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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으로부터 생겨난 공감
단하5행
모이는 곳
울산 중구평생학습관 2층 동아리실
모이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중장년
추천 도서
① 『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지음 / 김재경 옮김 / 추수밭 펴냄)
② 『백범일지』 (김구 지음 / 도진순 주해 / 돌베개 펴냄)
③ 『내가 문화다』 (이대현 지음 / 다할미디어 펴냄)
④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펴냄)
⑤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 지음 / 류사화 옮김 / 정신세계사 펴냄)
태양이 숨고 거리가 어두워질 즈음인 목요일 저녁 7시, 울산 중구평생학습관 2층 동아리실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다. 바로 이 동아리실에서 ‘단하5행’의 모임이 진행된다. 매주 진행하는 모임이지만, 코로나19로 이번 주만 대면모임을 하게 되어 운 좋게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가을 날씨에 걸맞은 따뜻한 차와 홍시를 권하며 반갑게 맞아주셔서 긴장된 마음이 한결 풀렸다.
고민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 5분
“우리가 습관을 바꿀 때 100일, 3개월 투자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것도 논문을 찾아보니까 개인의 특성에 따라서 다르더군요. 그러면 하루에 얼마를 투자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아무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상징적이지만 5분이더라고요. 5분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올해 3년 차에 접어든 ‘단하5행’은 ‘단 하루라도 5분씩 행동하여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루 5분이라도 책을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독서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활동이 되어 있었다고.
“사람들과 더불어 뭔가를 변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 함께하는 방법이 떠올랐어요. 우리 나이대에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좀 길게 갔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임은 성실하게,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사람만 들어오라고 했어요.” 회원 김지영 씨의 이야기다.
3년간 지속된 동아리 ‘단하5행’은 꾸준한 독서를 위해 시작된 모임이다. 10년이라니, 이렇게 독서에 열정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단하5행’은 회원들 모두 적극적으로 모임에 임한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려는 의지까지 보이며, 서로의 역사 지식을 공유하여 내용을 더욱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일상생활을 통해 책에서 읽은 내용을 적용하고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모임이 훨씬 뿌듯하고 좋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이다.
더욱 대단한 점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모임의 텀이 길면 독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에 매주 만나는 것으로 정했다. 언젠가 한 주 미뤄진 적이 있는데, 그 여파로 리듬이 깨지는 것 같았다는 회원도 있었다. 이제는 리듬이 몸에 맞춰진 것 같아, 아무 생각 없다가도 목요일만 되면 ‘아차!’하고 모임에 나오게 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재인식하고, 이를 같이 공유하여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점도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공감에서 오는 즐거움
동아리 활동은 항상 진지한 게 아니라 진지하면서도 조금은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이번 모임에 선정된 책인 신영복의 고전 강독 『강의』에 대해 서로 인상 깊었던 장면을 이야기하던 중, 채성은 회원은 ‘맹모삼천지교’를 해석한 부분이 가장 편견을 깨뜨린 장면이었다고 소개했다.
“저는 ‘맹모가 참 훌륭한 어머니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영복 선생님께서는 세 번을 이사하고 난 뒤에 깨닫다니 현명한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틀렸다고 하셨어요.(웃음) 몸소 실천한 한석봉 어머니가 참 훌륭하다고 하셔서 이때까지 해왔던 생각들을 다시 해 보게 되었죠.”
자신도 그 부분에서 새롭게 깨달았다는 박미하 회원, “맞네, 맞네”라고 맞장구치는 김동성 회원.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단하5행’은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잘 경청해주는 모임이다. 회원들에게 중장년층 중심으로 이루어진 모임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많은 회원이 가장 첫 번째로 꼽은 것이 ‘공감’이다. 청년세대보다 살아온 세월이 길어 ‘경험치가 많다’는 특수성이 있으니,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다른 회원들의 이야기에 대입해보거나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시기라 그런지 조금 더 독서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줄 수 있기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고, 공감을 통해 존중을 느끼는 것이다.
‘단하5행’을 정의하다
조금 오글거리는 질문이지만, 자신에게 ‘단하5행’이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살짝 망설이는 기색들이 보여 “지금 생각나지 않으면 뒤에 이야기하셔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부끄러워하던 회원들은 하나 둘 ‘단하5행’을 한 단어로 정의했다.
“저는 한 마디로 ‘배움의 소통’이에요. 여기에 모인 분들은 울산 시민 중에 제일 마음씨 예쁘고 의를 중시하는 분들이거든요.” - 이연실
“저는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또 내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니까 저와의 약속인 거죠.” - 양정숙
“저에게 ‘단하5행’은 ‘오아시스’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사색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채성은
이렇게 독서동아리 활동은 서로의 공감을 끌어내며 삶의 쉼터가 되기도, 배움의 장이 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활동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만, 회원들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비대면 화상 모임과 대면 모임을 번갈아 가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대다수 중장년층이 비대면 화상회의를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모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 오히려 만족스러워들 한다. 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강연에 참여하고 매주 독서 활동을 하면서, ‘단하5행’은 최종 목표치인 10년을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있다.
★취재단 사고뭉치(김세진, 배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