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농반X 10년을 돌아보며
‘반농반半農半X’라는 개념이 탄생한 지 약 20년. 지금까지 이 개념은 세상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그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간의 존재 방식,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과 방향성을 단순명료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농반X라는 말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두 개의 축을 표현한다.
하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타고난 재주를 세상에 나눔으로써 인생, 혹은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둘을 가로축, 세로축으로 놓고 보면 자신의 지향점을 더 뚜렷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농반X는 기껏해야 네 글자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심오한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말이다. 설사 내일 내가 죽는다 해도 이 네 글자만 남는다면 누군가 내 뒤를 이어 그것을 더 심화해 줄 것이다. 그러나 농업이 왜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 시대는 워낙 그런 시대인 데다,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할 만한 인물도 농업계에 드문 탓이다.
이 책은 2006년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에서 출간되었다. 대만판 제목은 『반농반X적 생활』, 부제는 ‘순종자연順從自然, 실천천직實踐天職’이다. 이 말은 ‘자연과 가까이 살며 타고난 재주를 사유화하기보다 세상에 나누고 실천하자’라는 메시지를 여덟 자로 간결하게 나타낸 말이며, 동시에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느새 서구적 가치관에 물들어 자연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과 밀착된 감각과 감성일 것이다.
반농반X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러나 출간 후 10년이 지난 지금, 이 개념은 막다른 골목에 처한 세상이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생각한다.
반농반X라는 개념은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보편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인간은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동물의 숙명이다. 또 하나는, 인간은 음식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리를 지닌 생물이라 언제나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점 때문에 탄생한 지 20년이나 된 이 개념이 지탱되어 왔다고 본다.
요즘 ‘빵과 서커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고대 로마 시인이 했던 말인데, ‘빵’은 먹을거리를 가리키며 ‘서커스’는 볼거리를 가리킨다. 백성에게 이 두 가지만 주면 민심을 장악할 수 있고, 백성은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반농반X는 그에 반대되는 세계를 지향한다.
앞으로는 기후가 급격히 변하고 인구 또한 더욱 증가할 것이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나라의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돈이 있다 한들 먹을거리를 과연 살 수 있을 것인가? 고루한 가치관에 힘입어 돈다발을 흔들며 이번에도 역시 음식을 사재기하는 데 그칠 것인가?
나는 조금이나마 자급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또 후세에 부정적 유산과 난제들을 많이 넘겨 줄 이 나라에서, 각자의 X를 나누어 희망을 만드는 길을 걸으려 한다.
이 책을 낸 후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그러던 중에 우리 인간의 사명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체감했다. ‘환경’과 ‘자연 출산’, ‘마을 만들기’, ‘머무를 곳 만들기’ 등등 사람들의 테마는 정말로 다양하다. 나는 이를 ‘사명 다양성’이라 부른다.
인간에게는 평생 자신만의 주제를 탐구하고 배우는 사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연구소를 만들고 각자의 주제를 탐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름하여 ‘1인 1연구소 사회’다. 지금 정·재계에서는 ‘성장 전략’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말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연구 주제, 즉 자신의 사명에 평생 도전해야 한다. 또 그 성과를 독점하지 않고 세상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극락왕생하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이 연구 주제들 가운데서 국가적 프로젝트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연구소를 만들고 어떤 주제들을 연구하겠는가? 그 힌트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관심 있는 일 등에 있다. 자신의 키워드를 세 가지 꼽아보고 그것을 하나의 단어로 묶어 보자. 이 작업을 대학생들에게 시켜 본 적이 있는데, 모두 개성 넘치는 연구소를 생각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1인 1연구소 사회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인간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영국 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의 말처럼 떨치고 일어나 자신이 바라는 상황을 찾아 나서는 사람, 찾지 못하면 그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만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힘든 시대를 타개하여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 이 책을 펼쳐 든 여러분과 미래의 어딘가에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내 사명의 길을 계속 나아갈 것이다.
들어가는말
지금, 왜 반농반X인가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인 나쓰메 소세키의 사상적 도달점은 ‘즉천거사則天去私’다. 이는 인간의 사심을 버리고 하늘의 공평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즉 자연에 인생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감히 나 같은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경지지만, 그래도 내 짧은 인생에도 사상의 도달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반농반X일 것이다.
환경 문제(각종 환경오염과 온난화 등), 식량 문제(안전성과 식량 자급 등), 심리 문제(삶의 의미 상실과 물질주의 등), 교육 문제(과학, 감성, 살아가는 힘 등), 의료·복지 문제(생활습관병과 노인 간병 문제 등), 사회불안 문제(불황, 실업 등) 등 난제를 떠안은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좋으냐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반농반X라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답할 것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작은 생활을 영위하고 타고난 재주를 세상을 위해 활용하는 삶의 방식을 나는 1995년경부터 반농반X라고 불러 왔다.
이는 작은 농업을 통해 식량을 먹을 만큼만 생산하고, 정말로 필요한 것만 채우는 작은 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삶을 의미한다. ‘하늘의 뜻에 따르는 생활’이란 대량 생산, 운송, 소비, 폐기를 멀리하는 ‘순환형 사회’를 지향하는 삶이다. 또 ‘타고난 재주’란 각자가 가진 개성, 장점, 특기를 가리킨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타인에게도 유용하다면 쌍방이 행복해지는 공익성이 실현될 것이다.
내가 사는 교토京都 부 아야베綾部 시에서는 다양한 반농반X의 삶을 접할 수 있다. 영화 자막 번역을 하는 사람은 특기인 영어를 지역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예술가는 창작 활동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것과 관계된 일을 한다.
개인과 사회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족한 내가 그 주인공이 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분명 그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반농반X라는 삶의 방식에 도달한 것은, 작가 겸 번역가 호시카와 준星河淳 씨의 저서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표현한 ‘반농반저半農半著’(친환경적 생활을 기본으로 하면서 글로써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삶)라는 키워드를 만난 덕분이다.
“바로 이거야!” 그때 나는 이 방식이 21세기의 삶의 방식, 생활방식의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을 직감했다.
호시카와 씨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의 ‘가이아 가설’ 등 새로운 시대정신을 일본에 소개한 사람으로, 그에게는 저서와 역서를 60권이나 출간할 만큼 뛰어난 ‘번역 능력’, ‘집필 능력’이라는 재주가 있었다. 그러면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지 자문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없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반농반저’의 ‘저’ 부분에 ‘X’를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깨달음이 찾아왔다. 어쩌면 이것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삶의 방식을 공식으로 나타낸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이 어려운 시대를 계속 살아 나가기 위한 ‘작은 농업’과 세상에 나눌 ‘타고난 재주’, 즉 두 가지 X가 동시에 필요한 시대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반농반X라는 말이 탄생한 후 내 인생은 크게 달라졌다.
괴테의 시에 “마음이 바다로 나아갈 때, 새로운 말은 뗏목이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말,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의식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생활 방식을 바꿔줄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이다.
그 예로는 몇 년 전 큰 반향을 일으킨 ‘정년 귀농’, 이탈리아에서 온 ‘슬로푸드’ 사상, 그리고 일본에서 생겨난 ‘지산지소地産地消*’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들은 21세기라는 대양을 항해할 뗏목으로, 많은 사람을 자극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낼 힘을 제공하고 있다.
*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
하늘의 뜻에 따르는 지속가능한 작은 생활을 기반으로 하여 타고난 재주를 세상에 나누고,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는 방식인 반농반X. 이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언젠가 실현될 것이다. 나는 그런 사회를 ‘타고난 재주를 서로 나누는 사회’라 부른다.
반농반X라는 말은 나에게, 2000년대를 항해하기 위한 작고 작은 뗏목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작은 뗏목을 어디선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반농반X를 발전시켜 미래 조류의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주기를 바란다.
어쩌면 모두가 자신의 X(미지의 무언가)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모두가 자신만의 X를 갖고 있다.
우리 앞에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자족하며 각자의 X를 사회를 위해 활용한다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세가 살아갈 미래에 틀림없이 다양성 넘치는 순환형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했다시피 작은 농업이 있는 생활을 시작하고, 각자의 X(뜻)를 공동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1장
풍요로운 삶의 터전, 시골로 가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분 좋은 삶-반농반X의 진수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는 사회, 과연 가능할까
‘작은 생활’과 ‘보람찬 사명’ - 이것이 반농반X다
반半은 자급적인 농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삶. 이것이 내가 주장하는 반농반半農半X다.
이는 쌀과 채소 등 주요 농작물을 직접 길러 안전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한편, 자신의 개성을 살린 자영업에 종사함으로써 일정한 생활비를 벌어들이는 균형 잡힌 삶을 말한다.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다시금 사람답게 살려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소위 친환경적 농경을 기반으로 천직과 보람을 추구하는 삶이라 할 수 있는데, 나는 이 ‘천직’과 ‘보람’이라는 말에 사회적 의미까지 포함시켰다.
다시 말해 반농반X는 ‘하늘의 뜻에 따르는 지속가능한 작은 생활(소규모 농업)’의 기반 위에서 ‘타고난 재주(X)’를 세상에 활용하여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고 전파하며 완수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작은 생활이란, 손바닥만 한 시민 농장, 주말 농장, 또는 베란다 텃밭이라도 좋으니 그것으로 식량을 자급하는 단순한 생활을 말한다. 그리고 X는 사명으로, 자신의 개성, 특기, 장점, 소임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는 직업을 말한다. 즉 좋아하는 일,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 돈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팔아서 살아가게 마련이지만, 영혼까지 팔아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극히 현실적이며 21세기적인 꿈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회를 ‘타고난 재주를 서로 나누는 사회’라고 부른다.
나는 교토 시내에 살다가 1999년에 고향인 교토 부 아야베 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 딸, 아버지와 함께 가족이 먹을 농작물을 자급하며 나 자신의 X, 그리고 반농반X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현재 나의 X는 개인과 기초자치단체의 X를 지원하는 ‘미션 후원’이다. 인구가 줄어들어 점차 고령화되는 아야베 시에 활기를 더하고, 이 곳을 안팎의 사람들에게 매력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도 나의 X 중 하나다.
2000년에 아야베 시가 설립한 ‘사토야마네트 아야베里山ネット·綾部’*(현 NPO법인)는 풍부한 자연과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도심에서 사람을 끌어들임으로써 도농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나아가 이주를 촉진하며 정착을 지원하는 일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메일 소식지와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참고로 사토야마네트 아야베의 사무국은 폐교된 나의 모교 도요사토니시 초등학교를 수리하여 만든 ‘아야베 시 사토야마 교류연수 센터’에 있다.
* 홈페이지주소는 http://ayabesatoyama.net/
사토야마네트 아야베에서의 활동은 우리 집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다. 그곳에서의 내 미션 후원 업무는 개인 단위부터 지역 단위에까지 이른다. 개인 단위의 경우, 본인도 몰랐던 X를 찾아 주고 그것을 사회적 가치로 이끌어주는 조정 작업도 포함된다. 그 예로는 지역 명물인 소바보로 과자를 잘 만드는 80세의 시가 마사에 씨를 소바보로 교실 강사로 초빙하고, 70세의 시바하라 기누에 씨가 혼자 살던 낡고 넓은 집을 농가 민박으로 쓰게 한 일 등을 들 수 있다. 덕분에 시가 씨는 난생 처음 남을 가르쳐 본다면서 기뻐했으며, 시바하라 씨는 도시의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것이 삶의 보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개인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개성과 특기를 살려 사회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할 기회까지 주어진다면 이들은 더욱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미션 후원에 대해서는 시가 씨, 시바하라 씨의 이야기까지 포함하여 뒤에서 다시 언급할 테지만, 어쨌든 자신의 X를 찾아내는 일은 고령사회에서의 삶과 생활에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은 이처럼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기 때문이다.
‘반농반간병’의 이상적인 삶
아야베 시의 동남쪽에 인접한 기타쿠와다 군 미야마 마을(현 난탄 시)에 사는 40대의 요시오카 사토시 씨의 X는 ‘간병’이다.
미야마 마을은 65세 이상 고령화율이 33퍼센트에 이르지만 인구가 과소해 민간 회사의 간병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요시오카 씨는 이런 마을에 반드시 필요한 간병인으로, 1998년에 아내, 아들(당시 고등학생), 딸(당시 초등학생)과 함께 이곳에 이주했다.
매킨토시를 다루는 디자이너이기도 한 요시오카 씨는 초등학교에서 신문 만들기와 홈페이지 제작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아내와 지역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역 특산품을 앞세운 ‘야마자토 시장’도 설립했다. 이 시장은 교토, 오사카, 고베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고 단골도 늘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2001년에는 약 300평의 3단짜리 다랑논에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밭을 갈지 않음)으로 벼농사에 처음 도전했다. 손으로 모내기를 한 후, 한 달 동안 잡초와 격전을 벌이는 등 고생은 했지만 알곡은 생각보다 많이 맺혔다. 사슴이 거의 뜯어먹어 수확량은 고작 400그램 정도가 전부였지만, 반합에 지어 먹은 밥맛은 감동적인 맛이었다고 한다.
요시오카 씨 가족의 삶이야말로 이상적인 반농반X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말요시오카 씨의 현재 주 업무는 교토 부립 세미나 하우스인 ‘아우루 게이호쿠’의 이벤트 기획과 홍보다. 그러나 조만간 젊은 감각이 필요한 지금의 업무를 후임에게 물려주고 개호介護복지사 자격을 살려 ‘반농반간병’의 삶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인생 최고의 아침밥을 차려 주는 청년
니가타 현 니시칸바라 군 마키 마을(현 니가타 시)에 사는 니시다 다쿠지 씨의 X는 기존의 마을을 개선한 새로운 ‘마을 만들기’이며 그의 삶은 ‘반농반 NPO’로 표현된다. 이제 곧 30세가 되는 니시다 씨는 파종에서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밭농사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키도키무라’라고 불리는 이곳의 촌민, 즉 회원은 현재 50명 정도인데 그중에는 같은 지역, 같은 현에 사는 사람은 물론 다른 현에 사는 사람도 많다.
매주 일요일(4~11월) 오전, 촌민들은 ‘인생 최고의 아침밥’이라는 행사를 연다. 행사 전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밭일에는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밥상에는 원칙적으로 밥, 된장국, 절인 음식 등이 올라오며 참가자들이 각자 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마키도키무라는 공원 만들기 사업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은 새 공원이 아닌 새 시대입니다. 사람 사이의 유대와 밭일의 소중함, 창조의 기쁨과 감동, 여유로운 분위기를 맛보며 살아가는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모 두가 활기차게 생활하며 사람, 지역, 교육, 복지가 연계되는 그런 시대 말이죠. ‘마키도키’란 그런 시대를 꿈꾸며 한 알의 씨앗을 뿌리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 뿌려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또 ‘도키’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 일본어로 ‘도키도키’는 ‘두근두근’이라는 뜻.
마키도키무라의 설립 목적을 이렇게 설명하는 니시다 씨는 원래는 지바 현 출신이지만, 니가타 대학 공학부를 다니던 시절에 마키 마을에 홀딱 반해서 졸업 후에 마키도키무라를 열었다.
그는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끄는 도쿄의 한 출판사에서 영업 사원으로도 일하고 있으며, 대학 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실력을 활용하여 ‘데라코야 도키寺子屋途輝’*를 운영하기도 한다. 또 ‘무지개 소리’라는 뜻의 ‘니지노오토’라는 NPO법인을 설립하는 등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데라코야’는 ‘서당’을 뜻한다.
“니가타에서 자연 농업을 할 겁니다. 또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손님과의 소통을 즐기고 싶습니다. 아내는 갓 딴 채소를 요리하고요.”
이것이 니시다 씨의 꿈이다.
덧붙이는 말그 후 니시다 씨는 NPO 사업의 일환으로 젊은 세대의 인생 탐색을 지원하는 멋진 서점 ‘쓰루하시북스’를 니가타 시내에 열었다. 시간이 더할수록 눈길을 끄는 사회 사업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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