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
거짓으로 얻은 명성은 물거품 같다
진시황이 차츰 장년이 되어 가도 태후는 음란한 행동을 그치지 않았다. 여불위는 그것이 발각되어 자기에게 재앙이 미칠까 두려워 음경이 큰 노애嫪毐하는 사람을 몰래 찾아 사인으로 삼고, 때때로 음탕한 음악을 연주하며 노애의 음경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달아서 걷게 하였다. 태후가 그 소문을 듣게 하여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고 한 것이다. 태후는 소문을 듣자 정말로 몰래 그를 얻고 싶어하였다. 이에 여불위는 노애를 바치고, 사람을 시켜 그를 부죄(남자의 성기를 제거하는 형벌)에 처하도록 허위로 고발하였다. 여불위는 또 태후에게 은밀히 이렇게 말했다.
“거짓으로 부형을 받게 하여 부릴 수 있게 되면 급사중給事中(궁궐에서 급사 하는 일을 하는 관리)으로 삼으십시오.”
태후는 부형을 맡은 관리에게 많은 뇌물을 주어 판결을 위조케 하고, 그의 수염과 눈썹을 뽑아 환관으로 만들어 마침내 태후의 시중을 들게 하였다. 태후는 사사로이 그와 정을 통하면서 몹시 사랑하였다. 그러다가 아이를 가지게 되자 태후는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까 봐 두려워 거짓으로 점을 치고 이때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궁궐을 옮겨 옹雍 땅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게 했다. 노애는 언제나 그녀를 따라다녔고 태후는 그에게 매우 많은 상을 내렸으며, 모든 일은 노애가 결정했다. 이로써 노애의 사인은 수천 명이 되고, 벼슬을 얻기 위해 노애의 사인이 된 자도 1000여 명이 되었다.
시황제 7년에 장양왕의 어머니 하 태후가 세상을 떠났다. 효문왕의 왕후 화양 태후를 효문왕과 함께 수릉壽陵에 합장했고, 하 태후의 아들 장양왕은 지양에 묻혔으므로 하 태후는 두원에 홀로 묻혔다. 이는 그의 이러한 유언에 따른 것이다.
“동쪽으로는 내 아들을 바라보고, 서쪽으로는 내 남편을 바라보고 싶다. 백 년 뒤 무덤 옆에는 마땅히 만 호의 읍이 생길 것이다.”
진나라 시황 9년에 어떤 사람이 노애는 실제로 환관이 아니며 늘 태후와 사사로이 정을 통하여 아들 둘을 낳아 숨겨 놓았고, 태후와 함께 이러한 모의를 했다고 고발했다.
“왕이 죽으면 우리 아들로 뒤를 잇게 하자.”
시황제는 관리를 보내 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상국 여불위도 이 일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9월에 노애의 삼족을 멸하고 태후가 낳은 두 아들을 죽였으며, 마침내 태후를 옹 땅으로 내쫓았다. 노애의 사인들은 재산을 빼앗고 촉으로 내쫓았다. 시황은 상국 여불위도 죽이려고 하였으나 선왕을 섬긴 공로가 크고, 그의 빈객과 변사들 중에 그를 위하여 변호하는 자가 많아 차마 법대로 처벌할 수 없었다.
진시황 10년 10월에 상국 여불위를 관직에서 내쫓았다. 제나라 사람 모초가 시황을 설득하였으므로 시황은 태후를 옹 땅에서 불러들여 함양으로 돌아오게 하고, 문신후를 내보내 제후국인 하남으로 떠나게 했다.
그러나 일 년 남짓 지나도록 제후국의 빈객과 사신들이 길에 잇달아 문신후를 방문했다. 시황제는 그가 변란을 일으킬까 두려워 문신후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대가 진나라에 무슨 공로가 있기에 진나라가 그대를 하남에 봉하고
10만 호의 식읍을 내렸고? 그대가 진나라와 무슨 친족 관계가 있기에 중
부라고 불리오? 그대는 가족과 함께 촉 땅으로 옮겨 살도록 하시오.
여불위는 스스로 옥죄어 옴을 느끼고 죽음을 당할까 봐 두려워 독주를 마시고 죽었다. 시황제는 노여워하던 여불위와 노애가 모두 죽자 촉 땅으로 내쫓았던 노애의 가신을 모두 돌아오게 했다.
진시황 19년에 태후가 죽자 시호를 제 태후帝太后라 하고, 장양왕과 함께 채양에 합장하였다.
태사공은 말한다.
“여불위는 노애와 더불어 존귀할 때 봉토를 받아 문신후로 불렸다. 어떤 사람이 노애를 고발하였을 때 노애도 그 소문을 들었다. 진시황이 측근의 신하들을 통해 확보한 증거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을 때이다. 진시황이 옹 땅으로 가서 교사郊祀를 지내려 하자 노애는 재앙이 닥칠까 두려워 자기 무리와 음모를 꾸미고, 태후의 도장을 도용하여 군사를 일으켜 기년궁에서 반기를 들었다. 진시황은 관리를 보내 노애를 치고, 노애가 싸움에서 져 달아나자 끝까지 쫓아가 호치에서 목을 베고 그의 일족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여불위도 이 일로 말미암아 배척당했다. 공자가 말한 ‘소문[聞]’3이라는 것은 아마 여불위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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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말은 『논어』 ⌜안연⌟편의 “소문[聞]이란 겉으로는 인덕을 좋아하는 듯하지만 실제 행동은 오히려 그렇지 못하고, 스스로 어진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면서도 그에 대한 의혹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관리가 될 때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하고, 집에 있을 때도 거짓으로 명성을 취한다.”라는 구절에서 나온다. 이 말은 마융이 말한 바와 같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