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구적 시장경쟁과 기술혁신은 상호작용을 통해 무정부적인 세계경제를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그와 같은 경제는 지정학적인 층들을 위한 주요한 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스미스나 하이에크보다 홉스와 맬더스가 전지구적 자유방임주의가 낳은 세계 - 자비로운 경쟁의 조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전쟁과 희소성의 세계 - 에 대해 더욱 바람직한 지침을 제시한다.
자유방임주의가 개혁되지 않을 가능성이 그 반대의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자유방임주의는 증대하는 자원의 희소성과 세계의 초강대국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국제적인 협력을 훨씬 더 곤란하게 만듦에 따라 분열과 분리의 해체과정을 겪을 것이다. 국제적 무정부 상태의 심화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계몽주의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비판적 합리성이라는 수단이 우리로 하여금 가장 최근의 계몽주의 프로젝트가 창조했거나 심화시킨 무질서를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역사적 운명이 전지구적 무정부 상태와 투쟁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기에는 우리가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만약 세계문명의 계몽주의 프로젝트가 주권국가간의 무질서와 국가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종결되어 진다면, 그것은 분명 역사의 가장 어두운 아이러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전세계에 걸친 신기술의 보급은 인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것은 사회적·정치적 통제로부터 시장력을 해방시켰을 뿐이다. 우리는 인간이 향유하는 자유를 세계시장에 허용하는 세계화의 시대야말로 예속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전기로 기억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