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뭉게구름이 세상의 기억들을 그렸다 뭉갠다아직껏 짝을 찾지 못한 것이냐애매미의 구애는 한낮을 넘기고도 그칠 줄 모르네긴꼬리제비나비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다휘청~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잠자리들 전깃줄에 나란하다이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 않다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떼가 꽃 덤불 속에 몰려오고봉숭아 꽃잎 후루루 울긋불긋 져 내린다하루해가 뉘엿거린다깜박깜박 별빛만이 아니다어딘가 아주 멀리 두고 온 정신머리가 있을 것인데그래 바람이 왔구나 처마 끝 풍경소리이쯤 되면 나는 관음으로 고요해져야 하는데귀 뚫어라 귀뚜라미 뜰 앞에 개울물 소리가만있자 마음은 어디까지 흘러갔나
마음의 북극성─ 이순직진만이 길이 아니다구비구비 휘돌지 않는 강물이 어찌노래하는 여울에 이를 수 있는가부를 수 있겠는가나무의 상처가 뒤틀려서 한몸에서로 다른 무늬를 만들듯번뇌가 통점을 억누르며 영혼을 직조해나간다꼭 그만큼씩 울음을 채워주던 강물이 말라갔다젊은 날의 나침반이었던 내 마음의 북극성만이 아니다간밤에 미처 들여놓지 못한 앞 강이꽁꽁 얼기도 했다강의 결빙이 햇살에 닿으며 안개 또는 김발로 명명되고가물거리는 아지랑이를 만든다아~ 아지랑이어쩌면 치미는 슬픔 같은 먼 봄날의 아지랑이이렇게나마 겨우 늙었다강을 건너온 시간이 누군가의 언덕이 되기도 한다두 귀가 순해질 차례다
나비의 체중계목욕 끝내고 날아왔느냐산 호랑나비 표범나비 긴꼬리제비나비저마다 몸무게를 달아보느라 수선을 떤다나는 도라지꽃 저울 너는 구절초꽃 저울휘청~바르르 르꽃 체중계뜰 바늘 끝이 간지럽다고 몸살을 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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