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보다 장맛
간장 · 된장
콩잎이 누런 옷을 입고
꼬투리가 달그락거리면
가을걷이를 시작해.
어른들은 부지런히 콩대를 베고
아이들은 떨어진 콩알을 주워.
할머니가 불을 피워 콩을 구우면
쪼르르 달려가 넙죽넙죽 받아먹지.
어여차 뚜드려 보자~ 에헤야 타작이야~
가을마당에 콩 타작이 한창이야.
너른 멍석에 마른 콩대를 펼쳐 놓고
주거니 받거니 도리깨로 때려 주면
누렇게 여문 콩알들이 톡토그르 튀어나와.
하나라도 놓칠세라 긁어모아서
촤르르 촥, 촤르르 촥 키질을 하면
흙먼지 검불 날아가고 반짝반짝 남은 콩알.
겨울 가고 봄 직전에
좋은 날을 잡아 장을 담가.
메주를 솔로 박박 씻어서
항아리에 차곡차곡 쟁여 넣고,
맑은 물에 소금 풀어
찰랑찰랑 부어 놓지.
숯이랑 고추, 대추
고명으로 띄워 놓고
햇빛 쐬이고 새소리도 들려주며
마흔 날을 보낸 다음 장을 갈라.
소금물은 체에 걸러
팔팔 달여 식혀 두고,
메주는 잘게 부숴
꾹꾹 눌러 담아 두면
간장 한 항아리, 된장 한 항아리.
올 한 해 부엌살림
밑천 장만 다 했네!
거뭇거뭇 투실투실 넓적한 메주 얼굴
그래도 못생겼다 놀리지 마세요.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도 있고요,
못생긴 메주가 귀한 장이 되니까요.
간장 된장 담아 놓은 불룩한 항아리엔
바람, 햇빛, 새소리와 사계절이 담겼고요,
식구 모두 한 해 동안 잘 먹고 건강하길
간절히 기원하는 엄마 마음도 담겼어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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