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저 나무
한송이 더 피면
발을 땅속에서 꺼내고
한 송이만 더 열리면
떠오르리라
봄바람을 가득 채운
꽃송이의 풍선
그리하지 않으려고
하루아침에 흩어버리는
흰 꿈
해변에 엎드려 있는 아이에게
그 아이는 죽으면서 깨어났다
물속에서 눈을 떴다
아침 속에서 태어난 아주 어린 저녁
밤으로는 갈 수 없는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라 더 가야 할 곳이 있는
육지로부터 따져서는 가장 어린
그 또래의 얕은 바다가
해변의 돌을 만지다가
아이의 신발 종아리 겨드랑이 머리카락을
찰싹찰싹 건드려본다
마치 견습 입국심사관처럼
여기는 누구의 땅과 바다인가
바닷새의 울음은 아이의 모국어와 같네
뒷걸음질하는 아이는 없다
헤엄치는 사람도 모두 앞으로 나아간다
이 아이는 물결이 안고 왔는데
육지를 향해 엎드려 있다
장난에 지쳐 잠든 듯
거꾸로 뉘었을 리는 없으니
이 땅을 향해 아장아장 걸음을 떼고
헤엄을 치다 안겨 온 것이다
지금 팔을 벌리고 엎드려 있으나
앞에 있는 혹은 있을지 모를 어떤 것에
경배하고 있지는 않다
이 아이는 돌아가고 싶을까
물론이지 물론이지
모든 것들이 대답한다
세월의 뒤는 모두 죽은 시간의 화석이고
앞은 살아 있는 시간으로 꽉 차 있지는 않다
낯선 관리들이 와 그 아이를 데려가기 전
파도와 썰물은 힘세어져
그의 얼굴을 바다를 향해 돌려주기를
그래야만 그 아이는
이 일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
그 집의 마당이나 현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자의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을 터이니
뒷걸음치지 않고 앞으로 걸음마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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