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도 복어집 아르바이트생이었어. 지금은 학교가 바빠져서 그만뒀지만, 우리 둘만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었지. 남자친구는 베이징에서 왔어. 네 머릿속에서 도쿄가 희미해진 것처럼 나에겐 가본 적 없는 베이징이 먼지로 지어진 도시야. 이야기로만 듣는 베이징은 점묘화 같아. 언젠가 가보게 된다면 달라지겠지. 국제변호사가 되고 싶어서 여기 왔대. 나는 제과학교 때문에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남자친구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다가 서로 싸울 때는 일본어로 싸우지. 그럴 때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어. 남자친구는 한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 없고, 나도 중국어는 ‘칭다오 세병 주세요’밖에 못해. 남자친구가 나중에 베이징에 가서 살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 때,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식탁 위에 칭다오 세병만 있어도 되냐고 되물었더니 막 웃더라.
남자친구의 이름엔 버드나무가 있어. 버드나무는 한국어로도 일본어로도 중국어로도 발음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그 발음이 좋아서, 남자친구의 약간 길고 흰 얼굴이 좋아서, 안경이 잘 어울려서, 자다가 작은 지진이 있을 때면 명치 부분을 단단하게 안고 눌러줘서, 우울해할 때면 판다 동영상을 보여줘서, 대충 그런 이유로 좋아해. 중국인들은 어쩐지 판다에 대해서 쿨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빛내며 판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 가끔 짠해. 그런 날은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든.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의 바탕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