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처럼 텅 비어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지금 피어나는 꽃 피면서 지고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지금 부는 바람 늘 쓸쓸할 것이며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지금 내리는 비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며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하루나 이틀 뒤에 죽음이 오리니
살았능가 살았능가
살았능가 살았능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대답하라는 소리
살았능가 죽었능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대답하라는 소리만
살았능가 살았능가
삶은 무지근한 잠
오늘도 하늘의 시계는
흘러가지 않고 있네
나 여기 있으면
나 여기 있으면
어느 그림자가
거기 어디서
술을 마시고 있겠지
내가 여기서
책을 읽고 있으면
까부러져 잠들어야만 하는
어느 그림자가
내 대신 술을 마시고 있겠지
한 열흘 마시고 있겠지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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