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임재성 변호사
지난해 9월 대구, 한 여성이 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를 찾아왔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의 빚 1억 4천여만 원이 아들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지호가명, 11세 외할머니
애꿎은 아이가 왜 매를 맞아야 하느냐 이거예요. 부모들이 저질러놓고 왜 애꿎은 아이들이 매를 맞아야 하느냐고. 난 그게 답답하다. 그렇다고 걔네가 돈을 만졌나. 걔들이 집을 사달라고 부모한테 조른 것도 아니고 너무 답답하고 이상해.
정경원 |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구조부장
김군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한정승인 신청을 위해서 처음으로 공단 내방을 하셨고요. 저희가 상담을 하면서 자료를 검토하다 보니까 1순위 상속자인 아들은 이제 18살 고등학생, 친권자인 엄마가 대리해 한정승인 절차를 밟으면 빚을 물려받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한정승인이 안 되겠다’ ‘법적으로 안 된다’라고 저희가 판단을 했고요.
MC | 임재성 변호사
한정승인이 신청 가능한 기한 3개월을 지나쳐버린 상황.
정경원 |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구조부장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로 (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된다고 알고 계셨고 그래서 한 4개월쯤에 저희한테 오셨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저희가 ‘아닙니다. 3개월입니다.’라고 안 된다고 하니까 많이 당혹해하셨죠.
MC | 임재성 변호사
법정 대리인 엄마가 3개월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들이 빚을 모두 떠안게 된 것입니다. 남은 방법은 아들의 개인 파산뿐이었습니다.
정경원 |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구조부장
어머니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니까 많이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MC | 임재성 변호사
정경원 변호사는 김군의 파산 신청서를 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합니다.
정경원 |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구조부장
올해 4월 (김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첫 기일이었는데 그때 어머니와 같이 아버지 산소에 가면서 어머니가 처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김군한테 ‘사정이 이렇게 돼서 네가 지금 파산 면책 신청해놓은 상태다.’ 그 얘기를 들은 김군이 ‘나 이제 어떻게 해 엄마?’ ‘나 어떻게 살아?’ 딱 이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김군의 이 물음에 저희가 답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사회가 뭔가 합당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훈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센터장
(미성년자가)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전부 다 아이에게 지도록 하는 부분이 실질적으로 굉장히 문제점이고 (이 제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현실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이동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문적인 후견인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법이 요구한다고 해서 법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거거든요. 빚을 가진 사람은 ― 그중에 일부는 그 가정 자체가 이미 빚에 쪼들려서 힘든 상황이었을 거고 ― 미성년 자녀까지 데리고 있는데 신경 써서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는 당연히 생기는 거죠. 법은 그 경우까지 예상하고 만들어지지 못했던 거고. 정작 문제가 생기는 건 바로 그런 분들이기 때문에 제도가 좀 더 개선되어야 되는 것이고요.
정경원 |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구조부장
어떤 청소년들은 많은 건물과 재산을 증여받아서 그 시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누구는 채무와 빚을 상속받아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죠. 이것은 결코 공정한 사회, 공정한 제도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공정의 가치를 생각해보았을 때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