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시민강좌의 하나로서 강유원의 텍스트 읽기와 글쓰기 강좌 '공부의 기초 - 읽기와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총 8강으로 구성된 강좌는 3월부터 6월 초까지 약 2개월 동안 진행됩니다. <나비> '오늘의 공부'에는 강의의 주요한 부분을 녹취하여 공유하고, 음성파일을 게시할 것입니다. 글쓰기가 자신을 표현하고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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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계획서를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우선 오늘은 ‘텍스트 읽기의 기초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Publish’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문자메시지 보내는 거 이런 것도 다 자기의 생각을 글로 담아서 보내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떤 것인가?
두 번째 시간에는 ‘지식 생산의 기술과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그다음에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인 좋은가?’,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은가?’, ‘책을 읽을 때 어떻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은가?’, 그리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하는 강의이기도 하지만, 제가 늘 강조하는 게 ‘자신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고쳐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삶으로 바꿀 수 있는가?’ 책상은 어떤 크기로, 스탠드는 어떤 걸 사용해야, 이런 것까지... (웃음)
세 번째부터 ‘읽기’에 들어갑니다. 어떻게 읽는 것인가?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읽기’를 배우기도 합니다만... 밑줄 치기를 하죠? 밑줄을 어떻게 칠 것인가? 밑줄을 세 줄 이상 치면 되나, 안 되나? (웃음) 자질구레한 기술인데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옆줄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저한테 옆줄 치는 법을 배우실 텐데, 옆줄, 밑줄, 박스, 문단 단위로 요약하기, 이런 자질구레한 기술들을... 제가 가르쳐드리는 건 자질구레한 기술들이에요.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자질구레한 기술들을 익힘으로써 정보를 잘 집약할 수 있는... A4 용지 크기 종이가 있을 때 이런 종이를 절반으로 접으면 독서카드, 여기서 한 번 더 접으면 메모지, 이렇게 각각의 크기에 따라 어떤 것들을 여기에 메모할 것인가. 사실 이런 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글 써봐라!” 그러면 아무 생각이 안 나잖아요? 옆에 자기가 정리해 온 자료가 없기 때문에 글을 못 쓰는 거에요. 사실 글쓰기의 4분의 3은 자료 정리에요. 제가 들으러 다녀보진 않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다 처음부터 ‘다상량다독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읽어라!’, 그런데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자료를 모으고, 정리할 것인가’가 사실은 쓰기의 4분의 3이거든요? 그게 안 되면 쓸 수가 없다는 거... 색연필 사용법, 이런 것까지... 문구가 상당히 소모가 되리란 것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웃음)
네 번째 시간부터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메모, 노트 필기, 보고서, 그 다음에 서평, 논문, 저작 이런 거 있죠? 순서대로 쭉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메모를 하는데 손으로 하는 메모가 있고, 요새는 스마트폰이라서 거기에 메모하기도 하잖습니까?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것은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은가? 인터넷에서 갈무리한 글들은 어떻게 정리를 하면 좋은가? 이른바 데이터베이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그래서 적어도 여러분들이 노트 필기하는 거 하고, 칼럼 쓰는 거 하고, 서평 쓰는 거 하고, A4 용지 1매 분량의 서평을 쓰는 거 이게 목표입니다. A4 용지 1매를 9포인트로 해서 상하좌우 여백을 3cm를 넘지 않게 해서 빡빡하게 쓰면 200자 원고지 12매가 나옵니다. 보통 신문을 보면 칼럼 쓰죠? 200자 원고지 10매 정도를 써서 달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계산을 이렇게 해보시면 돼요. 제가 쓴 책 살림지식총서 《책과 세계》라고 있어요. 그게 200자 원고지 300매입니다. 거기에 보면 중요한 책은 200자 원고지 20매, 중요하지 않은 책은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으로 써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200자 원고지 300매를 쓰려면 200자 원고지 10매 짜리를 30개 만들면 되겠죠? 즉, A4 용지로 빡빡하게 1장, 이걸 30장 쓰면 《책과 세계》 분량의 책이 하나 나옵니다. “잘 해봐!” 하면 그 ‘잘’ 이라는 단어에 너무 많은 게 들어가 있죠? 우리 대개 그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안 가르쳐줘요. 글쓰기 강의 들으러 다니는 사람한테 어떻게 배우느냐고 물으면 듣긴 들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그게 왜 그러냐? 프로세스가 쪼개지지 않아서 그래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A4 용지 1매를 빡빡하게 쓸 수 있다. 이게 목표입니다. 다른 거 없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들을 제가 거의 다 읽어봤어요. 한 때는 글쓰기 책을 써보려고도 생각을 하고, 남들은 어떻게 쓰나 살펴봤어요. 그런데 글쓰기는 실습이지 책 읽어서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쓰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 그래도 딱 읽을 만한 책이 하나 있습니다. 《원고지 10매를 쓰는 힘》이라는 책이 있어요. 아! 그걸 보고 갑자기 탁 생각이 나요. ‘내가 진작 이 책을 쓸 걸!’ (웃음) 이 책을 한 번쯤 보시면 ‘아! 10매가 출발점이구나!’ 이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섯 번째 시간에는 자료를 모으고, 이걸 어떻게 배열하고, 글 쓰는 구조를 짜서 쓸 것인가? 구조 설계. 근데 그 구조를 쓸 때 제가 늘 강조하는 게 5단락으로 된 글을 쓰는 겁니다. ‘5 paragraph essay’라는 것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글쓰기의 방식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학생들이 글을 쓸 때 기본적으로 ‘5 paragraph essay’를 써라. 5단락 쓰기 연습을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글은 잘 쓰는 게 아니라 잘 조직하는 겁니다. 그게 되게 중요한 겁니다. 쓴다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한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닙니다. 재능?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타고난 재능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동물이나 타고난 재능이 있지, 인간은 타고난 재능 없어요. 아기 키워보신 분 다 아시죠? 애가 무슨 재주가 있습니까? 우는 재주밖에 없어요. 재능이라는 건 타고나지 않습니다. 잘 조직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조직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계속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이메일 쓰는 것, 보고서 쓰는 것, 서평, 초고 쓰는 것에 대해서 연습을 합니다. 제가 요구하는 형식에 따라서 실습을 하는데 의외로 형식적인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강조를 한다는 느낌이 드실지도 모르겠어요. 그게 되게 중요합니다. 형식을 맞추는 것이 되게 중요합니다.
제가 왜 글을 그렇게 쓰느냐? 제가 그렇게 배웠어요. 이를테면, 제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 선생님이 “100페이지 써!” 딱 이렇게 말씀하세요. 이게 무슨 말이냐. 100페이지 그러면 어떻게 나누겠어요? 서론이 있고, 1장, 2장, 3장, 그 다음에 결론이 있죠. 이게 100페이지입니다. 어떻게 나눠야겠어요? (1장에 30, 2장에 30, 3장에 30) 이렇게 해서 90페이지가 되죠. (서론하고 결론하고 해서) 10페이지가 남았죠? 그럼 서론하고 본론은 비중이 같지 않기 때문에... 서론이 더 중요해요. 결론은 앞에 나온 이야기가 그대로 반복되는 거니까. 서론에 6, 본론에 4. 100페이지. 글을 쓰기 전에 이거부터 써놓고 쓰는 거예요. 이해가 되시죠? A4 용지에다 답을 쓰시면 안 되고, 과제물을 내실 때 줄이 쳐진 공책에다가 손으로 써서 내셔야 돼요. 그래서 그 공책이 전체가 몇 줄인지 보시고... 여기다 쓰면 4줄, 8줄, 8줄, 8줄, 4줄이 됩니다. 행수가 대개 이렇게 나와요. 5단락이죠? 그럼 옆에다가 위에서 4번째 줄까지 연필로 딱 선을 긋습니다. 8줄짜리 3개, 4줄짜리 앞뒤로 2개. 이렇게 딱 틀을 맞춰서 쓰셔야 됩니다. 이해가 되시죠? 글을 잘 쓰겠다는 사람들이 다 중구난방으로 써요. 왜? 못 쓰고 싶으니까. 뭐든지 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형식을 맞춥니다. 이번에 동계올림픽 보니까 컬링이라는 운동 있잖아요? 대충 하는 거 같아도 엄격한 룰이 있죠? 다 마찬가지입니다. 테니스 이런 거 배울 때도 폼 배우는 데 1년이에요? 라켓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습니까? 그게 형식이거든요?
‘몇 매!’ 이러면 머리 속에서 장수 계산부터 나와야 되거든요? 그럼 보세요. 공책 1쪽에다가 4, 8, 8, 8, 4로 썼죠? 그럼 이게 그대로 범위를 넓혀가는 겁니다. 책도 앞뒤가 있고, 큰 덩어리가 3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즉, 5단락으로 글을 쓰는 것은 기본 형식이고, 이 형식이 논문이나 책으로도 전개되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인문사회 계열 학자들이 쓴 책을 보면 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속된 말로 이 사람들이 젖 떼면서부터 배운 글쓰기 형식이 ‘5 paragraph essay’이기 때문에 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걸 훈련합니다.
저는 ‘이 단어는 쓰지 마세요.’라든가 ‘이런 표현이 더 낫지 않습니까.’ 이런 말은 안 해요.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이걸 강요할 수가 없어요. 형식적으로 배치하는 것. 이것이 5주차 이상부터 해야 되는 과제입니다. 그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글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그리고 발표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5단락으로 쓰여진 1페이지의 글이 있으면 거기 있는 내용을 발표하는데 20분 걸립니다. 요즘에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TED강좌’가 있죠? 그게 20분입니다. 사람이 20분 이상 집중해서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20분으로 되어 있거든요. 5단락으로 되어 있는 글 하나, 이게 딱 20분에 발표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TED’라는 게 왜 20분이냐? ‘5 paragraph essay’ 분량에 맞춰서 만들어진 형식입니다. 그러면 20분이 없는 사람은? 3분밖에 없다면? 그걸 줄이는 방법. 그런 것들을 마지막 시간에 합니다.
그 다음에 과제가 있는데요. ‘생활기록’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번 하시면 됩니다. 일주일 동안 자신의 생활을 기록해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얼마나 놀고 있나?’, ‘밀도 있게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나?’ 이런 걸 스스로 체크해보는 로그파일 만들기입니다. 그게 몸에 배면 저절로 자기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컨트롤타워’가 내장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에 보면 그 사람이 평생 그걸 해서 기록을 남겨서 몇 시간 공부했는지는 거의 분 단위로 남긴 사람이 있습니다. 그걸 한번 반드시 해보면 좋은데... 어린 학생들은 꼭 해야 되고, 뭔가 성취하고자 하는 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엄격하고자 하는 분들은 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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