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들과
너는 팔짱을 끼고 껌을 씹는다
나는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다 관뒀지만
24절기는 노래로 부를 수 있다
가지들을 치렁치렁
매달고 떠 있는 나무
허공에 매달린 사람이
내려올 줄을 모르듯
우리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간다
이른 아침에 만나서
한명은 금식 중이고
한명은 섭식장애가 있고
다른 한명은 늘 소리를 내지르지만
장애물이 있는 어디든 마다하지 않았다
아침엔 캘리포니아였지만
태양은 어디로든 우리를 끝없이 떠나보내고
금문교 붉은 난간에 앉아
물살을 내려다보는 사람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을 불러세운다
풍향계는 아무래도 소용이 없었지
뒤집히면 날개로 기어다니는 벌레를 보며
너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껌을 삼킨다
우리는 각자의 스케이트보드에 올라탔는데
우리의 고립이 이제 막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다가가는 행위
주머니에서는 늘 손을 목격한다
누구의 것도 아닌
손을 위해 걸어야 했다
안개 속의 사람들이 고립되던 무렵이었다
할 말을 잇지 못하고
시야의 모든 사물로부터 멀어졌다
이글거리는 물풀이
도시에 불어나던 게 기억의 전부였다
시간이 초침 단위로 뚝뚝 끊어지고
손을 쥘 줄 모르는 손가락들이
보폭 속으로 서서히 잊히고
방향이 모든 감각으로 나뉘어갔다
곳곳에서 바지와 양말이 수거되었다
점들을 옮기려고 이동하는 몸을 만났다
움직일 때마다 안개가 자욱해지지만
증발할 수 없는 무게는 색채로 번지고 있었다
서로의 부재가 위태로울 때쯤
연막 속에서 네가 형성되었다
사물들을 선으로 이어주는 건 혼잣말일지도 모른다
숨을 쉬어보면
밤하늘의 깊은 곳으로 옮아가는 점들
도시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물결
무리에 섞여드는 네가 나를 기억해냈다
구분할 수 없는 손가락들이 손에서 손으로
안개 속을 떠돌아다녔다
시든 조화를
꽃들이 고비 없이 시드는 밤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해가 졌다
눈부심 속에서
강물 마르는 소리를 들었다
바닥과 머리 사이를 이동하는 꿈
우리는 단지 얼굴로 마주하길 바랐지만
해가 질 때마다
표정들은 눈을 가두었다
슬퍼하는 사람이 오래도록 잠에 빠졌다
오래 잠드는 일의 슬픔 속에서
푸른 목이 창백해지는 만큼
꽃들은 점점 더 어두워져갔다
바닥이라는 무덤을 예감하면서
말라가는 강물을 보고 있었다
네가 보낸 밤들이 우리에게 늘 고비였다
소리가 잠에 흘러들 때마다
우리는 백일하에 서로를 드러내곤 했다
각자의 모습이 잠으로 전달되던 순간들마다
표정은 조화로 시들었다
시드는 일이 조화에게
오래 잠든 표정이 되었다
너의 상체가 서서히 일어나
느리게 회전하던 얼굴이 그늘지던 밤
잎들이 물을 타고 떠내려갔다
낯선 얼굴이 수면에 어른거렸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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