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장애, 익숙해지지 않는 통증
나이가 들수록 나의 장애가 진화하는 속도도 빨라져서 최근에는 예고도 하지 못한 채 출근을 못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이전하고는 또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나의 몸에 맞춰 앞으로 활동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하며 우울해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어떤 동료가 보내준 글귀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소통하는 몸은 자신의 우연성을 삶의 근본적인 우연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몸은, 그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취약하다. 고장은 몸에 내재되어 있다. 몸의 예측 가능성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우연성은 정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 아서 프랭크, 『몸의 증언』
그래, 누군들 내일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난다면 정상성을 중심으로 한 몸에 대한 규정에서도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장애가 있든 없든, 아픈 몸이든 아프지 않은 몸이든,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몸이 인정되고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예측 불가하고 불안정한 몸들의 진정한 해방은 안정된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불안정한 상태가 불안감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몸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예측할 수 없기에 스릴 있고, 예상치 못한 배움의 연속일 것이다. 나는 변화하는 나의 몸을 마치 애도하듯이 맞이하고 싶지 않다. 나의 장애는 나이 듦과 더불어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가속화될 것이다. 나는 막연히 두려워만 하기보다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으로 지혜롭게, 장애와 더불어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다.
― 장애여성공감, 『어쩌면 이상한 몸』, 오월의봄2018, 4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