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차마고도茶馬古道
방랑의
여로가 아니다
여분의 욕망도
낭만도 아니다
가지 않고
오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
백척간두
길을 내었다
실핏줄처럼
가느다란
목숨처럼
간절한 길
꺼질 듯
날아갈 듯
아스라이
이 가을
마음이 쭈글쭈글해졌으면
나른하게 납작하게 시들어갔으면
꽃잎은 이우는데 낙엽도 지는데
시들지 않은 마음은 하염없이
뻗쳐오르고 시퍼레지고 벌게지며
이렇게 푸드덕거리며 기세등등할까
그만 고운 먼지에 싸여
하야니 핏기를 잃고
쭈글쭈글 주름이 잡혀서
더 이상 출렁대지 않고 들끓지 않고
조그맣고 동그랗게 여위어져서
소리도 없이 툭 떨어졌으면
이 무명 진토에 다시 피어나지 말았으면
생각 1
─ 폭설
쓸어내고 쓸어내도
생각이 폭설로 쏟아진다
차고 쓸쓸한 생각들이
외떨어진 마음 안에 쌓여
사방 길도 안 보이고
마침내 꽝꽝한 얼음이 되어
바늘 하나 꽂힐 틈도 없이
꽉 끼어 터질 듯하다
폭설 퍼붓는 생각의 산중에 갇혀
천방지방 좌충우돌 버둥대다가
기진맥진 나가떨어졌다
망연히
고개 들어 둘러보니
빈 가지로 견결한 나무들
겨울산은 환하니 고요하다
어디에도 눈 내린 흔적 없다
생각 2
─ 배꼽
인적 없는 마당에 생각이 서성이다
동구 밖 길 하염없이 내다보다
시누대 몇 그루 툭툭 흔들고 지나간다
바람보다 질정 없는 생각은
민망스레 뻔뻔하다가 턱없이 공손하다
지겹도록 질기더니 놀랍도록 냉담하다
생각의 배꼽은 어디일까
환한 대낮도 순식간에 캄캄해지고
고요한 뜰에 별안간 회오리 인다
돌돌돌 생각의 달팽이
도르르 말려들어가 나올 줄을 모르는데
겨울 볕살의 보시普施는 두터워
마루와 등은 무념무상 따끈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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