다”며 소똥만도 못한 소리를 당당하게 하고 다녔다.
웃기지만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이야기다. 잘못된 리더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미국 국민은 지난 8년간 여실히 깨달았다.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고, 우리는 관중이 아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정치는 그 순간 시작된다.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끝난다.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토론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여기에는 당신이 어디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사실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상위 5퍼센트 부유층 자제들만 군대에 보내자는 제안도 있고, 돈 들이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어서 누군가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진지하게 받아들이든 농담으로 받아들이든 여기에서 제기한 문제만큼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주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두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사람이라도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나는 다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일 뿐이다. 우리에겐 피 흘리지 않고 세상을 바꿀 힘과 권리가 있다. 바로 투표가 우리의 무기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우리가 임명한다. 우리는 선거권 하나로 그들보다 힘이 센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한 표에 대한 권리를 과소평가한다. 정치는 원래 저런 것 아니냐며 관심을 끊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선거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직장을 잃고, 집을 빼앗기고, 교육비에 허덕이고, 치안이 엉망이 되면 그제야 정치를 탓한다. 그런 사람들은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며 욕할 자격이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좀 두자. 그게 주식 시세와 부동산 시세 못지않게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러니 제발 투표 좀 하자. 세상을 바꾸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들을 길들이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않는 한 세상이 바뀌게 되어 있다. 한때는 노예를 착취하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있었고, 여성이 참정권을 요구하는 게 범죄이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여러분 곁에는 내가 있고, 내 곁에는 여러분이 있다. 신이시여, 우리를 축복하소서, 제발!
마이클 무어
Michael's Answer 사실입니다. 열심히 투표를 하면 정치인들은 우리가 그들을 좋아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싫어서 투표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정치인들만 투표장에 나와서 자기 이름을 찍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항상 당선이 될 테고 영원히 밥그릇을 지키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투표가 우리에게는 어떤 이득을 줄까요? 재선에 나선 하원의원의 97퍼센트가 워싱턴 재입성에 성공합니다. 구소련 공산당 정치국의 재선 비율은 91퍼센트였습니다. 철의 장막 뒤에서 안락하게 사는 줄 알았던 이들이 미국 정치인보다 자리 지키기가 더 어려웠던 겁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투표가 어떤 변화도 가져올 수 없다는 믿음은 페트병 재활용에 대한 생각과 비슷합니다. 뭔가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국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재활용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기보다는, ‘왜 탄산음료용 페트병을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드는가?’ 더 나아가 ‘왜 애초에 탄산음료를 마셨던 것일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투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마다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97퍼센트에 달하는 이들이 재선에 성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뭔가 중요한 일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정작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런 것입니다.
“정치인 양반, 이번에도 잘 해주셨소! 앞으로도 전쟁을 더 과감하게 벌여주시고, 부자들은 더 잘 살게 해주시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늘려주시고, 복지정책 따위는 생각하지 마시고, 기름 값은 더 올려주시오!”
우리는 늘 똑같은 늙은 사내들에게 표를 던지면서 나라 사랑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위로해보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이들에게 반대표를 던져 볼 수는 없을까요?
이제 투표소에 갈 때는 이는 투표의 첫 단계라고 여깁시다. 그 이후 투표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선출된 이들에게 이메일, 편지 등을 보내고, 선출된 이가 국민의 대표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몰아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투표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집 열쇠와 통장을 넘기고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네 마음대로 살아라. 2년 후에 보자.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좋다. 찾아오지도 않을 거고, 전화도 안 할 거야. 귀찮게 하는 일 없을 테니, 마음껏 놀아라.”
Michael's Answer 당신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정치인들은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거둬갔으면 거둬갔지, 절대 쓰지는 않을 겁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그들에게 선거권을 팔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돈을 주세요. 돈을 많이 내면 얻어가는 것도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아끼고 아껴서 모은 25달러를 어떤 대통령 후보에게 선거운동에 쓰라며 보냈다고 칩시다. 그 돈을 받은 후보는 당신에게 매우 감사해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됩니다. 감사 편지나 한 장 받게 된다면 운이 좋은 것이지요.
당신이 몇백 만 달러쯤은 우습게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의 대표라면 조금 욕심을 내도 좋습니다. 에너지, 석유업계나 금융업계가 선거 때마다 민주당, 공화당 양측에 수억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에너지업계는 공화당에 400만 달러, 민주당에 약 300만 달러를 기부했고, 금융업계는 오바마에게 800만 달러, 매케인에게 500만 달러 기부했습니다. 거액의 후원금으로 선거를 지원하는 엑손 모빌 Exxon Mobil이나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 같은 기업은 누가 당선되든 지원금 이상의 이득을 챙겨갑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이 통과되도록 압력을 넣을 수도 있고, 회계 부정이나 비리 사실 등이 적발되더라도 기소를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미국 의회는 매우 온건한 총기 규제 법안도 하나 통과시키지 못합니다. 콘크리트벽을 뻥뻥 뚫는 슈퍼탄환이나 반자동 권총을 사용하여 멧돼지나 사슴 같은 동물들을 쉽게 잡으라는 뜻일까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심장이 벌름거려서 그런 총을 잡지도 못합니다.
전미 총기협회 National Rifle Association나 무기회사, 총기 옹호 단체들이 돈을 어디에다 쓰는지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들은 지난 7년간 1,7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연방 입법 담당자들에게 주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이 공화당 계좌로 흘러들어 갔지요. 같은 기간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17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기 규제 법안이 어떻게 통과되겠습니까? 우리는 돈을 낸 만큼 대접받는 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달랑 170만 달러를 내고 1,700만 달러어치의 대접을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상원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필 그램 Phil Gramm 전 의원은 1990년대 말 금융파생상품 시장에 연방 기관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금융업계가 3억 달러 규모의 로비를 펼친 덕분이었지요. 이 법안 덕분에 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스위스의 UBS가 경쟁자들을 집어삼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동시에 투자은행에 대한 정부의 느슨한 감시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필 그램이 주도한 규제 완화 정책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재앙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이라고 평가합니다. 워런 버핏은 필 그램이 주도한 법을 '대량금융파괴무기’라고 비난했습니다.
필 그램은 2002년 상원을 떠나 자신이 길을 닦아 주었던 UBS로 자리를 옮겨서 지금까지 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004년에는 로비스트로도 등록하여 금융계에 유리한 쪽으로 로비 활동을 벌였습니다. 지난 대선 때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고문과 선거운동본부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매케인이 당선되면 가장 유력한 재무부 장관 후보였습니다.
그는 지난 8월 언론들이 월스트리트가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하자 ‘미국은 정신적 침체에 빠져서 징징대는 사람들(whiner)의 나라’라고 말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징징대는 사람들’이란 바로 자신이 통과시킨 법안 때문에 집을 잃게 된 서민들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사고를 쳤는데도 그는 아직 건재합니다. 지금도 알래스카 어딘가에서 사냥을 즐기며, 금융회사가 욕 안 먹고 보너스를 챙기려면 어떤 법이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필 그램은 알래스카를 포함한 야생 동물 보호 구역에서 불법적인 사냥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미국 정치에서는 돈을 낸 만큼 대접받습니다. 돈 없는 사람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됐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그것뿐입니다. 그러니 돈 받고 표를 팔아버릴 생각은 냉큼 버리고, 당선됐을 때 더 뿌듯한 기분이 들 것 같은 사람을 찾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Michael's Answer 미국의 독특하고 복잡한 대통령 간접선거 제도는 멍청한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을까 봐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들어 놓은 영리한 제도입니다.
먼저 독특하고 복잡한 대통령 선출 방식을 살펴볼까요? 미국 대통령은 50개 주에서 선출된 538명의 선거인단을 뽑습니다. 각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의 수는 각 주에서 선출하는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을 합한 수와 같습니다. 상원의원은 각 주에 2명씩 총 100명이 있고, 하원의원은 인구비례에 따라 주마다 최소 1명에서 53명까지 총 435명이 있습니다. 여기에 수도 워싱턴 DC의 선거인단 3명이 더해져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구성됩니다.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55명)이고, 가장 적은 주는 버몬트, 델라웨어, 와이오밍, 알래스카, 워싱턴 DC(각 3명)입니다.
미국 국민들은 11월 첫 주 화요일에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을 뽑는 겁니다. 이때 뽑힌 선거인단이 12월 셋째 주 수요일에 투표를 해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선출된 선거인이 자기 마음대로 특정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각 주에 대통령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투표 결과에 따라 어느 당의 선거인단을 선택할지가 결정됩니다. 득표수가 한 표라도 많은 당이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 전체를 확보합니다. 이른바 승자독식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으로 대통령을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구가 적은 주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와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주에 2명의 상원의원을 배정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작고 아담한 주가 대통령 선거 때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을 만든 것입니다. 델라웨어와 같이 작지만 사랑스러운 곳을 배려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브래스카 주와 메인 주를 뺀 48개 주가 승자 독식 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득표수와 확보한 선거인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1명의 선거인이 배정된 인디애나 주에서 A 후보가 500만 표를 얻었고 B 후보가 500만 1표를 얻었다고 칩시다. 승자독식 시스템에서는 B 후보가 11표 전부를 차지합니다. A 후보는? 국물도 없습니다. 500만 표를 얻은 A 후보가 단 한 명의 선거인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게 인생이다’라고 하는 게 미국의 가치관입니다.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지요. 헌법에도 ‘억울하면 이겨라’라고 적혀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49.9퍼센트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천재적인 보호 장치 하나를 더 만들어 놓았지요. 앞의 예로 돌아가 볼까요? B 후보는 단 한 표 차이로 A 후보를 누르고 인디애나에 배정된 11명의 선거인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11명의 선거인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요? 바로 주의 정당입니다!
더 기가 막힐 노릇은 11명 선거인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찍을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대다수 시민들의 선택은 깡그리 무시당합니다. 시민들은 정치와 경제와 나라에 대해서 쥐뿔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래서 능력도 없고 비전도 없는 후보에게 아무 생각 없이 투표한다고 믿는 걸까요? 아무튼, 그들 11명의 선거인은 무지몽매한 국민들을 계몽한다는 그들만의 사명을 띠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
그들은 지금도 인디애나 고속도로변 홀리데이인 Holiday Inn 호텔 대의원 회의실에 모여서 기름기 좔좔 흐르는 피자를 우적거리며 정치와 국민과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좀 덜 떨어져서 그렇지, 정치로 밥 벌어 먹고사는 그들만큼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머리말 전문, 제1장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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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
논란이 있는 곳엔 그가 있고, 그가 있는 곳엔 논란이 있다. 불의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고, 할 말은 어떻게든 해야 하고, 아닌 것은 죽어도 아닌 자칭 막무가내 열혈 지식인. 그는 다국적 기업, 이라크전쟁, 건강보험제도 등 분야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비판의 칼날을 휘둘러왔다. 그 덕분에 부시 전 대통령이 “제발, 다른 일 좀 찾아보라”고 부탁했을 만큼 미국 보수 세력에게는 오사마 빈 라덴보다 더 미운 존재가 되었다. 물불 가리지 않는 무모함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집념으로 겁 없이 권력과 싸워온 흔적들은 고스란히 작품으로 남아 깨어 있는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6편 가운데 <화씨 9/11>, <식코> 등 4편이 그의 작품이다. 2009년에는 <자본주의-러브스토리>로 식지 않은 흥행 파워를 보여주었다.
미국의 총기 문제를 다룬 <볼링 포 컬럼바인>으로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오스카상을 받았고, <화씨 9/11>으로 2004년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40주 연속 1위를 하고 전 세계적으로 400만 부가 넘게 팔린 『멍청한 백인들』은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영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항상 열 받은 상태지만 혈압은 120에 60으로 정상적이고, 콜레스테롤 수치 역시 152로 안정권이다. 지금도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악취가 솔솔 풍기는 어딘가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다. 2005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뽑혔고, 2007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선정한 ‘할리우드에서 가장 똑똑한 50인’에 선정되었다. 마이클 무어 홈페이지: www.michaelmo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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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최지향
학부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등을 거쳐 지금은 국제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대통령을 기소하다』,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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