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사람
우리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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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적게 낳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합계 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TFR은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가리킨다. 합계 출산율에 대한 가장 명백한 신체적 제약은 가임 기간, 즉 초경부터 폐경까지의 기간이다. 초경 연령이 산업화 이전에는 약 17세였지만 요즘 서구 세계에서는 약 13세 이전으로 앞당겨졌다. 반면 폐경 시작 평균 연령은 50세 직후로 약간 미뤄져 일반적 가임 기간이 전통 사회의 30년에 비해 약 38년으로 상당히 늘어났다. 가임 기간 동안 보통 300~400번 배란이 일어난다. 임신할 때마다 10번씩 배란이 방해받고, 또 전통적으로 수유 기간이 더해지므로 가임 가능성이 줄어들어 추가로 5~6번의 배란이 배제된다. 따라서 최대 출산율은 약 24번의 임신이다. 다태multiple birth임신으로 합계 출산율은 24명을 넘어설 수 있다. 실제로 한 여성이 30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했다는 역사적 기록도 있다.
그러나 산아 제한을 실시하지 않는 사회에서 일반적인 최대 출산율은 예부터 항상 이보다 낮았다. 유산과 사산, 불임, 산모 조기 사망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최대 출산율은 7~8명으로 줄어든다. 실제로 이 정도의 출산율은 모든 대륙에서 19세기까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두 세대 전까지도 흔한 수준이었다. 지금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출산율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니제르의 경우는 7.5명이다. 하지만 이 수치도 선호하는 가족 규모에는 못 미친다. 니제르 여성에게 선호하는 자녀의 수를 물어보면 놀랍게도 평균 9.1명이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지역의 높은 합계 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5~6명까지 줄어들었다. 세계 다른 지역의 평균 출산율은 보통, 낮음, 극히 낮음으로 분류된다.
이런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이 시작된 시기는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를 훨씬 앞섰고 일본은 중국을 훨씬 앞섰다. 중국은 자녀 수를 한 명으로 제한하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런 인위적인 대책 이외에 생활 수준의 점진적 향상, 농업의 기계화, 기계를 이용한 동물과 사람의 이동, 대대적인 산업화와 도시화 등도 자녀를 적게 낳으려는 생각을 부추겼다. 물론 도시 노동력에 유입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보통 교육이 확대되고, 보건 수준이 좋아져 신생아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 정책을 시행한 것도 합계 출생률 감소에 일조했다.
양에서 질을 추구하게 된 이유, 때로는 그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진 이유를 역사적으로 추적해보자. 유아 사망률이 높아도 살아남는 자녀가 있고, 그들이 노동력을 추가로 제공하며, 일종의 양로보험을 마련하는 것이 높은 출산율의 이점이다. 그런데 이런 이점이 약화하고, 더 나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족의 규모가 작을수록 자녀에게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더 많은 고기와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고 외식을 더 자주 즐길 수 있으며, 또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열대 해변으로 휴가를 떠날 수도 있다.
사회와 과학기술의 전환기에 흔히 그렇듯 선구자들이 변화를 이루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나중에 변화를 수용한 사람들은 두 세대 만에 그 과정을 완성해낸다. 높은 출산율에서 낮은 출산율로 전환하는 데 덴마크는 약 200년, 스웨덴은 약 170년이 걸렸다. 반면 한국에서는 합계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총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 대체 출산율replacement level fertility 이하로 떨어지는 데 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도 한 자녀 정책을 도입하기 전부터 출산율이 1962년 6.4명에서 1980년 2.6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란의 출산율 변화는 믿기 힘들 정도이다. 군주제가 무너지고 아야톨라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 1902~1989가 망명지에서 돌아와 신정국가를 세운 1979년에 이란의 출산율은 평균 6.5명이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인구 대체 출산율까지 떨어졌고 그 후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인구 대체 출산율은 인구를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이다. 가임 연령까지 생존하지 못하는 여성을 고려해 계산하면 인구 대체 출산율은 약 2.1명이다. 어떤 나라도 출산율 하락을 인구 대체 출산율에서 멈추고 일정한 인구를 유지한 적은 없다. 오히려 인구 대체 출산율 이하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1950년에는 40퍼센트의 세계 인구가 출산율이 6명을 넘는 국가에서 살았고, 세계 평균 출산율은 약 5명이었다. 그런데 2000년에는 세계 인구의 5퍼센트만이 출산율이 6명을 넘는 국가에서 살았고 세계 평균 출산율2.6명은 인구 대체 출산율에 가까웠다. 2050년쯤에는 세계 인구의 거의 4분의 3이 인구 대체 출산율 이하의 국가에 거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범세계적 출산율 변화는 인구와 경제에 전략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예컨대 1900년 유럽 대륙에는 세계 인구의 약 18퍼센트가 살았지만, 2020년에는 9.5퍼센트만이 살아간다. 반면 2020년 현재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아시아가 크게 부상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 덕분에 2020년부터 2070년까지 향후 50년 동안 모든 신생아의 약 75퍼센트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이 인구 대체 출산율 아래로 떨어진 국가의 미래는 장차 어떻게 될까? 2019년 프랑스와 스웨덴의 출산율은 1.8명이었다. 출산율이 인구 대체 출산율에 근접하면 요컨대 1.7명보다 낮지 않으면 향후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출산율이 1.5명 이하로 미끄러지면 반동할 가능성도 크게 줄어드는 듯하다. 2019년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의 출산율은 1.3명을 밑돌았다. 일본, 우크라이나, 그리스, 크로아티아는 1.4명이었다. 일본과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인구가 점차 감소할 듯하므로,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그에 따른 전략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눈에 띄는 반전을 이루어낸 사례는 없다. 인구 감소를 예방하는 유일하게 확실한 정책은 이민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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