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처음 읽는, 어린이책’
모이는 곳 _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핸즈커피 2층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주부, 대학생
추천도서
1. 눈물바다 (서현 지음, 사계절 펴냄)
2. 서찰을 전하는 아이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푸른숲주니어 펴냄)
3.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창비 펴냄)
4.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지음, 북극곰 펴냄)
5. 붉은 여우 아저씨 (송정화 지음, 민사욱 그림, 시공주니어 펴냄)
고층 아파트와 8차선 도로 사이에 위치한 2층 카페로 들어갔다. 각진 탁자와 딱딱한 의자가 있는 이곳에서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얇은 그림책을 여러 권 들고 들어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바로 ‘처음 읽는, 어린이책’ 독서동아리 회원들이었다.
‘처음 읽는, 어린이책’ 독서동아리는 두 가지 이유를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책을 읽기가 어려운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과 동화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국내 어린이책이 해외 어린이책보다 국내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주로 2000년대 이후에 발간된 어린이책을 선정하여 함께 읽는데, 그 이유는 국내 창작동화의 사조가 바뀐 것이 2000년대 초반이기 때문이고 1900년대와는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모임 때마다 2권의 책, 동화책과 그림책 각각 1권씩 선정한다고 한다. 동화책과 그림책의 차이는 그림책은 그림이 주를 이루고 동화책은 텍스트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진행 방식은 자율 대담 방식으로 감상을 편안하게 나누며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책이 책을 읽기가 어려운 이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것은 두께가 두껍지 않아서 부담감이 적으며 독서 시간이 짧다는 점과 그 짧은 시간에 감정을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장점과 특징을 알고 나니 어린이책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동아리에 참가한 계기는 다양했는데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참여자는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읽어 줄 때 동아리에서 얻은 정보나 대담을 통해서 어린이책을 추천해 줄 수 있으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참여자는 “우연히 읽은 그림책을 통해서 함축적 의미와 재미를 느끼면서 어린이책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회원들은 동아리를 통해서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과 생각도 조금 더 확장되었다고 한다. 동아리를 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린이책에 관한 강연이나 문화 전시회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작가만의 고유한 특징인 스케치 방식과 서사 방식 등이 끌렸으며 그로 인해 어린이책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어요.”
“어린이책이 어린이와 어른을 둘 다 사로잡아야 하는 책이라고 느껴서 조금 더 깊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의 첫걸음 책으로 대부분 그림책을 선정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신경 써서 제작을 하거나 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답변을 통해서 단순히 어린이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책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도 확장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회원들은 어린이책에서 감명 깊게 읽은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늦게 피는 꽃』에서는 식물에는 햇빛과 물 그리고 양분이 필요하지만, 저마다 필요한 양이 다르다고 했는데 여기서 식물은 아이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곱씹게 되었어요.”
“『붉은 여우 아저씨』 주인공인 붉은 여우 아저씨가 친구들을 사귀며 여행하는 내용인데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찾아가는 과정에서 산과 들 그리고 물속에서 사는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는데, 여기서 우여곡절이 생겨요. 예를 들어 물고기는 산으로 갈 수 없어서 물고기가 같이 갈 수 있게 여러 친구가 도구를 만들어서 같이 여행할 수 있게 한다거나…. 이러한 부분에서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각자 어린이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어린이책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아요. 그림 삽화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이며 세세한 것 하나마다 모두 의미가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 같아요.”
“어린이책은 성장이에요. 하나씩 배우면서 삶의 지혜를 얻고 발전해가기 때문이죠. 그러한 이유는 관점이 넓어졌기 때문이에요. 어린이책은 세계관이 다양하고 독특하기 때문에 사물을 볼 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고, 상상하게 되고 깊게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죠.”
“어린이책은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창구 같아요. 꼭 어린이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책이 단순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고 아이들과의 이야기에서 놓친 부분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 읽는, 어린이책’은 앞으로 어린이책 포럼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포럼을 통해 작가와 독자간에 소통의
장을 열고, 작가들이 아동문학 시장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토론을 하며 독자와 작가와 함께 지향하는 바를 같이 걸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처음에 딱딱하게 느껴졌던 도심 속에서 어떻게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은 이미 동화 속 나라에 들어온 듯 편안해졌으며 어린이책에 대한 편견의 시선은 사라지고 나 또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