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자존감, 나를 키우는 힘
세상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란 것이 있다. 자존감의 중요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우리는 스스로 내리는 자기 평가self-evaluation에 무관심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 평가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도망칠 수는 있다.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거나 외면할 수도 있다. 자신은 ‘실제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며 야구나 저녁 뉴스, 신문의 경제면, 무절제한 쇼핑, 섹스, 술로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존감은 인간의 근본 욕구다. 우리가 이해하거나 동의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자존감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우리 내면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자존감의 역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고,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언제까지고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에 따른 결과를 그저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럼 자존감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자존감이 작동하는 방식
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인간의 타고난 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선천적인 자기 존중의 감정 이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삶과 삶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바로 온전히 실현된 자존감이다. 자존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1. 자신의 생각하는 능력에 대한 확신, 살면서 맞닥뜨리는 기본적인 도전들에 대처하는 능력에 대한 확신.
2. 자신에게 성공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확신, 자기에게 필요한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하고 가치를 실현하며 노력에 따른 결실을 누릴 가치가 있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
이 두 가지 정의를 간결하게 다듬는 일은 뒤에서 할 것이다.
나는 자존감이 (아마도 여러 번 반복해서) 요구해야만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는 믿음에 동의할 수 없다. 그와는 반대로 자존감을 지닌 시간이 길어질수록 성취가 드러난다. 바로 그 성취의 본질과 근원을 검토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자기 정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이 행복을 누릴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존감의 본질이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확신에는 단순한 판단이나 감정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이 확신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우리를 행동으로 이끈다.
반대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이 확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 둘은 서로 원인이 된다. 그리하여 우리의 행동과 자존감 사이에는 끊임없는 순환 고리가 존재한다. 자존감의 수준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영향을 끼치고,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자존감의 수준에 영향을 끼친다.
자신의 정신과 판단을 신뢰할수록 사고력은 성장한다. 사고력을 발휘해 자신의 행동을 적절히 의식할수록 삶은 더 나아진다. 그러면 다시 자신의 정신을 더 굳게 신뢰하게 된다. 자신의 정신을 불신할수록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자기가 행동하는 데 필요한 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며, 난관에 직면했을 때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행동이 실망스럽거나 괴로운 결과로 이어지면 자기 정신을 불신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어려움을 견디는 힘이 더 강해진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포기하거나 실제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노력하는 척하기 쉽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어떤 일을 더 오래 지속할 확률이 높았다. 참고 견딜수록 실패보다는 성공에 이를 확률이 높아지며, 그러지 않으면 결과는 반대가 된다. 어느 쪽이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굳어질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에게 그렇게 반응하도록 신호를 보내고 행동한다. 그리하여 상대방에게 존중받으면 처음에 품었던 믿음이 더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무례, 학대, 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대방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나의 이런 태도가 전달되어 그들도 내가 나를 평가하는 대로 나를 대할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그대로 감수하면,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더 강화된다.
자존감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그저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지혜롭고 적절하게 도전과 기회에 응답하여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존감의 수준은, 직장에서 일하는 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 발전과 성취의 정도,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서 보자면 사랑에 빠지는 대상, 배우자・자녀・친구와 소통하는 방식, 행복감의 정도 같은 삶의 모든 측면에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건강한 자존감은 개인의 다양한 특성과 긍정적인 상관 관계를 보인다. 그 특성들은 성취 능력,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되는 것들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합리성, 현실주의, 직관, 창의성, 독립성, 유연성,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고 개선)하는 태도, 너그러움, 협동심과 관계가 있다. 반면에 빈약한 자존감은 비합리성, 현실에 대한 무지, 완고함,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부적절한 순응이나 반항, 방어, 과도한 순종이나 과잉 통제적 행동,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적대감과 관계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상관 관계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자존감이 생존과 적응, 개인의 성취와 얽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존감은 삶을 지탱하는 동시에 고양시킨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가치 있는 목표에 도전 의식과 흥미를 느낀다. 그런 목표를 이루면 자존감이 자라난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익숙하고 무난한 목표에서 안전함을 찾는다. 이렇듯 쉬운 일에 자신을 가두면 자존감은 허약해진다.
자존감이 견고한 사람일수록 개인적인 문제에서든 업무상 문제에서든 더 나은 대처 능력을 보인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더 빨리 회복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추진력도 더 강하다.(희한하게도 성공한 기업가 중 태반은 과거에 두 번 이상 파산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실패한 뒤에도 도전을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야심이 크다. 여기서 야심은 꼭 직업이나 부에 관한 것은 아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것, 즉 정서적・지적・창의적・영적인 측면에서 더 많이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바라는 것도 적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적다. 자존감이 높거나 낮은 경우 모두 저절로 강화되고 계속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자신의 풍요로운 내면 세계의 감각을 반영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더 강하게 느낀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구나 기계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살면서 자신을 망각하려는 욕구가 더 절박해진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더 관대하고 정직하며, 적절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이 가치 있다고 여기므로 명확성을 두려워하기보다 반기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기 쉽다. 자신의 느낌과 생각이 불명확한 데다 상대의 반응에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해로운 관계보다 자양분이 되는 관계를 맺는 경향이 있다. 어둠은 어둠을, 빛은 빛을 불러들이게 마련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지닌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공허하고 의존적인 사람보다는 생기 있고 개방적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자존감을 지닌 사람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이는 인간 관계에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어떤 경우에는 정반대 성향이 서로를 끌어당기기도 하지만, 자존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이에게 호감을 느낀다. 자존감의 정도가 천양지차인 두 사람이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다. 굉장히 지적인 사람과 우둔한 사람이 열정적으로 서로에게 빠져들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원나잇 스탠드’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그저 한때 지나가는 열병이나 성관계가 아니라,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평범한 자존감을 지닌 사람은 대개 비슷한 사람을 끌어당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마찬가지로 자존감이 낮은 상대를 찾는다. 물론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틀림없이 그런 원리로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스스로 자신을 형편없다고 여기는 두 사람의 만남이다.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이런 종류의 만남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건강한 자존감을 지닌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존경심, 관대함, 선의, 공정함을 보인다. 타인을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자기 존중을 토대로 하여 상대방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그 관계가 악의적이고 적대적이라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또 상대방에게 거부, 모욕, 배신을 당하리라고 습관적으로 예측하지 않는다. 개인주의 성향은 반(反)사회적 행동 쪽으로 기운다는 통념과 달리,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가치와 자율성 측면에서 잘 발달된 감각은 친절함과 관대함, 사회적 협동, 상호 부조 정신과 의미심장한 상관 관계가 있다.
(본문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