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7
힌두의 여인들은 문학 속에서만 사랑을 받았다네
첫 번째 발자국
문학에서의 여성의 위치
원시 아리안이나 인도・유럽족의 어머니는 흥미로운 성격의 소유자였을 게 분명하다. 힌두,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슬라브, 스칸디나비아, 튜턴, 켈트 족으로 나뉘는 가계 후손에 따라 그녀를 확실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면 그런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이들 민족이 세계의 역사 드라마에서 맡았던 역할을 보면, 고대 이란 여성의 능력이 인내와 진보면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야벳(‘확장’이라는 뜻의 이름, 노아의 아들–옮긴이 주)이 셈(노아의 장자로 야벳의 형–옮긴이 주)의 장막에 거할 정도로 창대할 것이란 고 대 히브리 전통은 광범위하게 퍼진 아리안계에서 실현된 듯하다. 아리안 어족의 모든 파생어에서 ‘딸daughter’이란 단어가 모두 같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단어의 두 어근은 우유를 짜다draw milk는 의미다. 이 말은 당시 아리안계 민족들의 원시적 목축환경뿐 아니라, 이주를 하기 전에는 여자들이 흔히 우유 짜는 일을 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인도는 인구가 많은 나라로 2억5천만 명(19세기 후반의 인구로 추정–옮긴이 주)이 힌두스탄(인도의 광대한 평야. 갠지스 평야라고도 함–옮긴이 주)에 살고 있다. 이들은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유라시아인, 유럽인, 유대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들의 풍습과 여건도 상당히 다양하다. 이런저런 특정 형태의 종교를 선호하는 사람들 간의 지역 특성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여건은 동일하다. 풍습과 종교에 따른 계율을 꼼꼼히 신경 써가며, 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실천하는 나라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위대한 종교들은 여러 점에서 서로 다르다.
그러나 여성에 관한 가르침들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가령, 인도의 경전들, 힌두교의 성전 베다, 마누법전 등은 힌두교 국가에서 여성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초기 아리안 문명에 서는, 그러니까 서아시아 민족이 도래하기 이전의 비非아리안계 민족에게 여성들은 존경의 대상이었던 동시에 남다른 영향력을 발휘 하였다.
이 고대 시기에 탄생한 가장 아름다운 찬가에는 여성들의 천재적 산물들도 들어있다. 『마하바라타』(라마야나와 함께 고대 인도의 2대 서사 시–옮긴이 주)와 『라마야나』는 여성적 특성이 풍부하게 담긴 이 초기 아리안 시대 작품이다. 후기 힌두 역사에서 여성의 위치를 고려해 보면, 힌두 문학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주목해볼 만하다.
동양의 어떤 나라도 문학에서 여성에게 그렇게 높은 위치를 부여하거나, 문학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 또한 그처럼 높은 나라는 없다. 아훌라, 타라, 만다다리, 리타, 쿤티, 드라우파디는 인도 문학을 공부 하는 학생들에게는 친숙한 이름들이다.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인도의 고대 서사시 중에 가장 중요한 작품들로 손꼽히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여성에게 상당한 위치를 부여한다. 남자의 무덕武德과 여자의 미덕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전설 문학의 근간을 형성한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 드라우파디
E. 윌슨(영국 출신 작가–옮긴이 주)은 자신의 저서 『동양의 문학Literature of the Orient』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인간 가족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두 서사시를 비교하면 두 작품 모두 인간의 투쟁과 성취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은 옛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동일한 남녀 영웅이 되풀이해서 등장한다. 그리스와 로마 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드』, 『오디세이』, 『아에네이드』가 문학적 가치나 예술적 균형 및 운동에 있어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를 뛰어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서구의 고전에 등장하는 사랑, 결혼, 부부의 헌신 같은 이상들이 더 강렬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야말로 동양의 걸작들이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작품들에 비해 도덕적 색채가 더욱 진하게 배어있는 것이다.”
동양의 위대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동양의 고대 서사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드라우파디다. 그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헥토르에 비견되는 인물, 아르주나의 아내다. 그래서 드라우파디는 종종 헥토르의 아내인, 헌신적 인 안드로마케와 곧잘 비교되는 여주인공이다. 아르주나가 집으로 데려온 드라우파디를 그의 어머니가 형제들과 공동으로 아내로 삼게 하였다는 이야기는 인도에서 일처다부제가 성행하던 시절을 엿 보게 하는 듯하다.
이 이야기에서 드라우파디가 다섯 명의 구혼자 중에서 남편을 선택하던 방식도 ‘스바얌바라’로 알려진 힌두의 초기 풍습을 나타낸다. 드라우파디와 결혼을 원하는 남자들이 결혼식을 바로 올릴 수 있는 공공장소로 초대된다. 구혼자들이 둥그렇게 모이면, 처녀는 원을 돌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머리에 화환을 씌운다. 그러면 결혼식이 거행된다. 그런데 처녀에게 선택받지 못해 낙담한 구혼자들 때문에 결혼식에서는 곧잘 유혈극이 발생하곤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이 순간적인 충동이나 갑작스레 마음을 빼앗겨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아가씨는 보통 이전부터 구혼자들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보나 자신이 좋아하는 점을 숙고하여 배우자를 선택하였다.
사실 인도의 요즘 풍습과 달리, 고대에는 특히 상류계급의 신부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은 충실한 아내에 대한 힌두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드라의 초기 군주 마쉬바파티 왕은 신앙심이 깊고 덕망이 높아, 백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슬하에 자식이 없어 여러 해 동안 자식을 낳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신이 그에게 딸을 주었고, 그녀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공주에게 청혼하는 왕자들이 없었다. 그러자 왕은 힌두 법에 따라 스스로 남편을 찾아오도록 딸을 내보냈다. 마침내 공주가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백성들의 환호 속에 아름답고 마음 여린 넝마를 데려왔다,착한 사비트리 공주가 왕의 도시에 왔도다.
아름답고 기구한 사랑 이야기들
초기 힌두 서사시에 나오는 최고의 여성 중에는 『라마야나』의 여주인공 시타가 있다. 유명 시인 발미키가 이 작품의 저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존하는 이 서사시에는 비록 그 앞부분이 기원전 3세기 까지 올라가기는 하지만, 기독교 시대에 추가된 내용도 담겨있다고 한다. 『라마야나』는 인도의 경전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전을 읽어서 얻게 되는 죄의 용서와 풍요 같은 특별한 영적 경험은, 이 작품을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겨진다.
여주인공 시타는 다샤라타의 아들, 라마의 아내다. 다샤라타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애통해하다 아들 라마를 얻었다. 다샤라타는 태양의 후손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아요디아(요즘의 아우드)에 살았다.
지나간 시대에 건립되고 계획되었으니성인 마누(인도 신화에 나오는 인류의 시조–옮긴이 주)의 자비로운 손으로.
그러나 왕자의 혈통이 멸족 위기에 처하자, 다샤라타는 말을 제물로 바치는 ‘아슈바메다’를 신들 앞에 올려 간청하기로 한다. 유례없이 화려하게 마련된 제의가 끝난 후, 제사장은 왕에게 아들 네 명이 태어나 왕권을 보호하고 다샤라타의 대를 잇게 될 것이라 고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들 중 한 명이 라마였으며, 그의 아내 시타는 미모가 뛰어난 여인이었다.
라마의 사랑스런 아내는사랑받았으니, 그가 제 목숨을 사랑하듯 하였다.그녀의 행복한 흔적이 겹쳐 축복이 되었으니어여쁨이 낳은 기적이다.
시타는 남편을 섬기는 마음이 지극하였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왕비를 탐하였던 악령, 라바나가 그녀의 처소에 접근할 책략을 꾸민다. 누추한 차림의 사제, 수도자로 변신한 라바나는 시타를 납치해 전차에 태운다.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지은 아름다운 도시’, 랑카로 끌고 간다. 그리스 신화의 메넬라오스처럼, 라마도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것이다. 라마는 막강한 원숭이 군대를 이용해 랑카 시로 진군하기로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타가 사악한 라바나에게 잡혀 있는 랑카 섬과 자신 사이에는 망망대해가 가로 놓여있었다.
라마가 바다의 여신을 부르자, 여신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들을 갈라놓은 바다를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건설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슬람교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 신전을 떠받치고 있다는 작은 악마들만큼이나 분주한 원숭이들이 돌과 목재로 다리를 세운다.
원숭이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랑카에 이르게 된 라마는 시타를 되찾기 위해 전투를 시작한다. 하늘에서 성전聖戰을 내려다보던 인드라(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옮긴이 주)는 라마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자신의 전차를 내려 보낸다. 인드라의 전차에 올라탄 라마는 단 한 차례의 전투로 라바나를 물리쳤다. 그리고 아내 시타를 자신의 품으로 되찾아온다.
한편으로, 그 옛날 여성에 대한 고결한 이상과 진실한 사랑을 좇는 남자의 지조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사랑 이야기의 전형을 보려면, 날라 왕자의 이야기를 살펴봐야 한다. 위험한 오두막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자신의 아내를 수치스럽게 저버리는 순간, 날라 왕자(『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아름답고 기구한 사랑 이야 기의 주인공–옮긴이 주)는 이렇게 읊조렸다.
아, 아내여! 태양도 바람도 전에는감히 건드리지도 못하였는데, 웅크린 그대여이 초라한 오두막에서 바닥을 침대 삼아, 그리고 나그대의 주인은 그대를 저버리고 그대에게 훔쳐온그대의 마지막 옷, 환하게 미소 짓는, 오! 나의 사랑이여가느다란 허리의 나의 여왕이여. 그녀가 잠에서 깨면미치지나 않을까? 그래, 그녀가 홀로 거닐면야수와 뱀들이 우글거리는 어두운 길에서,브히마(인도의 신–옮긴이 주)의 상냥한 아이는 괜찮을까?저 밝고 비할 데 없는 아이는 괜찮을까? 아! 나의 생명, 나의 아내여위대한 태양이여, 대기의 여덟 권력에 간청하오니그대의 소중하고 진정한 자를 그대 가는 길에 지켜주소서.
여성은 인도의 수많은 고대 설화에서 흥미로운 위치를 차지한다. 에드윈 아놀드 경(영국의 시인이자 언론인–옮긴이 주)은 ‘모든 설화의 아버지’로 불리며, 『이솝 우화』에 곧잘 비견되는 『히토파데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영어로 번역해 놓았다. 이를 통해 여성의 특성, 사랑에 얽힌 속임수와 간계를 담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왕자와 상인 아들의 아내The Prince and the Wife of the Merchant’s Son’와 같은 설화들은 사랑의 화살이 고대 인도에서조차 어떤 이유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과녁에 명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령, 비라세나의 아들로 외모가 출중하였던 왕자는 아름다운 라바냐바티에 관해 이렇게 울부짖는다.
“다섯 화살의 신이 나를 맞췄구나. 그녀의 존재만이 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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