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은 순진한 실재론의 렌즈에 비춰 보면 바보처럼 보인다. 한 번 보지도, 말을 섞어보지도 못한 사람과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거지? 미친 소리 아닌가.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종종 누군가가 현실과 유리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 자리에 없는 사물을 보고, 아무도 없는데 목소리를 듣고, 자기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환상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잘 적응해 산다는 것은 정반대의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 이런 사람은 극도로 명징하게 사물을 본다고 할 수 있다. 바로 현실주의자이다.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오래도록 망상과 통찰력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려고 애썼는지 아는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문명 속의 불만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에서 이렇게 썼다. “참을 수 없는 대상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소망에 부합하는 것들로 그 자리를 채워 세상을 바로 세우고 재창조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닦으려는 자는 누구든… 미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의미가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개념은 20세기 후반까지 도전받지 않고 이어졌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 일부가 현실에서 유리되어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본다는 것이 ‘반드시’ 건강하다는 의미일까? 1979년 심리학자 로렌 앨로이Lauren Alloy와 린 애브람슨Lyn Abramson은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우울증 환자들에게 이 질문을 대입해보기로 했다. 둘은 우울증 환자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현실감각이 다소 떨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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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오히려 ‘건강한’ 집단은 ‘통제력에 대한 착각’을 지니고,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대조군은 ‘현실을 명징하게 바라보았다.’ 이 논문의 부제는 ‘슬픔에 잠겨 있지만 더 현명한’이다. 이 연구보다 훨씬 더 필연성이 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후속 연구 역시 우울증이나 기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현실을 ‘훨씬 더’ 명징하게 바라본다는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이런 연구들은 나아가 우울증 환자가 치료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 상태가 나아졌을 때 ― 실제로 통제력과 자신감에 있어 훨씬 더 착각을 일으키고 자기기만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샹커 벤단텀·빌 메슬러, 『착각의 쓸모』, 이한이 옮김, 반니2021, 137~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