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시위가 아닌 거닐기
‘영웅이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로맹 롤랑Romain Rolland
체포되거나 구타, 고문당할 것을 미리 알고도 대중 시위를 조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위자들은 수년간 시위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까지 포함해 다양한 저항 방법을 모색해왔다. 예를 들어, “내가 시위자로고요? 당신이 오해한 겁니다!”라고 말하는 법은 사복 경찰이 쓰는 말과 흡사하다(사복 경찰은 “내가 경찰이라고요? 당신이 오해한 겁니다!”라고 말할 것이다-역자).
정부는 그들이 반정부 시위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지율이 낮은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찬사는 오히려 반어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경찰과 보안군이 실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단순히 밖에 나와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는가? 시위는 샌드위치 먹기나 박수치기, 또는 그저 가만히 서 있기처럼 간단한 것일 수 있다. 때로는 단순한 것이 더 많은 힘을 가질 수 있다.
재스민과 빅맥
중국에서는 시위를 하는 것이 매우 도전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그들의 문제를 알릴 수 있는 특이한 방법을 모색하였다.
2011년, 튀니지의 평화적인 ‘재스민혁명’ ─ 처음에는 아랍의 봄으로 알려지게 된 일련의 봉기 ─ 은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혁명 속에서 튀니지의 부패한 대통령은 결국 도망쳐야만 했다. 더 많은 자유를 원했던 중국인들은 이런 튀니지의 혁명에 크게 고무되었다. 그들은 놀라운 일을 이룬 세상 반대편 사람들과의 연대를 보고 싶어 했다.
중국에서는 공식적 항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무조건 저지될 것이었다. 그래서 주최자들은 이를 대신해 시위자들에게 다양한 장소, 예를 들면 베이징의 맥도날드나 광저우의 스타벅스, 상하이의 평화시네마 같은 번화한 장소 주변을 단순히 ‘거닐도록’ 독려했다. 중국의 재스민혁명을 이끈 집단에서는 ‘함성이나 구호 없이 단순히 걷고 웃자’라는 투쟁방침을 발표했다.
이런 시위 형태는 정부 당국에게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조용한 거닐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경찰 대오와 사복 경찰이 동원되었지만, 단지 카푸치노나 빅맥을 먹으러 온 것 같은 사람들을(혹은 그런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인권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햄버거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위자들은 종종 일부러 그럼 사람들의 무리로 들어갔다.
맥도날드에 앉아 있던 한 남자는 “이것은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 같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두들겨 패면서 그 지역을 청소하기 위해 청소차를 투입하는 편집증적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인터넷 검색 용어에서 ‘재스민’이라는 용어를 금지했는데, 이는 비폭력 시위에 대한 당국의 두려움을 나타낸 것이었다.
불온한 샌드위치
2014년 태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시민들은 ‘행복해지라’는 명령을 받았다.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태도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군부로 끌려갔다. 다섯 사람 이상이 모이는 것도 금지되었다. 하지만 태국 사람들은 시위가 아니라 단지 각종 활동을 조직하는 방법으로 금지령을 우회하였다.
저항의 한 형태는 샌드위치 먹기였는데, 이는 군사정권에게 조심스럽지만 눈에 잘 띄게 ‘아니요’라고 거부하는 시위였다. 이는 ‘민주주의 도시락’으로 불렸다. 군부는 이런 불온한 점심식사를 한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샌드위치 먹기와 함께 책 읽기도 또 다른 위험한 활동이 되었다. 공적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책을 읽는 학구적인 사람들은 체포되었는데, 군부가 명확히 태국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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