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아르바이트
奇妙な仕事
부속병원 앞 넓은 도로에서 시계탑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불쑥 나타나는 사거리, 하늘하늘 어린 가지를 흔들고 늘어선 가로수들 건너편 철골이 삐죽삐죽 하늘로 뻗쳐 있는 신축 중인 건물 쪽 어딘가에서 엄청난 수의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개들이 짖는 소리는 격심하게 들끓어 올라 엎치락뒤치락하며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먼 데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퍼져 갔다.
나는 학교를 오가는 길에 구부정한 자세로 그곳을 걸으며 사거리에 올 때마다 귀를 기울이곤 했다. 때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개들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삼월이 끝나 갈 무렵 학교 게시판의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난 다음부터 그 개들이 짖는 소리는 젖은 수건처럼 내 몸에 착 휘감겨서 생활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병원 접수처에서는 그 아르바이트는 병원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수위에게 끈질기게 부탁해서 목조 창고가 남아 있는 병원 뒤쪽으로 들어갔다. 그 창고 조금 앞에서 여학생과 나이가 몇 살 위인 학생(즉 대학원생)이 장화를 신은 안색 나쁜 중년 남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나는 대학원생 뒤에 섰다. 남자는 눈꺼풀이 두꺼운 눈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설명으로 돌아갔다.
“개 150마리를 죽일 거야.” 남자가 말했다. 전문 개백정이 한 사람 있는데 내일부터 사흘 동안 이 일을 끝낸다는 것이었다.
병원에는 실험용으로 기르던 150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한 영국 여자가 잔인한 일이라며 신문에 투고하는 바람에 병원에서는 개들을 계속 기를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한 번에 다 죽이기로 했고 자기가 그 일을 하청받았다고 했다. “자네들로서도 해부나 개의 습성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공부가 되겠지.”
남자가 그 외에 복장이나 시간에 대한 주의 사항을 알려 주고 병원으로 들어가 버리자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학교 뒷문 쪽으로 향했다.
“페이는 꽤 좋을걸” 하고 여학생이 말했다.
“너 정말 할 거야?” 대학원생이 놀라며 물었다.
“그럼, 해야지. 내 전공이 생물학이잖아. 동물 사체는 익숙하거든.”
“나도 해야겠다.” 대학원생이 말했다.
나는 사거리에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개 짖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잎을 떨군 가로수 가지 끝을 저녁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건너갔다. 뛰어서 두 사람을 쫓아가자 대학원생이 비난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문과 학생이지만 어쨌든 이 일을 할 거야” 하고 내가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녹색 작업복 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개백정은 서른 살 정도 되는, 키는 작지만 다부진 근육질 남자였다. 창고 앞에 설치된 칸막이 안으로 내가 개를 끌고 가면 개백정이 개를 죽이고 가죽을 벗긴 사체를 대학원생이 날라다가 남자에게 건넸다. 여학생은 가죽을 정리했다. 일은 척척 진행되어 아침나절에 벌써 열다섯 마리나 처리했다. 나도 금방 일에 익숙해졌다.
개들이 있는 곳은 낮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광장이었다. 1미터 간격으로 열을 지어 박아 놓은 말뚝에 개가 한 마리씩 묶여 있었다. 개들은 온순했다. 1년 가까이 거기서 사육되는 동안 적의를 불러일으키는 습관이 없어져 버렸는지 내가 담 안으로 들어가도 짖지 않았다. 병원 사무직원 얘기로는 개들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갑자기 짖기 시작하고 또 한번 짖기 시작했다 하면 그게 완전히 조용해지기까지 두 시간은 걸리지만, 외부에서 사람이 담 안으로 들어가는 정도로는 짖지 않는다고 했다. 개들은 짖지는 않았지만 내가 담 안으로 들어가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150마리나 되는 개에게서 일제히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느낌이었다. 300개의 누렇고 흐리멍덩한 개의 눈에 비친 300개의 나의 작은 이미지를 생각하자 문득 살짝 몸이 떨려 왔다.
개들은 몹시 지저분했다. 온갖 종류의 잡종이 거의 다 모여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 개들이 서로 굉장히 닮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대형견에서 소형 애완견까지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 크기의 비슷한 잡종 개들이 말뚝에 묶여 있었다. 도대체 어떤 점이 닮은 것일까? 나는 개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볼품없는 잡종인 데다가 바싹 말랐다는 점이 닮았나? 말뚝에 묶인 채 적의라는 감정을 완전히 잃어버린 점일까? 우리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 적의라는 감정은 완전히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묶여 서로서로 닮아 가는, 개성을 잃어버린 애매한 우리, 우리 일본 학생. 그러나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정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일들에 있어 열중하기에는 너무 젊었든가 너무 늙었다. 나는 스무 살이었다. 기묘한 나이였고 완전히 지쳐 있었다. 나는 개들의 무리에 관해서도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스피츠와 셰퍼드의 잡종으로 보이는 개를 발견했을 때는 ‘재미있네!’ 하는 기분이 벌레처럼 몸속에서 스멀거렸다. 셰퍼드의 머리를 한 개의 풍성한 하얀 털이 따뜻한 바람에 나부꼈다. 나는 소리를 내서 웃었다.
“이놈 좀 봐!” 나는 대학원생에게 말했다. “스피츠와 셰퍼드가 교미하면 되게 웃길 거야.”
대학원생은 입술을 쑥 내밀며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그 애매한 잡종 개에게 운반용 줄을 걸어서 담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나는 개백정이 몽둥이를 들고 기다리는 칸막이 안쪽으로 개를 끌고 들어갔다. 개백정은 재빨리 등 뒤로 몽둥이를 감추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니 내가 줄을 잡은 채 개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자 눈 깜짝할 사이에 몽둥이를 휘둘렀다. 개는 그 자리에서 깨갱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 잔인함에 놀라 숨이 컥 막혔다. 허리에 찬 혁대에서 넓적한 칼을 꺼내 개의 목에 찔러 넣고 양동이에 피를 흘려 버린 다음 능란한 솜씨로 가죽을 벗기는 개백정을 바라보며 나는 뜨뜻하게 피어오르는 개의 피 냄새와 난생처음 느끼는 독특한 감정으로 몹시 동요했다.
이 얼마나 비열한 짓인가!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개를 처리하는 남자의 기능적인 비열함, 신속하게 행동화된 비열함은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생활 의식의 근저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비열함이었다. 나는 격하게 분노하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나의 피로는 일상적인 것이었고 개백정의 비열함에 대해서도 분노는 그다지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끓어오르려던 분노는 금세 시들었다. 나는 친구들이 하는 학생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것에 관심이 없는 탓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에게는 분노를 지속해서 유지할 에너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때로는 그런 나 자신이 안타까웠지만 분노를 회복한다는 것은 너무나 피곤한 일이었다.
나는 새하얗게 가죽이 벗겨져서 아담하고 조신해 보이기까지 하는 죽은 개의 뒷다리를 모아 쥐고 칸막이 바깥으로 가지고 나갔다. 개는 미지근한 피 냄새를 피워 올렸고, 손바닥에 닿는 근육은 출발선에 선 수영 선수의 근육처럼 단단히 수축되어 있었다. 칸막이 바깥쪽에서는 대학원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넘겨받은 개의 사체가 자기 몸에 닿지 않게 최대한 주의하면서 날랐다. 그러면 나는 죽은 개의 목에서 벗겨낸 운반용 줄을 들고 다시 다른 개를 데리러 갔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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