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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화란 무엇인가
맥도날드 프랜차이즈를 이끈 천재 레이 크록Ray Kroc, 1902~1984은 시야가 넓고 포부가 큰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창조물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칠지는 알지 못했다. 맥도날드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발전 양상 중 하나를 이끈 단초가 되었다. 그 반향은 미국 사회와 패스트푸드 산업이라는 애초의 범위를 넘어 폭넓게 확산되었고 세계 곳곳의 광범위한 분야에, 그리하여 사실상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 영향은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맥도날드가 아니며 패스트푸드 산업도 아니다. 물론 이 두 소재가 자주 언급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맥도날드에 (또한 맥도날드가 속해 있고, 맥도날드가 그 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패스트푸드 산업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것이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내가 이름 붙인 광범위한 과정의 주요 사례이자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맥도날드화라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 영향을 받은 여러 현상들이다.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이다.
맥도날드화가 거역할 수 없는 과정이라는 징후는 무수히 많으며, 침투할 수 없을 듯하던 제도(예컨대 종교)나 지역(예컨대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까지도 휩쓸었다.
맥도날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성공한 기업이다. 1955년 창업 이래 1994년까지 990억 개의 햄버거를 팔아치웠고 2013년에는 3천억 개를 넘어섰다. 그해 매출액은 281억 달러(이는 에콰도르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액수다), 순수익은 56억 달러였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8개국에 있으며, 매장수는 3만 5천 개가 훨씬 넘고, 일일 평균 방문 고객 수는 7천만 명에 달한다.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미국에 있는 모든 맥도날드 매장 위치(2013년 기준 만 4천 개를 약간 넘었다)를 화면에 표시하고, 맥도날드를 지나치지 않고 갈 수 있는 가장 긴 거리가 185㎞라고 밝힌 적도 있다. “맥도날드 없는 최장거리 지점McFarthest Spot”은 네바다 주에 있었다. 영국의 논평가 마틴 플리머Martin Plimmer는 장난스럽게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 가까이에도 있고, 그보다 더 가까이에 또 하나가 지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곧 당신의 집 안에도 맥도날드가 하나 생길 것이다. 어느 날 침대 밑에서 로날드 맥도날드의 부츠나 빨간 피에로 가발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맥도날드는 맥카페McCafé의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유럽에 있는 맥카페 매장은 4500개 이상이다. 맥도날드는 2007년에 자체 스페셜티 커피 라인을 출시하면서 스타벅스(스타벅스에 관해서는 9장에서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와 경쟁을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커피 전쟁’이 일어났다.
맥도날드는 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21세기의 테크놀로지도 활용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만 천 개 이상의 매장에서 와이파이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객 수백만 명이 판촉 이메일을 받아보고 있는데, “종래의 종이 쿠폰보다 효과적”이다. 맥도날드는 ‘크루’라 불리는 점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테이션M’과 블로그, 그 밖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해 직원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도록 했다. 또한 매장들을 대폭 리모델링하여 첨단 드라이브스루 통로와 대화면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실내 사이클까지 구비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맥도날드화 외식업, 더 일반적으로 모든 형태의 프랜차이즈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명백하다.
1. 미국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올린 매출액은 약 2조 1천억 달러다. 이들은 850만 명 이상을 고용했다. 프랜차이즈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으며, 맥도날드 매장의 80% 이상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2006년에는 57%였다). (스타벅스가 프랜차이즈 방식을 거부하고 독립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맥도날드의 2008년 연차 보고서에는 이런 언급이 있다. “우리는 각 지역에서 점주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가맹점들이 우리가 가진 경쟁 우위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우리가 글로벌 브랜드일뿐 아니라 지역 기반의 브랜드이기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2. 버거킹이나 웬디스 같은 햄버거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그 외의 여러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맥도날드 모델을 채택했다. 2013년 기준으로 얌브랜즈Yum! Brands, Inc.(전 세계에서 다양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외식업체-옮긴이)는 128개국에서 4만 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피자헛, KFC, 타코벨Taco Bell이다. 얌브랜즈의 총매출(2013년 기준, 연간 111억 달러)이나 당기순이익(11억 달러)은 맥도날드와 격차가 크지만, 매장 수는 오히려 맥도날드보다 많다. 서브웨이(106개국에 4만 2천 개에 이르는 매장이 있으며 그중 2만 6628개는 미국에 있다)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체 중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식당 체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충분히 그럴 법하다. 일례로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가보면 구석구석 서브웨이가 없는 곳이 없으며, 심지어 유대인 커뮤니티센터 안에도 매장이 있다. 치폴레, 칙필라, 던킨도너츠, 파이어하우스서브, 파이브가이즈, 지미 존스 등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은 그 외에도 많다. 뉴욕의 중동 거리 음식 패스트푸드점 할랄가이즈까지도 5년 안에 미국과 캐나다, 중동에 100개의 간판을 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할랄가이즈의 한 컨설턴트(파이브가이즈가 네 개의 매장에서 출발해 2013년 1200개 이상의 매장 수를 갖기까지 그 성장을 도왔던 인물이다)에 따르면, “할랄가이즈는 중동 음식계의 치폴레(멕시코 음식 체인점-옮긴이)가 될 것이다.”
3. 맥도날드 모델은 더 높은 가격대의 음식점 체인에까지 확장되었다. 쉐이크쉑과 그 대표 메뉴인 ‘쉑버거’가 그 예다. 이 회사는 2004년 노점으로 시작해 2014년 4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점 예정인 매장도 많다. 쉐이크쉑은 10주년 기념으로 한정판 버거를 판매했는데, 뉴욕에서는 이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1500명이 줄을 섰고 일곱 시간이나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 고급 식당 체인들(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필리스, 올리브 가든, 치즈케이크 팩토리, 레드 랍스터 등)이 내놓고 있는 메뉴는 매우 다양하다. 한층 더 고급스럽고 가격도 더 비싼 스테이크 전문점 모턴스Morton’s 역시 명백히 맥도날드를 모델로 삼았다. “모턴스는 친절한 서비스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제공하면서도, 통일성uniformity, 원가관리cost control, 1인분 양 규정portion regulation 등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만든 원칙들을 따른다.” 실제로 여러 개의 웬디스 가맹점을 소유했던 모턴스의 CEO는 “웬디스 매장을 운영했던 경험이 모턴스 창업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업원들은 “매뉴얼에 따라야” 하며, 이 매뉴얼에는 “각 재료를 다룰 때 모턴스에서 사용하는 조리 도구, 소스, 가니시 등의 세부 사항이 그림과 함께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모든 모턴스 매장의 주방에 일렬로 걸려 있는 컬러사진들은 각각의 메뉴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모턴스 매장에는 “최신식 고화질 텔레비전 방송수신, 대형 스크린, 영화관 수준의 서라운드 음향, 와이파이, 벨로시티 사의 방송 시스템”을 갖춘 표준화된 회의실도 있다.
4. 다른 업종들에서도 각자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산업의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다. 토이저러스Toys’R’Us 부회장은 “우리는 장난감 업계의 맥도날드로 여겨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현재 토이저러스는 더 ‘맥도날드화’된 월마트의 장난감에 밀려 하향세에 있다.) 키드스포츠 펀 앤 피트니스 클럽Kidsports Fun and Fitness Club 창업자도 “놀이방과 피트니스 업계의 맥도날드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유사한 포부를 가진 다른 체인으로 갭의류 회사-옮긴이, 지피 루브, AAMCO 트랜스미션, 마이더스 머플러 앤 브레이크 숍(이상 자동차 정비 회사-옮긴이), 그레이트 클립스미용실-옮긴이, H&R 블록세무법인-옮긴이, 펄 비전안경점-옮긴이, 밸리스호텔 및 카지노-옮긴이, 캠프그라운드 오브 아메리카이른바 “캠핑 업계의 맥도날드”, 킨더케어“켄터키 프라이드 칠드런”이라는 별명이 있다, 홈 디포주택용품 판매 회사-옮긴이, 펫스마트반려동물용품 소매업체-옮긴이, 제니 크레이그다이어트 제품 회사-옮긴이, 커브스자칭 세계 최대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 체인 등을 들 수 있다. 유럽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맥도날드 모델을 모방해 ‘라이언화’라는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5. 맥도날드는 국제 무대에서도 성공했다. 맥도날드 매장의 약 60%는 미국 외 지역에 있으며(1980년대 중반에는 단 25%만이 해외에 있었다), 신규 매장 대부분이 해외에서 개장되고 있다. 2014년에는 호치민 시에 베트남 최초의 맥도날드 매장을 오픈했다. 맥도날드의 해외 영업 수익은 전체 수익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2014년 기준으로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3096개의 매장이 있는 일본이다. 중국에는 1800개의 맥도날드 매장이 있으며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얌브랜즈는 중국에 4600개가 넘는 KFC 매장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이 쇠고기보다 닭고기를 훨씬 더 선호하기 때문인지, 대체로 중국에서는 얌브랜즈가 맥도날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급 요리의 요새라 일컬어지는 프랑스는 맥도날드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익성을 거두는 시장(첫 번째는 미국이다)이 되었다. 2013년 기준으로 러시아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414개 있으며, 러시아는 맥도날드가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동유럽은 패스트푸드점의 침략에 속수무책인 광활한 신천지다. 맥도날드는 동유럽과 구소련 지역에 더 많은 매장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다른 많은 패스트푸드점이 성업 중이며, 러시아인들은 미국 패스트푸드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 영국에서 맥도날드가 부진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영국은 여전히 “유럽 패스트푸드의 수도”이며, 여러 쇼핑몰에 “에이스 하드웨어, 토이저러스, 오피스 디포, TCBY”가 입점해 있는 이스라엘 역시 “맥도날드화”되었다는 말을 듣고 있다.
6. 패스트푸드 산업 영역 밖에서도 고도로 맥도날드화된 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220만 명의 직원(미국에 14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3년 매출액은 4190억 달러를 넘었다. 월마트 매장 가운데 약 5천 개는 미국에 있다(2014년 기준). 월마트는 1991년 첫 해외 매장(멕시코)을 열었으며, 지금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인도, 일본, 멕시코, 니카라과, 푸에르토리코, 영국 등 27개국에 6천 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한 주에 2억 4500만 명의 고객이 전 세계의 월마트 매장을 방문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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