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문필가. 아칸소 주 세일럼에서 태어나 오클라호마 주 털사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으며, 고등학교 때는 시를 쓰던 친구들과 함께 미술·문학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미대에 잠깐 적을 두었다가 뉴욕으로 가서 아방가르드 경향 예술가들의 집단인 ‘뉴욕 스쿨’에 합류하여 서정성과 위트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회화 외에도 시집과 잡지의 표지, 음반 재킷, 연극·무용 공연의 세트와 의상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펼쳤다. 그의 작품들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캘리포니아 대학교 조 브레이너드 기록 보관소 등에 소장되어 있다.
브레이너드의 명성은 그의 미술 작업 못지않게(어쩌면 그보다 더) ‘자전적 기억의 콜라주’라 할 저서 『나는 기억한다』에도 빚지고 있다. 이 책을 쓰기 전에도 브레이너드는 문예지들에 시와 일기, 짧은 산문 따위를 발표하면서 가식 없고 투명하며 종종 기발한 특유의 문체를 확립해놓고 있었지만, 그러한 특징들이 60년대 말 자신이 창안한 “나는 기억한다” 형식과 결합하면서 그의 글은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다. “나는 기억한다”라는 말로 기억과 글쓰기에 시동을 거는 방법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견이어서, 책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수천의 문인과 교사들이 글쓰기 교습에 이 방식을 이용해왔다. 또한 프랑스의 조르주 페렉을 포함한 여러 작가가 나름의 『나는 기억한다』들을 내놓았는데, 원작이 지닌 광채를 따라잡은 작품은 없었다. 조 브레이너드는 1994년 에이즈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역자 · 천지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신대학교에서 교양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반체제 운동』(공역), 『불볕 속의 사람들』(공역), 『축구의 세계사』(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