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신기하게도 내가 있을 때 집 안에서, 그것도 안전한 곳에서만 혼절을 했다. 그리고 깨어나면 옷을 쥐어뜯으며 울었고 아버지 욕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어나 식사를 준비했다. 엄마의 이러한 혼절의 정반합 과정을 지켜보며 내 안에서는 색다른 관점이 형성됐다. 두 분은 서로 쇼를 하는 게 틀림없다고. 상대는 부재하지만 상대를 겨냥한 쇼다. 엄마는 아버지가 자신의 혼절로 인해 반성하고 후회하기를 바란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아버지가 알 거라고 믿는다. 아버지의 실종 혹은 가출과 어머니의 혼절 혹은 잠시 드러눕기는 송가와 답가 같은 관련성이 있다. 둘은 여하튼 연결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엄마가 혼절의 쇼를 그만두지 않는 한 아버지는 살아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나는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말이 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믿었다.(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