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의 복숭아나무들은 이제 이파리들만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벌써 잎을 반쯤 쏟아 낸 나무도 있었다. 멀리 노란 들판에도 군데군데 추수를 한 논들이 보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준영은 그 노란 풍경 속에서 가을이 아닌 또 다른 계절을 보았다. 그건 겨울이었다. 노란 가을 사이사이에 벌써 겨울이 들어와 있었다. 그냥 평범하기만 한 들녘에서 가을과 겨울이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광경이었다.
“저기 좀 봐. 저기 겨울이 오는 거 보여?”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준영이 가리키는 들녘을 보았다.
“보여.”
“너도 정말로 겨울이 오는 게 보여?”
“그래, 보여. 나도 항상 벼 베기 시작하면 꼭 겨울이 시작된 것 같거든. 너도 그걸 본 거지?”
우성의 말에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같은 느낌을 가진 것이 신기했다.
“겨울은 항상 오고 있는 거야.”
덕수가 어른인 척 말했다.
“겨울도 항상 오고 있고, 봄도 항상 오고 있고, 여름도 항상 오고 있는 거야.”
상문도 장난스럽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