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와 자기애란 동일한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것이다. 이기주의는 탐욕의 일종이다. 모든 탐욕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하나의 불만족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거기에 참다운 만족은 없다. 탐욕은 한없이 깊은 구렁으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끝까지 추구케 하여 인간을 지치게 한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기적인 인간은 언제나 불안하여 자기 일만 생각하지만 결코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항상 안절부절못하고, 충분히 얻지 못했다든가 뭔가를 놓쳤다든가 뭔가를 빼앗긴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또한 자기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자에게 타는 듯한 선망을 품고 있다. 다시 면밀히, 특히 무의식적인 동력(動力)을 관찰해 보면, 이런 종류의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좋아하기는커녕 깊은 자기혐오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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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이기주의는 참된 자아의 욕구불만에 입각한 탐욕이며, 그 대상은 사회적 자아이다. 현대인은 자아의 극단적인 주장을 특징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의 자아는 약화되어 전체적 자아의 일부분─지성과 의지력─으로 축소되고 인격 전체의 다른 모든 부분을 제외하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 에리히 프롬, 『자유에서의 도피』, 고영복 옮김, 동서문화사, 2011, 386~3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