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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국을 노리는 아베의 개헌 전략
고모리 요이치
일미방위협력지침 재개정안과 전쟁법제
2015년 4월 27일 나라 안팎에서 일본을 ‘전쟁하는 나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는 안전보장 관련 법안 정비에 관한 여당의 협의로 주요 조문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국외, 즉 뉴욕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외무방위각료회의2+2회담가 열려 일미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재개정되었다.
두 사건 모두 2014년 7월 1일의 ‘각의 결정’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전제로 한다. 자위대가 미군을 비롯한 외국 군대와 함께 해외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일본을 ‘전쟁하는 나라’로 전환시킨다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의 재개정안인 신新일미방위협력지침(이하 ‘신지침’이라 한다)의 요지에서는 ‘자위대와 미군이 신新해상교통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뢰 소해機雷掃海나 함선을 방어하기 위한 호술護術 작전에 협력할 것’을 명시했다. 이는 서페르시아만, 그리고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남동 오만만과 호르무즈해협의 기뢰 소해를 상정한 규정이다.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 나라들의 석유 수송로이기 때문에 전략상 지극히 중요한 위치일 뿐 아니라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1990년대 초의 걸프전쟁으로도 주목받았다. 여기에 기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전시戰時’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시의 기뢰 소해에 대해 여당인 공명당은 부정적이었다.
결과적으로 3차 아베 정권은 여당의 협의와 국회의 심의보다는 미국과의 합의를 우선시했던 것이다. 비정상적인 대미종속 정권하에서 헌법을 무너뜨리는 매우 위험한 해석이 내려지고, 그것에 기초해 전쟁법제가 만들어지려고 한다. 우선 신지침은 일본과 미국 간의 어떠한 군사협력 체제인지, 또 전쟁법제는 어떤 내용인지 정리해보자.
‘지구적인 규모로 미군과 협력한다’는 신지침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합의한 것은 1978년 11월 냉전 구조가 한창 강건하게 버티고 있을 때였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핵 억지력을 전제로 일본이 ‘한정적이고 소규모적인 침략을 독자적인 힘으로 물리칠 것’이라고 했고, 그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미국의 협력을 기다려 침략을 물리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소련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일본에 대한 침략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태세,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당했을 때의 대응, ‘극동의 유사시’에 이루어질 일본과 미국의 협력 양상이 정해져 있었다.
그 후 1990년대에 들어와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라 한다)을 새로운 가상의 적으로 지목하고, 북한의 핵 개발 의혹 등으로 한반도의 유사시를 상정했다. 1995년 11월에는 신방위계획대강을 바탕으로 1996년 4월부터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1997년 9월에 기존의 ‘극동 유사시’에서 ‘일본 주변의 유사시’라고 함으로써 지역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정했다.
이 새 가이드라인을 실시하기 위해 1998년 4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정권은 ‘주변 사태에 임하여 일본의 평화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관한 법률’(이하 ‘주변 사태법’이라 한다)과 자위대법 개악, 일미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 등 세 가지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주변 사태법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의 자위대가 미군의 후방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헌법 9조가 금지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도 강했다. 1년 이상 지난 1999년 5월 이 법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라 한다)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 때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세운 공명당의 협조를 얻어 성립되었다. 이때부터 공명당은 국민의 눈을 속이며 자민당의 헌법 9조 파괴 행위를 돕는 역할을 해왔다.
신지침에서는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으로 지역의 범위를 지구적 규모로 확대함으로써 일미동맹의 글로벌한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Ⅳ. 일본의 평화 및 안전의 빈틈없는 확보’의 ‘D. 일본 이외의 나라에 대한 무력공격 시 대처 행동’ 내용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2014년 7월 1일 각의 결정의 가장 골자가 되는 문안을 집어넣은 것이 바로 신지침의 요체다.
자위대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으며,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가 뿌리째 흔들리는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 그 사태에 대처해 일본의 존립과 일본 국민을 지키기 위해 무력행사를 동반한 적절한 작전을 실시한다.
바로 이것이 각의 결정의 내용을 그대로 사용한 대목이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도 자위대는 ‘무력행사’를 한다고 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일찍이 국회에서 벌어진 논쟁 따위는 철저히 무시하고 의회제 민주주의를 짓밟는 3차 아베 정권의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중 제3항목의 ‘해상 작전’에 앞에서 언급한 ‘기뢰 소해’ 활동이 들어가 있다.
더구나 여당이 협의한 안전보장 관련 법안에 관한 ‘정부 통일 견해의 요지’에서는 1999년 오부치 총리의 답변, 즉 “주변 사태가 벌어지는 지역에는 자연히 한계가 있는데, 이를테면 중동이나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일은 현실 문제로 상정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여 일부러 ‘이 지역들도 미리 배제할 수 없다’고 해놓았다.
더구나 제4항목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작전’에서는 ‘자위대와 미군은 탄도미사일을 맞받아치는 공격으로 협력한다’고 하여 지구적 규모의 협조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것도 국회에서 국내법을 심의해 성립시켜야 할 일이다. 실로 3차 아베 정권은 국내적 합의를 일체 무시하고 미국과 약속을 주고받았다. 좌시할 수 없는 대미종속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해졌을까? 그 이유는 일미안전보장조약에 근거한 신지침이 ‘어느 정부도 법적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양국 정부가 ‘각자의 판단으로 구체적인 정책과 조치에 적절하게 반영할 것을 기대한다’고 명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외국과 맺은 조약의 개정이라면 국회의 승인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행정 권력인 일미 정부 사이에 성립한 합의이기 때문에 입법 권력인 국회는 신지침의 개정에 관여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정부 사이의 합의는 국제적 약속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3차 아베 정권의 노림수는 명백하다. 앞의 가이드라인 개정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사이에 합의를 먼저 해놓고 사후적으로 전쟁법제를 국회에서 억지로 밀어붙여 통과시키려는 심산이다.
신지침의 내용은 뚜렷하게 일미안전보장조약의 위반이기도 하다. 일미안전보장조약 제4조에서는 ‘일본국의 안전 또는 극동의 국제적 평화 및 안전’을 규정하고 있다. 일미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하지 않은 채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이라고 확대 규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베 정권은 이중 삼중으로 국회를 무시했다. 위법과 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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