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카프카의 말이 있어요. “당신과 세상과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어라In the duel between you and the world, back the world.” 이 말은 문학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원칙 같아요. 어떤 일에서도 자기편을 들지 않고 세상 편을 들 때, 인생에서나 문학에서나 진실함, 올바름, 아름다움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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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참 멋진데, 행하기는 어려운 게 이런 거예요. 와이프나 애들 태우고 차를 운전해 가다가도, 급한 순간에는 자기 쪽으로 핸들을 튼다고 하잖아요. 사람은 원래 자기한테 유리하게 행동하게끔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자기편이 아니라 세상 편에 서려고 노력해야 해요. 본래 안 되지만 평소에 그렇게 믿고 되새기지 않으면 더 안 되는 거예요.
이건 아주 윤리적인 이야기지만, 이것 없이는 어떤 진실이나 아름다움도 있을 수 없어요. 이것 없이 문학 하는 건 총 없이 전쟁터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또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이 문학 아니겠어요. 만약 문학이라는 공간에서조차 안 된다면 이걸 어디서 해보겠어요?(96~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