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대강 사업의 진실
01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사업’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인 2009년 당시 국토부가 발간한 홍보책자를 보면 4대강 사업은 1석 7조의 다목적 사업이라고 했다. 물 확보, 홍수 방어, 생태 복원,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녹색 성장, 친수여가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렇게 좋은 사업을 예전에는 몰랐을까? 그런 공짜사업이 정말로 존재할까? 좋은 말만 따다 붙였지만, 4대강 사업은 마치 ‘도깨비 방망이’가 된 형국이다. 본래 논리가 부족하면 말이 길어지고 모호해지는 법이다.
4대강 사업이 준공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국민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이것을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교묘한 이름으로 전광석화같이 밀어붙여 끝내 버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극한 진영논리에 빠졌다. 그러나 2013년 두 차례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목적이 적절하지 못했고 계획과 시공이 부실했고 유지관리도 부적절한 ‘총체적 부실사업’이라 규정했다. 또한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러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그동안 시민사회진영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의미를 가진다. 4대강 사업 준공 후 4대강은 하천이라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호소湖沼, 댐 등으로 막혀 있는 물을 총칭하는 법정용어로, 흔히 호수 또는 저수지라고도 한다 되는 경천동지할 아픔을 겪었다.
1. 4대강 사업의 성격은 무엇인가?
2008년 6월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운하 포기를 선언했다. 2009년 6월 29일 대통령은 제19차 라디오 연설에서 대운하 사업 중단을 재차 공언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청와대 내부 자료는 대통령의 발언은 ‘위장 포기’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줬다.
2008년 12월 15일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회의 자료에서 4대강에 소규모 보 4개를 설치하고 수심은 2~3m 유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수심이 5~6m 되도록 굴착할 것(2008.12.2. 대통령 말씀사항)’을 지시했다. 2009년 2월 13일 청와대와 국토부의 업무협의 결과, 한반도 대운하안(최소수심 6.1m)과 국토부안(최소수심 2.5~3m)은 ‘궁극적 목표는 동일하므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국토부안이 바람직’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으로 추진’하도록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작성한 ‘4대강 살리기 추진현황 보고’(2009.2.16.)에 따르면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고, 대운하 관련시설(갑문, 터미널, 교량개축 등)을 민자로 추진하고 특히 갑문은 둔치 공간에 설치할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어 2009년 4월 3일 국토부 보고 자료에는 ‘보 위치, 준설 등은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게획’이라 작성돼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2008년 6월 8일 국토부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최종 수립했다.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 선언 했음에도 시민사회단체, 학계와 정치권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1단계 사업이라고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MBC〉 PD수첩은 ‘4대강, 수심 6m의 비밀’(2010.8.24.방영)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에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2009.12.28.)와 보도해명자료(2010.8.25.)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닌 7가지 사유’와 같이 수십 차례에 걸쳐 운하 사업과 4대강 사업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했다. 한편으로는 정권 차원의 대대적인 언론탄압으로 더 이상 4대강 사업의 본질을 밝히려는 시도를 못 하게 만들었다.
2013년 7월 18일 감사원은 ‘4대강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 실태 감사결과 보고’에서 ‘지속적으로 운하 추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설·보 설치계획을 검토 및 반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즉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궁극적인 성격은 한반도 대운하의 기초 작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당시 박근혜 정부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4대강 감사결과가 사실이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 비판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대한하천학회 역시 4대강 사업은 운하 산업의 1단계라는 논문1)도 발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는 본인이 직접 포기 선언을 했지만 내부적으로 집요하게 추진했다. 당시 정두언 의원2)의 말대로 ‘한반도 대운하는 당초부터 네이밍명칭이 잘못되어서 많은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라는 논리를 도입해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꿨다. 2010년 3월 6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하여 ‘대구는 항구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것은 입으로는 ‘운하’가 아니고 ‘강 살리기’라고 말하며, 머릿속에는 운하를 상정하고 있는 것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하여 평가하면 4대강 사업의 본질은 운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 4대강 보는 안전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4대강 사업은 16개 보 건설이 핵심이다. 사실 ‘보’라고 하지만, 엄연히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구조물인 ‘댐’으로 불려야 한다. 국제대댐위원회ICOLD는 대형댐 기준을 높이 15m 이상과 10~15m의 댐 중에서 ① 넓이 500m ② 저수 용량 1백만㎥ ③ 최대 방출 유량 2,000㎥/s ④ 특별히 어려운 기초 문제 또는 특이한 디자인 등의 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해당하면 대형댐으로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16개 중 금강 세종보를 제외한 대다수는 국제기준으로 봤을 때는 ‘대형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를 ‘보’라고 주장하는 건 댐이 지니고 있는 부정적 의미를 감추려는 꼼수로 보인다.
댐으로 불려야 할 보들의 안전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사실 시작부터 속도전에 쫓겼기 때문에 사전에 실시해야 할 수리모형실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부실로 일관했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시설물의 상태에 따라 안전등급을 A(우수)급부터 E(불량)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A등급은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 E등급은 ‘주요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인하여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하여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4대강에 설치한 보는 모두 A등급 즉 ‘문제점이 없는 최상의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보의 현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보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들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보에서 보 공사를 완료한 후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생겨서 하자보수 공사를 했다. 하자보수 공사기간이 12개월에서 많게는 16개월에 이르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2013)에 따르면 공주보 등 11개 보는 보수도 부실해 2012년 하반기 수문 개방 시 6개 보에서 다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보에서 파이핑 현상(댐이나 보 구조물 아래로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하고, 수문작동에 오류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바닥보호공과 물받이공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지면 그 힘에 의해 바닥이 파여 나가는 세굴현상이 일어나는데, 세굴현상으로부터 보 구조물 보호를 위해 설치된 것이 바닥보호공, 물받이공이다 유실, 균열 발생, 대규모 세굴洗掘, 보 구조물 주변에서 물살에 의해 강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 발생 등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고 그러한 하자를 보수·보강하는 데 적어도 3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4대강 대부분의 보들이 불량상태인 E등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학술적으로 꾸준히 지적했던 대한하천학회는 낙동강 주요 보에 대한 수중촬영과 수심측량(3차례)을 실시했다. 달성보, 합천보 등에서는 파이핑 현상이 일어나고, 물받이공이 유실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함안보의 경우 보 하류부에 대규모 웅덩이가 생겼는데, 보를 넘쳐 빠르게 흐르는 물이 하류 지역에 있는 모래를 유실시켰기 때문이다. 모래가 파여 나간 웅덩이의 넓이가 하천 방향으로 약 700m에 이르고, 깊이는 아파트 10층 높이에 해당하는 24m로 관측됐다. 이러한 웅덩이는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상류 방향으로 웅덩이가 확장해 보 아래에 있는 모래가 유실된다면, 보의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보강공사를 했지만, 보 하류 지역에서 모래가 세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 함안보 가동보 수문이 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댐에도 수문이 달려 있는데, 넓이가 20m를 초과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왜냐면 수문 작동 시 수압에 따른 진동으로 주변 부재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크기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휘어진 함안보 수문은 40m로서 근본적으로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설계라고 볼 수 있다. 대운하와 연계한 설계를 했기 때문에 무리수를 뒀다고 판단된다.
인도의 간디는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하를 염두에 둔 4대강 사업은 한술 더 떠 잘못된 방향으로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다. 속도와 안전은 같이 갈 수 없다. 모래 위에 설치된 보는 안전성 문제에 있어서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본문 중 일부)
1) 박창근(2013), “4대강 사업의 실체에 대한 공학적 분석”, 대한하천학회 논문집 제2권 제1호, pp.39~57.
2) 뉴시스(2008.5.19.), ‘정두언 입장정리 없었다. … 대운하 축소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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