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글
이 책을 다시 출간해도 좋겠다는 생각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고등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교내 사회 정의 동아리 회원들로, 대개 이런저런 조직화와 관련된 활동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를 돕기 위해 담당 선생님이었던 (그리고 왈저의 제자이자 내 친구인) 미키 모건은 이 책 『운동은 이렇게』 중 일부를 복사해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글을 읽고 나서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거 정말 좋은데요! 우리에게 필요한 거예요.” 미키에 따르면, 학생들은 왈저의 글이 “진지하면서도 단순명쾌하고, ‘이론적’이지도 않고 화려한 수사도 없으며,” 주장 또한 “매우 인간적이며 사려 깊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덧붙였던 말이 이 책의 재출간을 이끈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왜 이런 책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던 거죠?” 미키는 이 말을 내게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계속 복사물을 나눠 줄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누가 책을 다시 출간해 주면 좋겠어.”
나는 1971년에 처음 출간된 왈저의 책을 내 서가에서 찾아봤다. (책 표지의 제목은 찢어져 사라졌지만, 저자의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학생들이 이 책을 좋아한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면도 있었다. SNS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데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미키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SNS 정치라면 그 친구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지.” 페이스북에 포스팅된 내용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거나 좋은 트윗 내용을 리트윗하는 것은 그들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미 SNS에서 친구를 사귀고, 팔로우하며, 글을 공유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내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의 트위터 피드를 구독하며, 내가 기획한 활동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팔로우하게 만들려면, 우선 그럴 만한 사람들을 찾아 함께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SNS는 참여한 사람들이 계속 소통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먼저 다가가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은 설득해야 하고, 문제나 해법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알려 줘야 하며, 정치에 실망하거나 낙담한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영감을 줘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고, 이 일이 가장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이 책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비록 지금 시기의 주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그와 그의 지지자들을 이길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이지만, 학생들이 이 책을 좋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선거 정치에 관한 방법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운동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일들 또한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렇다. 지금 미키의 학생들 대다수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기후 변화이며,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미키는 나를 초대해 학생들과 대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나는, 오늘날 실제 선거 정치에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은 호별 방문 같은 면대면 선거운동이나 지역 주민 조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은 무엇보다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모금한 돈은 대부분 텔레비전 광고비로 쓰인다. 실제로 요즘은 공직 선거를 치르는 데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 2016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는 평균 20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이 소요되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슈퍼팩super PACs*에서 나왔다.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50만 달러이다. 이런 까닭에 후보들은 정치자금을 모으는 일, 대개는 고액 기부자들에게 전화로 기부를 요청하는 일에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텔레비전광고에 쓰고 남은 돈은 대개 여론조사 및 선거 전문가들에게 들어가는데, 그들은 모금이 선거운동의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식 정치 후원회의 한 종류로, 정식 명칭은 독립 지출 전담 위원회independent-expenditure only committee이다. 다른 후원회와 달리 후보나 정당에게 직접 자금을 전달할 수 없는 대신 액수에 제한 없이 텔레비전광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선거를 머니 게임으로 만들며 부유한 사람들의 정치 지배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학자들은 선거 전문가들과 다른 결론을 제시한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면대면 그러니까 선거 운동원이 직접 시민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부동층 유권자를 설득하고, 선거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지지자들을 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대일 대화가 텔레비전광고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당연한 말이다. 고액 기부자로부터 돈을 받아 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지원자들을 조직해 매주 집집마다 유권자들을 방문해 자기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설득하고,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를 기록하며, 선거일에는 그들이 투표장에 나오도록 독려하는 방식으로 강력한 지상전을 펼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힘들다.
1971년 왈저가 이 책을 쓴 이후 미국 정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상황은 베트남전 시기와 비교해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공통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공포와 분노를 안겨 주는 대통령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그렇다. 물론 “무엇을 할 것인가?”는 억압적인 체제와 열악한 조건에 처한 좌파들에게는 고전적인 질문이다. 앞에서 말한 고등학생들은 왈저의 책에 좋은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왈저가 책에도 썼듯이, 그 답은 함께 모여 그룹을 만들고, 만나서 토론하며,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이런 일에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뉴욕 리뷰 북스에서 고전 분야를 맡고 있는 에드윈 프랭크에게 오래된 내 책을 보낸 후 재출간을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거 좋은 생각 같은데요.”
존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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