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석기 시대가 조금 지난 무렵, 인류는 드디어 글자를 발명하는 희대의 사건을 저질렀다. 이제 글을 배우기 위해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상당 부분을 희생해야 했다. 처음에는 일부 계층이 거룩한 고생을 떠맡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어려운 과업을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오해 마시라. 반문명주의자도 아니고, 원시적 이상향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음성언어든 문자언어든 인류는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 문자언어는 시대를 뛰어넘는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 인쇄술의 발명은 이런 능력을 크게 확장시켰다. 그리고 급기야 제3의 언어, 즉 인터넷 언어가 발명되었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한 사람의 생각이 전 세계 수십억의 사람에게 수초 내에 전달되고,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분명 산업혁명 당시 도시와 탄광, 공장을 방불케 하는 효율적인 정보 환경이다. 하지만 곳곳에 빈민굴이 생겨나고 있다. 정보 취약 계층이 모여 사는 곳이다. 흔히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노년층이나 저소득층을 취약 계층으로 취급하지만, 정반대의 현상도 벌어진다. 오프라인 연결망이 취약한 집단은 다른 방식으로 양질의 정보를 구하지 못한다. 그들이 가진 모든 정보는 온라인 세계에서 얻은 것이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얻는 오프라인 정보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방적기를 응시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이제 현대인이 되었다. 이젠 방적기가 아니라 하루 종일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을 응시해야 한다. 식사 시간마저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이다. 싸구려 저질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음란한 광고와 터무니없는 황색 기사를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참언讒言이 증식하기 쉬운 더럽고 비위생적인 정보 환경이다.
─ 박한선, 〈인플루언서 vs 슈퍼전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