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
미술관의 두 사람은 각자
이 방과 저 방을 저 방과 이 방을 지키는 일을 했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졌다
자신들은 서로를 깊게 바라보다
만지고 쓰다듬는 일로 바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각자 담당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란히 공간을 옮겨 다녔다
그림이 그 두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다
두 사람을 그림 안으로 넣겠다고
그림이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공원 닫는 시간
이 두 사람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갑니다
먼저 누군가 말을 꺼내도 될 것 같은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아무도 그 길을 이탈하지 않습니다
이제 막 어떤 모임을 끝내고 나온 두 사람입니다
늘 구성원은 같고
그날그날 차례가 된 리더가 주제를 정하는 모임입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식빵을 뜯어 먹는 모임도 가졌으며
백합을 높게 꽂고 그것을 올려다보는 모임도 있었으며
책의 마지막 문장과 첫 문장을 섞어 붙이거나
막 싹 트기 시작한 새싹들을 보고 아무 이름이나 붙이는 모임 같은
한데 두 사람은 서로 거슬리거나 맞지 않거나
아예 온도가 다르거나
그러므로 지워내거나 도려내거나
섞어도 섞이지 않을 국면에 대해 생각하는 중일까요
각자 태어난 두 나무가 서로 몸을 끌어 가까워져
담을 만들고 물을 흐르게 하고
서로에게서 솟아난 영감은 서로 엉키고
누구도 그들의 엉킴을 풀지 못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전모라지만
이 갈피를 누가 정해줄 수는 없겠다 싶게
무기력한 밤은 밤과 섞이고
언제 멈출지 모르는 발소리는 발소리와 섞여
마침내 공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공원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있었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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