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공설운동장 설계에서 내 역할은 결국 군수의 뜻과 말을 해석한 것뿐이다. (건축가로서의) 나는 번역자, 공간적으로 모든 것을 번역한 번역자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도대체 건축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고... 그들은 만능인도 아니고 온갖 지식을 갖춘 해결사도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조직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건축가는 해결사가 아니라 변화하는 다양한 현재적 삶을 더 잘 조직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이해하고, 매개하고, 조절하고, 조합하고, 그러면서 판단하고, 번역하고, 해석하고, 형태화하는 사람이다. 즉, 끊임없이 자기 혼자만의 상상력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이외의 수많은 전문가, 수많은 사람, 기술, 경향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독특한 전문가이고 조절자다. 한마디로, 건축가는 여러 곳에 감응하는 열린 사람인 것이다.
- 정기용, 『감응의 건축』, 현실문화, 2008, 3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