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공지능의 시대,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라
How it’s possible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가장 처음 겪는 어려움은 인간에게 쉬운 일을 기계에게 구현시키기는 매우 힘들다는 점입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 한스 모라벡Hans Moravec 교수가 제시한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인공지능을 보통 기호 위주의 인공지능symbolic AI, 전통적인 인공지능tranditional AI 또는 GOFAIGood Old Fashion AI라고 부릅니다. 나중에 말씀드릴 딥러닝Deep learning 이전에 했었던 인공지능 구현 방식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로봇들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많이 쓰입니다.
제가 학생 시절에 이 전통적인 인공지능 방식으로 탁구 치는 로봇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나름대로 저희가 알고 있는 모든 공학적인 지식을 다 집어넣어서 몇 달 동안 열심히 연구를 해 거창한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시뮬레이션을 하려고 제가 탁구공을 치니까 그 로봇이 아무것도 안 하고 한참 동안 혼자 가만히 있더라고요. 한 30초쯤 지난 후에 그냥 헛스윙을 하더군요.
좀 놀랐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수학과 공학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라고 믿고 열심히 로봇을 만들었는데, 이 로봇은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리액션 한 번을 못 하는 거예요. 공을 보고 맞받아치는 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비슷하게 혼다HONDA에서 개발한 아시모ASIMO나 카이스트의 휴보HUBO 같은 보행 로봇들은 TV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직접 보면 이 로봇들은 불쌍해 보입니다. 로봇씩이나 됐는데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지요.
사람들 다 모아놓고 아시모가 계단 올라가는 것을 시연했는데 제대로 걷지 못하고 넘어진 적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예전에 학생들이 갑자기 ‘휴보가 대단한 걸 할 수 있다’라길래 ‘뭘 할 수 있니?’라고 되물었더니 ‘문을 열 수 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봤더니 문 하나를 여는 데 몇 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도대체 문 하나 여는 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도 많이 해야 할까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몸을 만드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말입니다.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만든 기관으로 잘 알려진 미국 국방고등기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FA, 다르파에서는 다르파 로봇챌린지DARFA Robotics Challenge, DRC를 개최해서 휴머노이드Humanoid 경진대회를 했습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들이 모이는 일종의 올림픽이지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사고 현장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로봇이 대신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에서 시작된 경진대회입니다. 잘 알려진 바대로 자랑스러운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가 이끈 휴보 팀이 2015년 최종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한 대회입니다.
미국 국방고등기획국에서 이런 경진대회를 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르파에서는 지난 2004년, 2005년, 2007년 무인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어서 아주 큰 소득을 얻었습니다. 2004년 처음 무인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한 수십 개의 대학과 기업 중 이 코스를 완주한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자동차는 출발하자마자 뒤집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2005년 다음 대회에서는 다섯 대의 차가 경주로를 완주하더니 2007년 어번 챌린지에서는 순위를 매길 만큼 많은 무인자동차가 완주했습니다. 이 완주는 모든 교통 규칙을 준수할 것·다른 차량·장애물·합류하는 차량들 속에서도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고 합니다. 이때의 경험과 습득된 기술이 구글에서 지금 주도하고 있는 무인자동차 기술의 바탕이 되었죠.
무인자동차는 10년 전만 해도 SF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년 후에 가능할 거라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죠. 다르파 로봇챌린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진대회에서는 로봇이 수행해야 할 임무들이 있습니다. 첫째, 문을 여는 것입니다. ‘문 여는 행동이 뭐가 어려울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로봇이 문을 열게 하려고 전 세계 최고의 대학교에서 엄청난 돈을 투자를 해서 만드는데 문을 못 엽니다. 둘째, 문을 연 다음에 걸어가야 합니다. 문을 열고 문을 통과해서 걸어가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셋째, 사다리를 올라가야 해요. 말도 안 되게 어렵습니다. 넷째는 운전하는 것. 정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행동뿐만이 아닙니다. 아이폰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시리Siri, 아직 100퍼센트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보신 분도 있겠지만 영화 〈그녀Her〉에서는 대화도 하고 위로도 받죠. 그런데 왜 시리랑은 대화가 여전히 어려울까요? 또 있습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들도 강아지하고 고양이를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아기들도 개와 고양이는 그림책으로도 구분하는데 말이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미분, 적분은 컴퓨터에게 너무 쉬운 일입니다.
전 세계 다양한 회사에서 전통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로봇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MIT 신티아 브리아질 교수 연구진에서 개발한 지보JIBO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대화도 할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TV에서 뭐가 나오는지도 이야기해주고 오늘 날씨가 어떤지도 이야기해줍니다. 다들 알고 있는 구글의 무인자동차 기술, 아마존의 드론형 택배시스템도 있죠. 지보와 유사한 미국 아마존의 에코Echo,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직접 입력하지 않고 말로 입력시키는 기계입니다. MIT 교수 출신인 로드니 브룩스 교수가 설립한 회사에서는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주는 로봇Baxter를 개발해 판매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사실은 지능이 없습니다. 인간이 프로그래밍해서 똑같은 일만 아주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기계죠. 지능이 없는 기계들의 문제는 자동차 모델을 바꾸거나 조금이라도 환경의 변화가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개발해온 전통적인 인공지능은 단지 신호를 받으면 저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하는 기계일 뿐입니다. 인간이 주는 조건이 여러 가지이고 그 조건의 조합에 따라 이미 명령된 다양한 행동들 중 하나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지요.
이미 로봇의 기술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발전해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와 비슷한 시기에 구글이 인수한 회사죠. 2016년 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새로운 로봇을 소개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휴머노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을 보여줍니다. 스스로 밸랜싱하고, 물건을 추적하고, 눈길에서도 넘어지지 않죠. 섬뜩한 수준의 행동을 시현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었다고 홍보하는 그럴싸한 광고, 홍보 동영상들 속에는 인공지능이 마치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을 아직 그러질 못합니다.
왜 현실에선 구현이 안 될까요? 기계들이 판단하며 행동하려면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멋있는 로봇이라도 기계들을 인간이 리모컨으로 조종한다면 그냥 장난감이나 다름없죠. 우리가 기대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경쟁력이 있으려면 결국 기계가 스스로 세상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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