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검은 수의 갈아입는
노을의 검은 숨소리
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
박쥐난이 있는 방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
박쥐난은
침묵에 들러붙어 산다
이것밖에 없는 방에선
이것만이 생존법
침묵에
물 줄 시간
눈 감는 소리와 굳어가는 혀조차
조심할 것
잠자코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
침묵과 죽음 사이
그 마지막 모퉁이에 박쥐난은 붙어 있다
텅 빈 녹음테이프가 돌고 있다
반딧불이
그믐밤
벙어리 별자리
흘러가고 있다
장님의 지팡이 소리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