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易데칼코마니─X선 필름에 갇힌 검은 나비양쪽 무늬가 다른 나비 한 마리를 생각한다허공을 탈 때마다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던 날갯짓을쿨럭, 쿨럭인다검은 날개에 듬성듬성 얼룩져 핀 안개꽃 무리검붉은 피 토해 낸다쿨럭쿨럭 허공을 탈 때마다 낙엽이 진다노란 나비 떼의 비상날자마자 추락의 시간이다아, 어지럽다이 추락의 시간을 끝내고 나면 지구의 회전을 멈출 수 있을까?밤낮이 돌고 돌며 바닥을 향한다낮밤이 돌고 돌며 바닥을 뒹군다나는 지금 밤의 회전에 내 검은 날개를 묻고 있다안개 짙은 밤, 멀리서 별들이 안개꽃인 양 얼룩져 있다별들도 쿨럭, 쿨럭인다그때마다죽은 줄도 모르고 바닥을 뒹구는 낙엽들이바람을 타고 허공을 탄다파, 파편이다탈색─쓰러지면서∥웃다풍경이바래고있는건∥기차가탈선하고있는것…플래시가눈부시게터지고있는건∥푸른잎새하나떨어지고있는것…공작이날개를펼쳤다접으니두루미푸드덕푸드덕날아오르니까마귀…가까운소리가점점멀어지고있는건∥눈꺼풀이스르르내려오고있는것…몸을동그랗게만쥐며느리공처럼굴러굴러와장창…와장창찬바람이새어들고있는건∥내몸속에서필름을빼내고있는것…갑자기속이텅비어버린건∥응급실문을힘겹게빠져나오고있는것…풍경이낯설게만낯설게만보이고있는건∥필름도없이셔터만계속계속눌러대고있는것둥근달∥둥근달밤하늘에 걸려 있는 둥근달을 바라봅니다. 목을 맨 옛 애인의 얼굴 같은, 핏기 없어 휘영청 더 밝은 달을 바라봅니다. 제 그림자에 달빛이 일렁대고 있습니다.어느 날 먹구름이 몰려들었습니다. 떼거리로 달려들어 달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군데군데 흠집이 나 버린 그 달을 전 달달 떨며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먹구름이 걷히고 나서야 온몸에 흠집이 나 버린 그 달을 전 부둥켜안았습니다. 허연 거품을 물고 쓴웃음 짓는 창백한 얼굴 하나를 말입니다. 그 후?…… 네, 네, 제가 먼저 버렸습니다. 저는 밤이면 오토바이에 둥근달을 하나씩 매달고 어둠 속을 달렸습니다. 소음이 이끄는 대로 어둠을 갈라 대며 마구마구 달렸습니다.밤하늘에 걸려 있는 옛 애인을 바라봅니다. 저를 찾아 헤맸던 그 발자국들을 바라봅니다. 그 발자국들에 난 상처들을 바라봅니다. 휘영청 달이 밝은 날이면 그 발자국들도 밤하늘에 더 선명하게 수놓입니다.전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지금 제 앞에는 한 사내가 달달 떨며 제 그림자에 가려지는 달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제 등 뒤로 먹구름이 떼거리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옛 애인의 살이 다시 찢겨지고, 그럼?…… 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버렸습니다.하지만, 저렇게 밤하늘에까지 매달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