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는 누구인가?
로즈rose:장미/rows:줄라는 이름의 소녀
내 이름은 로즈, 성은 하워드다. 내 이름에는 동음이의어homonym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로즈rose 장미와 철자는 다른데 발음이 같은 동음이철어homophone인 로즈Rows 줄라는 단어가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동음이철어라고 해야 할 때에도 그냥 동음이의어라고 뭉뚱그려 말한다. 담임 선생님인 쿠쉘 선생님은 이게 흔히들 하는 실수라고 말했다.
“실수를 하는 것과 규칙을 어기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나는 알고 싶었다.
“실수를 하는 것making a mistake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이지. 규칙을 어기는 것breaking a rule은 고의적인 거야.”
“그렇지만 만약에…….”
나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런데 쿠쉘 선생님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
“동음이철어를 동음이의어라고 말해도 괜찮아. 그런 것을 통속적 표현이라고 해.”
“어기는 것breaking도 동음이의어 짝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제동braking.”
나는 동음이의어를 정말 좋아한다. 아니 나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리고 규칙과 숫자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단어특히 동음이의어
2. 규칙
3. 숫자특히 소수
나는 이제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진짜 이야기, 그러니까 정말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다.
이야기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가장 먼저 주인공을 소개한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주인공이다.
내 이름에는 동음이의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 개에게도 동음이의어가 있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개 이름은 레인rain 비이다. 이 이름은 아주 특별하다. 왜냐하면 두 개의 동음이의어가 있기 때문이다. reign시대 또는 통치 기간과 rein고삐. 레인에 대해서는 2장에서 자세히 쓰려고 한다. 2장의 제목은 “나의 개, 레인rain/reign/rein”이다.
write쓰다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은 동음이의어가 3개나 있기 때문이다. right옳은, 오른쪽, rite의식 그리고 wright기능인가 그것들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해 낸, 동음이의어가 4개나 되는 유일한 단어다. 만약에 내가 동음이의어가 4개나 되는 또 다른 짝을 생각해 낸다면 아마도 그날은 축포를 터뜨려야 할 것이다.
나는 웨슬리 하워드Wesley Howard라는 이름을 가진 아빠와 같이 산다. 아빠 이름이나 성에는 동음이의어가 없다.
우리 집 현관에서는 앞마당과 큰길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진입로 그리고 허드 로드라는 큰길이 보인다. road길는 두 개의 동음이의어 rowed‘노를 젓다’ row의 과거형와 rode‘타다’ ride의 과거형가 있다. 큰길의 다른 편side/sighed:‘한숨짓다’ sigh의 과거형에는 작은 숲이 있고 나무 숲 사이로 뉴욕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보인다. see보다라는 단어는 sea바다라는 동음이의어가 있다. 그러나 see보다가 3인칭 sees로 쓰이면 seas‘바다’의 복수형와 seize꽉 붙잡다라는 단어까지 동음이의어 두 개가 생기니 더 좋다.
나는 하트포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다. 뉴욕시의 하트포드에는 초등학교가 하나밖에 없고 우리 학교에 5학년은 한 반뿐인데 내가 거기에 다니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급 친구들은 10살이거나 이제 막 11살이 되려고 한다. 나는 거의 12살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는 누구도 나를 어떻게 할지 몰라 두 학기 동안 유급을 시켰기 때문이다. 두 학기는 결국 1년이다.
내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것은 규칙을 따르는 것과 함께 항상 동음이의어에 대하여 말하기 때문이다. 라이블러 선생님은 쿠쉘 선생님 반에서 나를 도와주는 분이다. 라이블러 선생님은 5학년용 의자에 앉은 내 옆, 어른용 의자에 앉아 내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불쑥 말을 내뱉으면 내 팔에 손을 올려놓는다. 아니면 내가 갑자기 내 머리를 때리며 울기 시작하면, 선생님은 “로즈, 잠깐 복도로 나갈까?”라고 말한다.
라이블러 선생님은 동음이의어나 규칙들 그리고 소수 말고도 이야기할 만한 것이 많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나에게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말들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 낸, 대화를 이끌어 갈 만한 것 가운데 동음이의어나 규칙, 소수와 관계없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나는 북동쪽을 보고 있는 집에 살아. (나는 이 말을 하고 난 후, 내가 대화를 하고 싶은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네가 사는 집은 어느 방향을 향해 있어?”)
집에서 1킬로미터쯤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빠가 기술자로 일하는 제이앤알 카센터가 있어. 160여 미터쯤 더 내려가면 아빠가 일을 마치고 들르는 ‘아일랜드 사람의 행운’이라는 술집이 있고. 우리 집과 카센터 사이에는 나무와 길만 있어. (“네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줘.”)
나에겐 우리 아빠의 동생인 웰든이라는 삼촌이 있어. (넌 가족이 어떻게 되니?)
내 병의 공식적인 명칭은 고기능 자폐증, 혹은 야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부른대. (혹시 너도 앓고 있는 병이 있니?)
나에 대한 소개는 우리 엄마가 아빠와 나랑 같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끝내려 한다. 엄마는 내가 두 살 때 집을 나갔다. 그래서 우리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빠와 나뿐이다.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개는 레인이다. 웰든 삼촌은 우리 집에서 약 5킬로미터쯤 떨어진 하트포드의 다른 쪽에 산다.
다음으로 소개할 내용은 이야기의 배경에 관한 것이다. 뉴욕주 하트포드라는 지리적 위치에 대해서는 이미 말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은 나의 5학년 시절, 10월이다.
이제 나는 5학년 시절의 골치 아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은 뒤에 나오는 허리케인이 몰아치던 날 밤, 아빠가 레인을 밖으로 나가게 한 사건만큼 골치 아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골치 아픈 일이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아빠에게 보여줘야 하는 주간 학습보고서를 가지고 귀가해야 했다. 그 보고서는 라이블러 선생님이 쓰고 쿠셀 선생님이 읽고 서명한 것이다. 두 분의 서명이 나란히 있는 것은 내 행동에 대해 두 분 선생님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뜻이다. 보고서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가 한 행동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들이 적혀 있다. 그 중에는 ‘학급 토론에 적절하게 참여함’처럼 좋은 말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은 아빠가 보고서를 탁자에 내려치면서 “로즈, 제발 동음이의어를 생각하더라도 입은 좀 다물어라.” 혹은 “화재 경보를 들을 때 손바닥으로 귀를 때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애가 또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라고 말하게 하는 것들이다.
지난 번 보고서에는 라이블러 선생님과 쿠셀 선생님이 아빠에게 월례 상담 날짜를 정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제 아빠는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 3시 45분에 나에 대한 상담을 하러 하트포드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 아빠는 상담 시간이 적힌 보고서를 읽고 나서 “나는 상담을 하러 갈 시간이 없다. 로즈야, 이건 너무 귀찮은 일이야. 왜 이런 일들이 생기게 만드니?” 라고 말했다. 아빠는 제이앤알 카센터에서 일이 끝나는 시각이 금요일 오후 3시 48분이라고 했다.
웰든 삼촌은 아빠와 나 그리고 레인을 보기 위해 우리 집에 온 10월 3일, 저녁 8시 10분에 월례 상담에 대해 들었다.
아빠는 손에 편지를 들고 나무들과 어둠을 응시하면서 현관문에 서 있었다.
“이런 면담은 정말 골치가 아파.”
웰든 삼촌은 나와 함께 부엌의 포마이카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눈을 들어 아빠를 보며 말했다.
“형이 원하면 내가 갈 수도 있어.”
웰든 삼촌은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졌다.
아빠는 홱 돌아서며 손가락으로 삼촌을 가리켰다.
“아냐! 로즈는 내 책임이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삼촌은 고개를 숙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빠가 다시 뒤로 돌아서서 밖을 향했을 때, 삼촌은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서로 꼬았는데 그것은 모든 것이 잘 될 것right/write:쓰다/rite:의식/wright:장인이라는 신호다. 나도 역시too/two:둘/to:~로 손가락을 꼬아 들었고, 삼촌과 같이 손을 가슴에 댔다.
그때 레인이 부엌으로 들어와 내 발치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삼촌이 돌아갔다.
그다음에 아빠가 라이블러 선생님과 쿠쉘 선생님이 보낸 편지를 구겨서 마당에 던졌다.
이것이 나에 대한 소개의 끝이다.
02
나의 개
레인rain 비, reign 시절, rein 고삐
내 이야기의 다음 등장인물은 레인rain이다. 등장인물이 꼭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등장인물이 레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일 수도 있다.
레인은 몸무게가 10킬로그램쯤 된다. 개의 몸무게는 이런 식으로 잰다. 먼저 체중계에 올라가서 내 몸무게를 잰다. 그다음에 개를 안고 체중계에 올라 무게를 잰다. 그리고 개를 안고 잰 몸무게에서 내 몸무게를 뺀다. 그러면 개의 몸무게가 나온다.
weigh몸무게를 재다와 way길 혹은 방법는 동음이의어다.
레인의 등길이는 45센티미터이다. 코끝에서 꼬리 끝까지의 길이는 85센티미터다.
레인의 털은 노란색이다. 다만 발가락 일곱 개는 흰색-오른쪽 앞발가락 두 개, 왼쪽 앞발가락 한 개, 오른쪽 뒷발가락 세 개 그리고 왼쪽 뒷발가락 한 개-이다. 레인의 오른쪽 귀에는 갈색 반점이 있다. 털은 짧다. 웰든 삼촌은 레인이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일종인 것 같다고 했다. 노란 래브라도 암컷이 순종인 경우 25에서 32킬로그램 정도 되기 때문에 레인은 아마도 순종 래브라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레인과 집에 둘만 같이 있을 때에는 집 안에 앉아 있거나 앞쪽 현관에 앉는다. 그럴 때 레인은 앞 발feet/feat:재주 하나one/won:‘이기다’ win의 과거형를 내 무릎에in: 안에/inn:여관 올려놓는다. 나는 레인의 발가락들toes/tows:‘끌다’ tow의 3인칭형을 쓰다듬고 레인은 초콜릿색 눈으로 나의 푸른blue/blew:‘불다’ blow의 과거형 눈을 바라본다. 잠시 후에 레인은 잠이 든다. 레인은 갈색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완전히 감는다. 밤에 잘 때는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안으로 기어들어 온다. 자다가 밤중에 일어나 보면 온몸을 나에게 찰싹 붙인 채 내 목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는 레인을 발견하게 된다.
레인의 숨결에서는 개 사료 냄새가 난다.
레인은 우리와 11개월째 살고 있는데, 거의 1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아빠가 레인을 집에 데리고 온 날 밤의 이야기를 5장 “레인이 우리 집에 왔을 때”에서 더 이야기하려고 한다.
레인과 나에게는 정해진 일과가 있다. 우리는 매일 같이 규칙적인 일들을 하길 좋아한다. 레인은 주중에 내가 하트포드 초등학교에 있고, 아빠는 카센터에 일하고 있을 동안 집에 혼자 있다. 카센터에서 아빠가 할 일이 없을 때, 아빠는 아일랜드 사람의 행운에서 맥주를 마시고 텔레비전을 본다. 일이 있든 없든 아빠는 집에 있지 않는다. 레인은 혼자 집에 있는다. 2시 42분에 학교가 끝나면 웰든 삼촌이 나를 태우러 온다. 삼촌은 2시 58분에서 3시 1분 사이에 나를 집에 내려준다. 나는 얼마 동안 현관에 앉아 레인의 발가락을 문질러준다. 그러고 나서 산책을 간다. 산책을 다녀온 후 숙제를 하고, 그다음은 아빠와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레인의 밥을 준다.
레인의 밥은 깡통에 든 젖은 사료를 건조된 사료와 섞은 것이다. 반은 아침에 그리고 나머지 반은 저녁에 준다. 처음에 아빠가 레인을 집에 데리고 왔을 때 개에게 젖은 사료를 먹일 것까지는 없다고 했다. 젖은 사료는 건조 사료보다 더 비싸다.
그러나 내가 야생의 개는 고기를 먹는다고 말했더니, 아빠가 “그래 네 말이 맞다, 로즈.”라고 했다.
레인이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는 아빠가 집에 오기를 기다린다. 아빠가 아일랜드 사람의 행운에서 하루 종일 있는 날은 아빠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기분이 아주 좋을 수도 있다. 만약 아빠가 카센터에서 계속 일을 하고 왔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별다른 기분이 아닐 수도 있다.
레인은 똑똑하다. 레인은 결코 곧장 아빠 가까이에 가지 않는다. 레인은 아빠가 “저녁 메뉴는 뭐냐?”라고 말할 때까지 내 침실로 가는 복도에 서서 기다린다. 아빠가 “저녁 메뉴는 뭐냐?”라고 말하면 아빠에게 저녁을 차려 드리거나 레인이 우리가 먹는 동안 테이블 옆에 앉아 있어도 안전하다는 의미다. 레인은 아빠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눈을 매섭게 뜰 때까지는 발을 내 무릎에 올려놓고 음식을 주기를 기다리며 쳐다보고 있을 수 있다.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은 레인이 이제 내 침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신호다.
아빠가 집에 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곧장 들어가면 레인과 나는 아빠 곁에 절대로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레인이 아빠를 짜증나게 하지 않도록 조용히 있도록 해야 한다.
레인은 아빠의 발feet/feat:재주과 신발shoes/shoos:‘쉬’하고 쫓는 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때를 안다knows/nose: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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